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유튜브, '엄근진' 벗고 '공감' 충전…구독자·조회수 급증

  • 양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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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1-20 07:19  |  수정 2021-01-20 07:24  |  발행일 2021-01-20 제3면
경북도 공식채널 '보이소 TV' 시리즈
공무원 직접 출연 발연기로 재미 더해
지역 명소·특산물 소개 뜨거운 호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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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가 만드는 유튜브도 콘텐츠만 좋으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경북도 공식 유튜브 보이소 TV는 유명 헬스 트레이너 양치승씨를 등장시키는 등 눈길 끄는 다양한 콘텐츠로 구독자 10만명을 달성했다. 〈경북도 제공〉

서슬 퍼렇던 제5공화국 시절 '9시 땡'과 함께 TV 뉴스는 언제나 "전두환 대통령께서는~"으로 시작했다. 검정 슈트·흰색 와이셔츠에 넥타이·무테안경·정갈한 2대 8 가르마를 한 엄근진(엄격·근엄·진지) 앵커의 모습을 떠올리면 지자체의 공식 홍보채널도 '땡전 뉴스'와 다를 바 없다는 선입관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점잖고 뻔한 콘텐츠를 지양하겠다'는 시도에서 출발한 경북도 공식 유튜브 '보이소 TV'는 이와는 다르다. 전문 연기 경험이 없는 도청 공무원이 직접 출연해 콘텐츠에 '병맛'을 더했다. 기성세대의 눈에는 어색한 연기·조잡한 화면 등이 불편할 수 있겠지만 이 같은 B급 감성을 바탕으로 보이소 TV는 구독자가 급증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틀을 깨부순다

경북도 유튜브가 구독자 증가를 이끌어 낸 비결은 '공공기관의 틀을 깨부순' 콘텐츠를 게시했기 때문이다.

틀을 깨부순 대표적 사례가 '니 지금 뭐하노' 코너다. 도청 공무원이 직접 출현하는 체험형 콘텐츠인 이 코너는 '재미있는 콘텐츠가 나올 때까지, 구독자가 폭발할 때까지 계속 찍는다'를 콘셉트로 잡았다. 유명 헬스트레이너 양치승이 출연했을 때는, 이른바 '헬린이'(헬스+어린이·헬스 초보자를 뜻하는 신조어)인 도청 공무원들이 겪는 에피소드를 그려냈다. 트레이너(양치승)의 계속되는 다그침에 몰래 빵을 나눠 먹는 모습, 헬스장을 도망치다 붙잡히는 모습 등을 담았다. 코로나19로 야외 활동이 제한된 상황에서 홈트레이닝 요령을 전한 건 덤이었다.

뿐만 아니다. 홍보영상을 촬영하는 공무원의 하루일과를 '니 지금 뭐하노' 코너에 녹였다. 의성 펫월드·삽살개 육종연구소 등의 홍보 영상을 촬영하는 과정을 콘텐츠화한 것. 연기를 전문으로 배운 적 없는 도청 공무원의 발연기와 실제 상황이 빚어낸 어색함은 구독자의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파격적 시도에도 정책 알림이라는 본연의 기능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광화문집회 참가자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했던 지난해 9월. 보이소 TV는 추석을 앞두고 '올해보다 오래'라는 콘텐츠를 주기적으로 게시했다.

장수환 경북도 뉴미디어팀장은 "경직된 콘텐츠보다는 구독자나 도민의 '재미' '참여' 등을 이끌어낼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목표"라며 "올해 50만 구독자 달성을 위한 고정 구독자 확보, 지역 청년 크리에이터·스토리테러 발굴 등에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

보이소TV는 '우리동네 자랑 시리즈'를 통해 경북 대표 농·특산물과 제품을 소개한다. 제목부터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뚜렷한 목적이 보이는 이 콘텐츠는 울릉도 호박엿·울진 대게·경주 토마토·고령 딸기·안동 생강청 등을 소개하고 영상 밑에 링크를 통해 제품을 직접 판매하고 있다. 지역 농특산물을 소개하다가 자연스럽게 홈쇼핑을 연상시키는 화면으로 전환해 시청자의 지갑을 여는 것.

특산품 홍보와 판로 개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시도 덕분에 지난해 경북 농·특산물 판매 쇼핑몰 사이소 판매액은 2019년 대비 2배 이상 상승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도정 홍보를 위해 개설된 유튜브 채널이 홈쇼핑 채널로 변모한 셈이다.

관광객의 발길을 재촉하는 콘텐츠도 많다. '경북' 하면 잘 알려진 불국사·석굴암·호미곶 등 유명 관광지가 아닌 '한 번쯤 가볼 만한 경북의 숨은 명소'들을 주로 소개하고 있다.

반응 또한 뜨겁다. 지역민들은 '미처 알지 못했던 지역의 명소·특산품'을 알게 돼 고무적인 반응이고, 타 지역민들은 '코로나19가 사라지는 그날, 꼭 한번 찾아가서 먹고 보고 즐기고 싶은 곳'을 알게 됐다는 반응이다.

최영숙 경북도 대변인은 "단순히 우리 경북의 관광지·특산물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민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할 계획"이라며 "코로나19 시대에 발맞춰 지역경제가 다시 활성화될 수 있도록 보이소 TV가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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