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영남일보 책읽기상] 중·고등부 최우수상(대구시교육감상)…조민서(시지중 3년) '내 꿈의 좌표를 찾아서'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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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10   |  발행일 2020-12-10 제18면   |  수정 2020-12-10
"인생 설계하며 성장해 가는 모습 인상 깊어"

나는 우리 집의 최고의 기쁨이었다. 학교 준비물, 학교 숙제, 학교 시험 준비 등 모든 것을 스스로 했고, 내 꿈의 좌표도 일찍 찾았다. 어릴 때부터 교사가 되겠다는 꿈을 품은 채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초등학교 5학년때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은 내 꿈을 확고히 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은 내가 살고 있는 대구에도 영향을 미쳤고 학생들을 대피시키는 담임선생님의 멋진 모습에 반해 단 한 번도 교사의 꿈을 접어본적이 없었다. 중학교 1학년 때까지는.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내가 정말 교사가 되고 싶은 걸까?' 라는 의구심이 생기면서 그 확고한 꿈이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는 내 모습에 그 동안 너무 잘한 탓인지, 부모님의 기대가 너무 큰 탓인지, 나는 우리 부모님에게 갑자기 슬픔으로 다가왔다.

도시에서 태어나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도시에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나는 이 책의 네 명의 단짝 정이, 나혜, 민서, 영진의 이야기가 전부 이해는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좁은 시골의 빈 공간에 채워진 것들을 활용하여 학창시절을 추억으로 물들이고, 훗날 그것이 밑거름이 되어 정이는 커피 회사에서, 민서는 디자이너의 꿈을, 나혜는 제빵사로, 영진은 경영학을, 모두 자신만의 인생을 설계하며 성장해가는 모습이 나에게 강한 인상으로 다가왔다.

사실 우리 엄마도 작은 어촌마을에 살면서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성게를 칼로 까서 핀셋으로 성게 알을 고르는 일을 하셨다. 이렇게 골라낸 알은 일본으로 수출되고 4시간의 고된 작업이 끝나면 500원을 받는다.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동아 전과를 사기 위함이다. 엄마의 작은 어촌 마을도 오동면의 어른들처럼 아이들의 뒤치다꺼리를 세세하게 할 만큼 여유가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 엄마는 아직까지 동아 전과를 고집하신다. 필요가 없는데도 동아전과를 사시는 이유가 그때의 아련한 추억 때문이겠지. 난 그 당시 엄마의 세계를 이해할 수 없었으나 오동면의 네 친구들이 시골 마을에 카페 공장을 차리면서 자신들의 삶으로 차곡차곡 채우는 모습을 보면서 어느 정도 우리 엄마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었다. 엄마가 살던 시골에도 학원이 없었으며 바다와 산 전체가 놀이터고 마을 빈 공간은 무한한 상상력에 의해 채워졌을테니깐. 엄마도 그 속에서 꿈을 찾은 것이다.

내 꿈을 다시 설계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할머니의 폐렴 증상으로 갑자기 종합병원에 입원하는 날. 난 드디어 내 꿈의 좌표를 찾았다.

종합병원 응급실은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 할머니의 입원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입원은 고사하고 응급실 침대를 얻기 위한 어른들의 처절한 투쟁이 전쟁터 같았다. 침대를 내놓으라며 욕설하는 사람들과 바닥에 드러누워 입원을 시켜달라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결국 우리 할머니는 응급실 침대를 얻지 못해 간이 의자 몇 개를 붙여 겨우 잠이 드셨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엄마의 눈물 속에서 성적에 밀려 포기한 꿈이 다시 샘솟기 시작했다. 당뇨병과 고혈압, 뇌경색을 앓고 계시는 할머니의 병을 내 손으로 치료해드리고 싶다고 늘 생각했다. 그 꿈이 우연한 계기에 의해 다시 피어나고 있었다.

그날 밤, 병원 모퉁이에서 나는 엄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의사가 되긴 지금 성적이 많이 모자라지만 엄마는 내게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명언과 함께 나의 꿈을 지지해주셨다. 나의 도전이 무모할지도 모르지만 이 꿈을 발판삼아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또 다른 직업을 위해 나아가지 않을까?


조민서(시지중3년)

"잊고 있었던 꿈 다시 찾게 돼"
수상 소감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로 명절날 할머니 댁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연휴 5일의 시간을 어떻게 하면 유익하게 보낼 수 있을지 고민 끝에 책을 읽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우연한 계기로 공모전을 알게 되었고 부모님의 권유로 공모전에도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평소에 글을 많이 써보지 않아 글쓰기에 자신이 없었던 터라 갑작스런 수상소식에 너무나 기뻤습니다.

특히 고등학교 결정을 앞둔 중3이기에 꿈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카페, 공장'이라는 책을 읽고 잊고 있었던 저의 꿈을 다시 결정하는데 큰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네 소녀들이 당당하게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여 성장해나가듯이 저 또한 인생을 설계해 나가는데 많은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여행 등 직접적인 경험이 불가능한 시대에 독서라는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서도 생각하는 힘과 인생의 갈림길에서 후회 없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정표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상이라는 영광을 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리며 다 같이 코로나를 이겨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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