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연화 'Flow'
"제 작품을 통해 그동안 잊고 살았던 행복했던 순간의 기억을 잠시나마 떠올릴 수 있었으면 합니다."
갤러리동원 앞산점은 오는 26일까지 성연화 작가 초대 개인전 'Flow(흐름)'展(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성 작가는 단순한 '선(線)'을 넘어 작가가 살아온 시간의 흔적을 담은 회화 작품 24점을 선보인다. 있는 듯 없는 듯 무심한 선과 여백의 존재는 평화롭고도 포근한 느낌을 관람객에게 선사한다.
'평온(serenity)'과 '정체성(Identity)' '흐름(Flow)' 시리즈 작품들을 골고루 만날 수 있다. 세 시리즈의 소재는 모두 한지다. 한지 위 화선지에 안료를 쌓아 올리고 선을 넣으면 성 작가만의 절제된 감각을 담은 작품이 탄생한다.
평온 시리즈는 성 작가의 어린 시절 따뜻했던 기억들에서 비롯됐다. 낙엽을 코팅해 만든 엽서, 대청마루에서 어머니의 품에 누워 잠들었던 추억, 은은한 커피의 향이 전해주는 특유의 느낌에서 비롯된 감각의 흔적을 시각화했다.

성연화 'serenity'

갤러리동원 앞산점에 성연화 작가의 정체성 시리즈 작품이 전시 중이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정체성 시리즈 작품들은 성 작가의 감정을 선으로 표현한 것이다. 평온 시리즈가 과거의 자신과 연결돼 있다면 정체성 시리즈는 현재의 자신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인위적 선 긋기가 아닌 그 어떤 특정한 순간의 감정을 담아내려 했으며, 작품 속 넉넉한 여백은 그림을 보는 이와 소통하려는 작가의 바람을 담고 있다.
흐름 시리즈는 취업과 결혼 등 전형적 삶에 대한 현대인들의 고민에서 비롯됐다.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녹색과 푸른색의 은은한 농담(濃淡)은 단순한 그라디에이션(색조, 명암, 질감의 변화)을 넘어 느림의 미학과 아날로그적 감성을 품고 있다. 자연의 모습처럼 나 역시 나만의 흐름데로 살아갈 것이한 희망을 품고 있다. 작품에는 마치 수련의 과정처럼 고도의 집중력이 투입됐다. 향을 이용해 테두리를 불태운 직사각형 형태의 화선지를 한지 위에 붙이고 채색하면 작품이 완성된다.
서예를 전공한 작가의 이력에도 눈길이 간다. 어린 시절 붓을 들기 시작하면서부터 서예와 회화를 함께 공부했다. 이후 대학 학부에서 서예를 전공한 성 작가는 현대서예를 접하면서 다양한 감정의 표현에 눈을 떴다. 일본 유학 후에는 한지의 물성 등을 연구하며 지금에 이르게 됐다.

성연화 작가가 갤러리동원 앞산점에 전시된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성연화 작가는 "청소년기 때부터 아날로그적인 아늑한 느낌의 감정이 좋았다. 작업을 하며 욕심내지 않고 평온한 감정을 담으려 애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함 속에서 나를 표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무심히 던진 선 하나가 울림을 줄 수 있다는 믿음을 작품에 투영하려 노력했다. 내가 전하고자 하는 진심이 온전히 관람객에게 전달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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