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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미진〈미술평론가〉 |
오늘날 경쟁사회에서 우리는 너무나 많은 짐들을 마음속에 재워놓고 살고 있고, 또 어깨위에도 무겁게 올려놓고 산다. 문득 조주선사 일화가 떠오른다. 선사를 방문한 제자 한 사람이 말했다.
"이렇게 빈 손으로 왔습니다." 선사의 대답, "그렇다면 거기 내려 놓게!." 제자 왈, "아무것도 갖고 오지 못했는데 무얼 내려놓으라는 말씀입니까?". 선사 왈 "그럼 계속해서 들고 있게나!".
우리가 내려 놓지 못하고 계속해서 들고 있는 짐, 문제는 빈 손이 아니라 '빈 마음'이다. 우리는 온갖 마음의 등짐을 내려 놓지 못하고 산다. 사람 사는 일이 혼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보면,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또 한 가지 일을 벌려 놓고 보면 두 가지 근심이 생기게 되고, 점점 그물에 걸린 물고기처럼 빠져 나올 길 없이 얽혀들게 된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모든 것이 마음자리의 문제다. 그물을 만들어 가는 것도 마음이고, 잔뜩 등짐을 만들어 가는 것도 마음이다. 온갖 부담과 오해와 갈등, 미움과 증오, 심지어 정이나 사랑도 알고 보면 마음의 등짐이다. 오래전 이사를 하고 나서 쓴 시 한 편이 생각난다. "…어둠 속, 홀로 깊은/ 사람의 집들/ 끝내 짐부려 놓을 데 없는 이승의 이사였구나." 어디로 옮겨 앉은들 마음자리가 홀연하지 못하면 어깨 위의 짐을 내려놓지 못하고 산다. 가재도구야 이리저리 옮기기도 하고 다른 곳에 부려놓을 수도 있지만, 마음의 짐들은 옮기기도 힘들고, 늘 앉은 자리에서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해결이 안 되면 계속 들고 있을 수밖에 도리가 없다. 그러니 사는 일이 곧 수행이라는 말이 맞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지혜가 생겨간다면, 그건 바로 하나씩 등짐을 내려놓아가는 일이다. 더 이상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없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허허롭게 되어야 발걸음도 가벼워진다. 자기중심의 아집을 버리고 나면 더 이상 그물에 걸릴 물고기도 없고 바람처럼 홀연해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미움과 증오심 같은 짐이야말로 가장 사람을 상하게 하고 상대방보다도 자신을 더 무겁게 하는 짐이다. 사람이란 누구나 완벽하지 못한 존재이고, 그러므로 다들 허공을 안고 산다. 그 허공을 메우기 위하여 때로 사람들은 가식의 얼굴을 만들어가고 자신의 치부와 어리석음을 도금(鍍金)해가기도 한다. 그러나 허공이 어찌 황금으론들 도금될 수 있을까….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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