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영남일보 문학상] 심사평 현실감각과 상상력 균형감 월등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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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1-01 08:25  |  수정 2021-01-01 08:38  |  발행일 2021-01-01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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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영남일보 문학상' 소설 부문에는 233편의 작품이 접수돼 10편이 본심에 올랐다.

코로나19로 세상이 몸살을 앓은 올해 문학도들은 무엇을 주목하고, 어떻게 해석했을까. 본심에 넘어온 작품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가 여느 해보다 컸다. 소설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곤혹과 딜레마를 가장 첨예하게 다루는 서사예술이고, 그 최전선에 서 있는 사람이 신춘문예에 도전하는 문학도들이기 때문이다.

예심을 통과한 10편의 작품 세계는 의외로 다채로웠다. 오늘도 변함없이 삶의 현장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들, 아픔을 다독이며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가족들, 국경을 넘나들며 편견과 차별을 몸으로 견뎌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유형화해 나누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모두가 코로나19에 억눌려 산 한 해였는데도 이토록 다양한 시선으로 인간을 바라보고 세상을 해석하며, 개성적인 서사의 세계를 구축해낸 문학도들의 능력과 열정이 새삼 경이로웠다.

'도크장'과 '신박한 것으로의 초대'는 우리 시대의 고단한 삶의 현장을 가장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용접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도크장'은 현장감 넘치는 장면구축 능력이 돋보였다. 갈등구조가 지나치게 거칠고 상투적인 것이 못내 아쉬웠다. 같은 항공사에 근무했던 스튜어드와 조종사의 이야기를 다룬 '신박한 것으로의 초대'는 코로나19가 바꿔놓은 인생을 흥미롭게 보여주었지만, 느슨하고 모호한 관계가 안타까웠다.

'푸르고 깊은' '오류' '몸에 그린 벽화'도 개성이 돋보이는 작품이었지만 완성도가 살짝 아쉬웠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손에 남은 작품은 '브레이크 타임'과 '수달'이었다. '브레이크 타임'은 일식집 주방장의 섬세한 심리묘사와 감각적인 문장이 뛰어났다.

평범한 일상을 통해 독자들의 오감을 일깨우고 자극하는 솜씨가 일품이었다. 이 작품을 끝까지 지지하지 못한 이유는 구체화의 능력에 비해 추상화의 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수달'은 현실을 은유하는 솜씨가 돋보이는 수작이었다. 아이를 바다에서 잃고 욕조에 물을 채우고, 끝내는 욕실의 문을 잠그고 차오는 물속에 자신을 맡기는 사내의 삶이 읽는 이의 마음을 흔드는 힘을 발휘했다. 사내가 직면한 상황을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하는 마무리가 아쉬웠지만, 작가가 지닌 현실 감각과 상상력의 균형감이 월등하다는 점에 우리는 의견을 같이했다. 당선을 축하한다. 이번에 아쉽게 기회를 얻지 못한 응모자들에게도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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