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이겨도 이기는 게 아닌, 대화를 넘어서…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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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29  |  수정 2020-12-29 08:11  |  발행일 2020-12-29 제15면

이원호
이원호〈상화기념관 이장가문화관장〉

지난 24일 크리스마스이브, 2016년부터 끌어오던 영국의 EU탈퇴 협상이 마무리되었다.

"2066년 어느 날, 브뤼셀에서는 50년째 정기적으로 영국의 브렉시트 연기 요청이 이어져오고 있는데 이 유래를 아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지만…"이란 식의 자조적인 농담이 나올 정도로 탈퇴 연기 요청은 지루한 과정이었다. 한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이렇게 복잡하게 얽힌 문제를 대화로 과연 풀 수 있을까 라는 것이 궁금해서 관심을 가졌던 사안이다.

영국과 EU 간 2019년 기준 연간 교역규모가 1천조원을 넘는다고 하니 문제가 복잡하지 않다면 오히려 이상하다. 관세, 아일랜드-북아일랜드 국경, 시민권, 영국 영해에서의 어업 쿼터권이 주요 쟁점 사안이었는데 여기에 백스톱(안전장치)에 대한 이슈까지 불거지면서 갈등은 이어져 왔다.

협상은 일반적으로 돈과 시간이 많은 것이 유리하게 작용한다. 유리한 측이 끝까지 자기주장을 밀어붙일 수도 있다. 혹은 더 큰 것을 위해 서로 양보하거나 아예 협상을 포기할 수도 있다. 모두 다 협상의 모습인데, EU와 영국의 협상은 서로 조금씩 양보해 가면서 성과를 이루었다는 게 가장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협상 결과가 유리하거나 불리할 수도 있지만 승패보다 '조화로운 삶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협상의 진정한 목적이기 때문이다. 승패를 떠나 다시 이 사람과 일하고 싶고, 협상하고 싶게 만드는 것이 협상의 본질이라고 우리는 협상론 첫 장에서 배운다.

상대방이 있는 대화는 목적을 가지기도 하고 가지지 않기도 한다. 사교적인 대화나 감정 표현은 그 목적을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 반면 협상 혹은 공적인 대화는 목적과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상대에 대한 존중 없이 일방적으로 자기주장만 하거나, 오직 싸우기 위해서 대화하고, 자기가 얻지 못하는 것을 상대방도 못 가지게 하겠다고 하는 것은 좋은 협상은커녕 제대로 된 대화가 아니다.

우리는 역사로부터 배우는데, 동시대 역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이권이 실타래처럼 엮여있던 두 나라의 협상이 현명하게 대화로 풀리는 걸 보며, 상대방도 존중하고 나 자신도 만족할 수 있는 공적 대화가 우리도 가능하다는 것을 되새겨 보았으면 좋겠다.

이원호〈상화기념관 이장가문화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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