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김수호〈법무법인 우리하나로 변호사〉 |
학창시절, 여고는 금남의 장소였다. 그런데 1년에 한번 여고의 정문이 열리는 때가 있었으니, 햇살 좋은 가을날 예술제 기간이었다.
남학생들은 염불보다는 잿밥이라고, 예술제보다는 다른 목적에서 근처 여고를 찾아갔다. 반대로 여학생들은 남고를 찾아와서 시화, 사진, 서예, 미술작품을 감상했다. 그렇지만 나는 단 한 번도 참여하지 못했다. 작품을 낼 실력도 없었지만, 비용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수십 년이 흘러 그 한(?)을 풀 기회가 왔다. 2019년 대구변호사회에서 예술제를 개최하는데, 출품하라는 거다. 좋은 행사이기는 하지만, '출품했다가 창피만 당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러나 '전문작가도 아닌데 좀 모자란들 어때'라는 생각에 시 한 점을 내었다. 그리고 대구변호사회 변호사들과 교류 방문을 하는 일본 히로시마 변호사회 변호사, 광주변호사회 소속 변호사, 사무직원들도 기꺼이 출품했다. 재작년 10월 마지막 주에 범어아트스트리트에 약 40점의 시화, 사진, 서각 작품이 걸렸다. 내가 낸 시화도 있었다. 내가 쓴 시가 여기에 걸리다니… 신기하기도 했고, 뿌듯하기도 했다. 지나가는 시민들도 '변호사들이 이런 감성도 가지고 있었나'라고 하면서 관람했다.
작년 예술제는 '저 정도면 나도 할 수 있다'라고 용기(?)를 얻은 다른 변호사들이 더 많은 작품을 내는 바람에 성황리에 열렸다. 코로나19로 다른 행사를 할 수 없었는데, 예술제만은 개최할 수 있었다. 나는 시화에다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까지 출품했다. 행사가 끝난 후 그 작품을 내 사무실과 집에 걸었다.
마음 깊숙이 묻어두었던 시적 감성을 되살려 시를 쓰거나 지나가는 풍경 속에서 순간을 포착한 사진을 찍어 집이나 직장에서 작품전을 해 보는 건 어떨까.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요새 휴대폰은 웬만한 카메라만큼 되기 때문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괜찮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자신이 쓴 시나 사진을 집이나 사무실에 걸어두면 분위기가 바뀐다. 그리 큰 비용이 아니니까, 그 비용을 사업주가 부담해 주면 더 좋은 일이다. 아마 투자한 비용보다는 훨씬 큰 이익이 돌아올 것이다.
박진관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