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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하나〈극단 난연 대표〉 |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뭔가살짝 익숙한 번호 같아 조심스럽게 받았다. "김하나 선생님!" 몇 초간 누구일까 생각하는데, 그 뒤의 말에 당황스러웠다. "오늘 물건을 배달했던 사람입니다. 오늘 너무 고마웠습니다. 젊은 아가씨 덕분에 우리 같은 노인들이 참 감동을 받아요."
다른 지역에서 공연 중이었지만, 이틀 뒤 집에 갈 수 있을 것 같아 집으로 물건을 배송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일이 겹치면서 결국 집으로 가지 못하게 됐다. 본인이 직접 수령해야 하는 물건이라 배송해 주는 분에게 사정을 말하고 하루 더 미루었다. 하지만 일은 생각처럼 끝나지 않았고 다른 일이 생기는 바람에 또 이틀을 미뤄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선생님, 원래는 쉬는 날인데 갑자기 일하러 가야 돼서요. 내일 받아도 될까요? 바쁘실 텐데 미뤄서 죄송합니다.' 의례적인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일을 하는데 뜻밖의 답장이 왔다. '김하나님, 바쁘니까 청춘입니다. 부담이라 생각하지 마시고 편하게 업무에 열정을 불태우세요.'
나 때문에 두 번이나 헛걸음을 하셨는데 오히려 나를 위로하는 문자를 보낸 것이다. 그날은 무언가 뭉클한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다음날 드디어 배송하는 분을 뵈었다. 냉장고에서 커피와 박카스를 꺼내 들고 내려갔다. 어떤 분일까 괜히 궁금하기도 했다. 코트와 안경, 베레모를 단정하게 갖춰 입은 노신사가 서 계셨다. 준비한 음료를 드리고 서로 몇 번의 눈인사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눈 뒤 헤어졌다.
그리고 난 다시 일상의 나로 돌아와 일에 매진하고 있었다. 좀처럼 써지지 않는 글에 매달려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그때, 낮의 그 노신사에게서 다시 전화가 걸려 왔다. 너무 고마웠다고. 짧은 인연이었지만 늙은 배달부에게 따뜻하게 대해줘서 고맙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집에 가는 길에 전화를 하고 싶어 이렇게 통화버튼을 눌렀다고 하셨다. 그리고는 김하나라는 이름 평생 못 잊을 것 같다며 청춘일 때 창의적인 일 하고 잘 되길 바라겠다며 힘내라고 하며 전화를 끊으셨다. 순간 밀려오는 눈물에 결국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글이 너무 안 써져서 화가 나 있고, 요 며칠 일이 계속 꼬여 자책 중이었다. 그런데 뜬금없는 그분의 전화가 나 스스로에게 주었던 상처를 살포시 쓰다듬어 주는 듯했다. 참 오랜만에 따뜻한 눈물이었다. '저도 너무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따뜻한 며칠이었습니다. 언제나 건강하세요.'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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