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잠금장치

  • 박진관
  • |
  • 입력 2020-12-09  |  수정 2020-12-09 08:20  |  발행일 2020-12-09 제18면

김하나
김하나 〈극단 난연 대표〉

'세상에는 완벽한 사람이 없어요. 우리는 상처받기 싫어하지. 이 휴대폰엔 너무 많은 게 있어. 우린 이길 수 없어.'(영화- 완벽한 타인)

부정의 연속, 그걸 긍정으로 받아들이는 힘. 그게 쉬울까? 미움받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은 '말'이라 참 쉽다. '상처받지 않는 법'이라는 건 존재할 수도 없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미움을 두려워하고 상처받을 일을 저지르고 만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모든 사생활과 각종 정보는 휴대폰에 아주 많이 기록돼 있다. 그리고 그 휴대폰을 통해 서로 유출되고 공유된다. 휴대폰은 통신수단만이 아니라 나의 뇌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휴대폰이 없어지면 하루 종일 불안하다. 내 뇌를 잃어버린 상태가 된다.

'완벽한 타인'이란 영화는 테이블 위에서 벌어지는 진실 게임이다. 부부 그리고 커플들이 저녁 식사에 모여 앉아 뜻하지 않은 휴대폰 메시지 공개 게임을 시작하며 벌어지는 진실과 오해들을 다뤘다. "그래 좋아! 숨길 거 없어. 비밀이 어딨어!"라고 호기롭게 시작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부부, 연인관계 그리고 친구로서 숨길 것은 없을지 모르지만, 가족·사회·개인 취향·취미 등 우린 굳이 비밀로 하고 싶은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 비밀들은 내 손바닥 크기만 한 직사각형의 기계 속에 담겨 있고 몇 안 되는 비밀번호와 패턴으로 보호받고 있을 뿐이다.

만약 내게 영화 같은 일이 생긴다면 어떨까? 과연 당당히 휴대폰을 드러내놓을 수 있을까? 나이가 들수록 우린 가진 게 많아진다. 사진첩에는 수백 명의 인물이 존재하고 일정표엔 나의 일과가 저장된다. 많이 가진 만큼 잃을 것도 많다. 그렇기에 나의 대부분이 저장된 휴대폰의 공개는 쉽지 않다. 기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사랑받고 칭찬받고 싶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모든 것이 칭찬받을 수는 없다. 나 스스로도 못 하는 일이다. 그런데 미움받는 걸 겁내지 말라? 나를 더 사랑하라? 상처받지 않는 법? 그런 게 과연 존재할까? 미움받지 않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 더 철저히 숨기는 것이 제일 빠른 해답이지 않을까? 완벽하지 못한 게 사람이다. 그렇기에 휴대폰에 비밀 패턴을 걸어두듯 완벽하지 않은 나를 타인으로부터 비공개로 걸어두는 것일지도 모른다. 부정을 긍정으로 받아들이는 힘? 그건 어쩌면 '잘 숨겨 두는 것'이지 않을까? 휴대폰 잠금장치처럼 말이다.

김하나 〈극단 난연 대표〉

기자 이미지

박진관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