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로코코 미술과 가치 있는 사람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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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1-25 08:25  |  수정 2021-01-25 08:29  |  발행일 2021-01-25 제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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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숙〈미술평론가〉

18세기 프랑스 사회는 절대왕정 루이 14세가 사망한 후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나이가 어렸던 루이 15세를 대신해 오를레앙 필립공작의 섭정 정치가 시작된 것. 베르사유 궁전에서 루이 14세의 감시를 받으며 살았던 귀족들이 마침내 자유로워지며 파리에 새로운 저택을 짓기 시작했다. 이에 귀족의 취향을 반영한 듯 사치스럽고 호화스러우며 장식적인 로코코 미술이 발달하게 됐다.

로코코 미술은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극단적으로 화려하고 곡선적이며 섬세한 미술양식이다. 귀족들은 높아진 부와 권력을 보여주기 위해 앞다투어 미술품을 구입했다. 밝고 우아하며 경쾌한 로코코풍 색채는 귀족들의 저택 실내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특히 루이 15세의 연인이었던 마담 드 풍파두르 후작부인은 프랑수아 부셰와 같은 뛰어난 화가들을 후원했으며 부셰로부터 당시 귀족층이 선망하던 사랑과 신화적 주제가 아름답게 그려졌다. 이후 부셰의 제자 프라고나르의 작품에서 더 화려하고 향락적인 성향이 짙어지게 되었다.

파리에서 유행한 로코코 미술양식은 서유럽과 알프스 북부까지 널리 퍼졌으며, 왕족과 귀족층을 중심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프랑스에서 계몽주의 사상이 팽배하면서부터 귀족보다는 시민층의 목소리가 커졌고 쇠퇴하게 되었다. 이후 계몽주의자들의 영향으로 로코코풍 미술에 반대하는 신고전주의 미술 양식이 탄생하게 된다.

후대에 아름다운 작품을 남겼지만, 당시 상류층의 사치스러운 생활은 시민층의 불만을 고조시키고 프랑스혁명으로까지 이어졌다. 오늘날 값비싼 자동차, 호화로운 주택, 각종 명품, 보석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과시욕은 오스트리아의 정신의학자 아들러(Alfred Adler)의 '열등감 콤플렉스'로 설명할 수 있다. 이는 콤플렉스로 말미암아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려는 보상심리라 할 수 있다.

실제 가시적인 것을 중요시하며 옷, 구두, 가방 등을 명품으로 치장하는 지인이 있다. 늘 본인이 쇼핑하는 이야기를 하거나 새로운 명품을 사서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은 대부분 예의상 좋은 반응을 보이지만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듯했다. 명품을 제외한 이야기에서는 말수가 줄고 공허함마저 느껴졌다. 지인의 과시적 소비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필요 이상의 사치보다 스스로가 더 가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어떨까. 구본숙〈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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