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오전 10시30분 권영진 의원(왼쪽)이 대구시당위원장 후보 사퇴 기자회견을 가진 뒤 이인선 의원(오른쪽)과 함께 손을 잡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차기 국민의힘 대구시당위원장에 출마를 공식 선언했던 권영진 의원(대구 달서구병)이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후보 등록 이틀 만이다.
권 의원은 11일 오전 10시30분 국민의힘 대구시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부로 대구시당위원장 후보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지난 9일 대선 패배 후 어려움에 처한 대구를 정치권과 국회가 든든하게 뒷받침하고 당의 변화와 혁신을 대구에서부터 실천하겠다는 각오로 대구시당위원장에 출마했으나, 이인선 의원이 제가 제시한 5대 비전과 15대 약속을 성실히 실천한다고 약속했기에 제가 사퇴라는 통 큰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출마 이후 시당위원장 자리를 두고 다퉈서는 안 된다는 우려와 공천권에 욕심을 낸다는 비난을 받았다"며 "또, 아직 새로운 도전과 치열한 경쟁을 흔쾌히 받아들이기에는 우리 지역사회가 시기상조라는 사실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시점에서 제가 먼저 내려놓고 양보하는 것이 대구와 당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게 됐다"면서 "대구의 위기 극복과 정치 혁신을 위한 충정은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어느 정도 전달됐고, 지역사회에 작은 울림을 주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윤재옥 의원의 중재로 이인선 의원을 만났다. 두 사람이 우리 지역을 위해 힘을 합쳐 일해야 하는데, 어려운 시기에 경선으로 의원들과 당원들이 나눠지는 것이 분열로 보일 수 있고, 의원들이 모여 정한 기준을 번복할 수 없으니 통 크게 받아달라고 하셔서 제안을 받아들이게 됐다"고 말했다.
또, "이 의원이 대구시당위원장으로서 제가 다 하지 못한 일을 더 잘해 주시리라 기대하고 응원하겠다"며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통한 지방살리기에 앞장서면서 야당 의원으로서 의정활동과 대여투쟁에 더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권 의원이 출마 때 약속했던 것을 제가 다 같이 힘을 합치고 역할 분담해서 추진할 생각"이라며 "대구가 거센 파도가 밀려오고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윤 의원의 중재가 좋은 결과가 돼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합의에 이른 두 의원은 향후 시당위원장직이 시당대회를 통한 선출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
이 의원은 "누구든지 경쟁할 수 있도록 오픈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엔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경쟁을 하게 되면 축제 분위기보다는 갈라치기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앞으론 오픈해서 경쟁하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이제 시작이라고 보면 된다. 대구시당도 더 넓게, 더 많은 당원들이 자기 권한을 가지고 참여하는 열린 시당으로 가고, 시당위원장 선거도 그런 방향으로 가는 출발은 했다"며 "다만 이번에 끝까지 실현하지 못한 것은 시기적으로 안 좋았기 때문이다. 화두를 던졌기 때문에 다음에는 아름다운 경쟁으로 만들어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권 의원이 제안한 공약 중 공천평가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이 의원은 "평가시스템 없이 사적으로 흐르던 게 공천에서 잡음을 만들었다. 아직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당원들이 여러 방법으로 봉사하고 힘쓰는 것들을 평가해서 기준을 세워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권 의원이 후보 등록 이틀 만에 사퇴함에 따라 이인선 의원(대구 수성구을)이 단독 출마한 상태가 됐다. 국민의힘 대구시당은 12일 당헌·당규에 따라 운영위원회를 열고 이 의원을 시당위원장으로 선출할 예정이다.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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