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영남일보 책읽기상] 심사평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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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10   |  발행일 2020-12-10 제18면   |  수정 2020-12-10
예년보다 수준 높은 작품들 많아
지나친 비문·첨삭, 글쓰기 악영향

영남일보가 연중 캠페인 '책을 읽읍시다'를 통해 지속적으로 책읽기 운동을 펼쳐온 지 27년째다. 독서 인구가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영남일보의 '책읽기 상 독서감상문 공모전'에 대한 변함없는 관심에 감사드린다.

<대학·일반부 심사평>

▶대학 일반부는 여러 작품 중 '일의 기쁨과 슬픔'(8명), '역사의 쓸모'(4명), '내게 무해한 사람'(3명),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2명), '1㎝ 다이빙'(2명) 작품을 읽고 글을 쓴 감상문이 많았다.

고민 끝에 허서진(대구 동구)씨의 '토닥토닥, 위로의 시간을 읽다' 제하의 글을 최우수작으로 선정했다. 이 작품은 책 '일의 기쁨과 슬픔' 감상문으로, 책의 주제와 자신의 체험을 잘 연결시킨 점이 돋보였다. 표현력과 묘사력도 좋았고, 특히 간결한 문장으로 전달력을 높인 점도 좋았다. 책 속 여러 인물이 고행을 견뎌내고 있는 상황을 '"우리, 그래도 잘 살아내고 있네요." 그들이 내게 말을 건다. 기쁨으로 슬픔을 다독이며 주어진 현실을 묵묵히 살아내고 있는 책 속 여러 인물이 말이다'라는 문장으로 글을 시작한 점이 참신했다.

우수작으로는 김봉성(경산시 임당동)씨의 'Die-Being에서 Diving으로'(1㎝ 다이빙), 호현지(서울시 강동구)씨의 '네게 유해한 사람'을 뽑았다. 두 작품은 책을 읽고 느낀 바를 호소력 있는 문장으로 명료하게 표현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간결한 표현력에다 비유 능력도 좋았다. 호현지씨는 특히 책 제목 '내게 무해한'을 정반대로 '네게 유해한'으로 풀어간 창의성이 참신했다.

전반적으로 일정 수준을 갖춘 작품이 많았다. 그러나 주어 동사 간 연결이 매끄럽지 못한 비문, 자격격 조사(서)와 기구격 조사(써)의 혼동, 채와 체의 용법 잘못 등 사소한 결함이 작품 완성도를 깎아 먹는 작품이 많아 아쉬웠다.

<중·고등부 심사평>

▶중고등부 응모 작품을 심사하는 내내 글솜씨가 뛰어난 것은 물론 자신의 처지와 자라온 환경을 대비해서 감상문을 쓴 경우가 매우 많아서 놀랐다. 예년에 비해 높은 수준의 감상문을 접하면서 향후 응모했던 친구들이 앞으로 문학계는 물론 언론에서도 재능을 발휘할 재목들임을 확인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론 기뻤다.

응모작 가운데 최우수상으로 조민서(시지중 3년)양과 고예은(영주 영광여고 3년)양을 뽑았다. 조양은 '내 꿈의 좌표를 찾아서'란 책을 읽은 뒤 독후감을 썼다. 책의 내용을 소개하면서 글의 전개를 시작했고, 작은 어촌마을에서 태어난 조양의 어머니가 초등학교 4학년 때 모출판사에서 발간한 전과를 사기 위해 핀셋으로 성게알을 골라내는 일을 했다는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현재도 조양의 어머니는 '전과라면 이 출판사가 발행한 것이 최고'라는 뒷얘기도 덧붙이면서 자신의 꿈을 키워가겠다고 다짐했다.

고양은 '귤의 맛'이란 책을 읽고 독후감을 작성했다. '초록색일 때 수확해서 혼자 익은 귤, 그리고 나무와 햇볕에서 끝까지 영양분을 받은 귤, 이미 가지를 잘린 후 제한된 양분만 가지고 덩치를 키우고 맛을 채우며, 자라는 열매들'이라는 부분을 발췌한 뒤 자신은 마지막 귤에 해당되지만 앞으로 자신이 원하는 향과 맛을 찾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책 속의 감명 받은 글귀를 뽑은 뒤 거기에 자신의 꿈과 인생을 접목하면서 전개를 한 점이 특이했다.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나 그 수준에 맞는 단어나 어휘를 구사하는 게 심사위원들은 눈길을 끌 수 있고, 우리 주변에 흔히 접하는 에피소드나 경험을 빌려서 독후감을 쓰면 더욱 감칠맛이 날 수 있다. 지나친 첨삭은 글쓰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초등부 심사평>

▶초등부는 전체적으로 응모작의 수준이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단번에 최우수작으로 꼽을 만한, 눈에 띄는 작품을 찾기가 어려워 아쉬웠다. 최우수작, 우수작, 특별상 후보작 5편을 고른 후 서너 차례 읽어가며 책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고 자신만의 생각을 진솔하게 담아낸 작품을 최우수작으로 뽑았다. 최우수작 2편 모두 저학년생이 쓴 작품인 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읽은 책의 내용과 주제를 충분히 이해하고 글의 내용에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을 잘 연결해 표현했다. 반장선거에 떨어진 것이 계기가 돼 독후감 쓸 책 '행운을 부르는 연습장'을 골랐다고 솔직하게 밝힌 강동호(대구 아양초등 3년)군, 책 속 주인공이 구구단을 외우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자신 역시 구구단을 외우지 못해 엄마에게 혼났던 때가 있었다고 고백한 박연우(창원 가포초등 2년)군의 글이 특히 심사위원의 마음에 와닿았다.

초등부 전체의 독후감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성의있게 쓴 글과 그렇지 않은 글의 수준차가 컸다. 틀에 박힌 상투적인 표현, 주어와 동사의 연결이 안 되는 비문이 자주 눈에 띄었다. 써놓고 꼼꼼히 한두 번 읽어보면 충분히 고칠 수 있는 사소한 오·탈자도 심심찮게 나왔다. 초등부 심사에서는 응모작의 학년을 먼저 본 뒤 작품을 읽는다. 해당 학년의 수준에 맞는 글인지, 부모님이나 전문가 등의 도움을 받았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다. 올해도 어휘 사용, 문장 구성 등에서 대필이 의심되는 작품이 있었다. 약간 어설프지만 나이에 맞게 솔직하고 창의적으로 쓴 글에 좀 더 높은 점수를 줬다.


■ 심사위원=영남일보 이재윤·원도혁·장용택·김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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