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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호〈상화기념관·이장가문화관장〉 |
지난 주말 칠면조구이를 주문해 먹었다. 충북 청주시 초정리 광천수로 염지(鹽漬)해 쫄깃했고, 허브 버터를 발라 고소했다. "별미"라고 지인들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뜻밖에도 "한국명절도 안 챙기면서 서양명절을 챙기네"라는 지적을 받게 되었다.
말 그대로 "너는 왜 한국문화를 경시하고 서양문화를 사대하냐?"란 뜻으로 들렸는데, 어떤 의미로 했던 틀린 지적이다. 나는 한국명절을 챙기는 사람이고 서양명절은 챙긴 것이 아니라 '땡스기빙데이(Thanksgivingday)'라는 것을 건수 삼아 별미를 먹은 것에 불과했다. 일면 억울했던 상황이 핼러윈데이(Halloweenday)라 의상을 차려입고 놀았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는 이들의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도대체 우리 고유의 문화란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가 좋아하는 문화 중에 열강의 것이라면 그게 바로 문화 사대주의로 이어지는가?
설날과 추석의 유래에 대해서는 고대부터 자연유래하였다는 설이 많지만 외국인의 생일을 기리는 석가탄신일과 크리스마스는 명확하게 외래 명절이다. 핼러윈은 젊은이들의 중심 축제문화로 자리잡았지만 독일의 대표 맥주 축제인 옥토버페스트는 한국에 정착하는데 실패했다. 그나마 밸런타인데이를 본떠 만든 근본 없는 '~데이 시리즈' 중 일본에서 먼저 만든 화이트데이는 시들한 반면 한국에서 만든 빼빼로데이는 선전하고 있다. 음식문화로 이야기를 하자면, 한국보다 GDP가 높지 않은 태국이나 베트남의 음식이 붐을 이루고, 우리 식문화의 한 칸을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다.
이런 것을 보면 문화가 교류되는 모습은 복잡하지만 동기는 생각보다 단순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재미있다' '맛있다' '멋있다'정도의 단순한 이유다. 그러기에 우리는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BTS가 세계로 진출하면 '정복했다'고 환호하고, 다른나라 문화를 즐기면 '침탈되었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데올로기의 안경을 쓴 교조주의로 우리 문화라고 생각하는 것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끔찍한 행동은 두말할 것도 없다.
잘 놀고 잘 즐기고, 그것이 안 되면 타인이 노는 것을 보고 고개라도 끄덕여주어야 한다. 그런 풍토에서 "삼치데이"(삼치먹는 날, 3월7일)같은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이 우리 문화에 덧살로 붙어나갈 것이다.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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