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명사, 동사 그리고 부사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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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2-09 07:48  |  수정 2021-02-09 07:57  |  발행일 2021-02-09 제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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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호〈법무법인 우리하나로 변호사〉

명사, 동사, 부사라고 하니까 '국어공부'라고 하실 분이 있으실 것 같다. 그러나 그건 아니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관한 문제다.

'나는 국어공부를 잘한다'라는 문장에서 '국어공부'는 명사이고, '한다'는 동사이며, '잘'은 부사다. 사람은 우선 학교, 직장, 사업 등 할 일을 선택해야 한다. 그래서 사람은 '무슨 일' 즉 '명사'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렇지만 그 '무슨 일'이 나쁜 것이 아닌 다음에야 어떤 일을 택하든 그리 중요하지 않다. 어학공부를 선택했다면 '국어'나 '영어'나 별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다음에는 '동사', 즉 행동이 중요해진다. 무슨 일을 선택했다고 해서 그 일이 이뤄지는 건 아니다. 행동으로 옮겨야만 뭔가 이뤄지고 결과가 남는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이다. '국어공부'를 선택해서 책을 열심히 보더라도, 목적과 방법에서 적절하지 않으면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언론에서 좋다는 이유로, 남들이 많이 간다는 이유로 맹목적으로 어떤 일을 선택해서 좋은 성과가 나는 경우는 드물다. 많은 학생이 대학 입학 후 재수 또는 반수를 택한다. 힘들게 입사한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 방법이 좋지 않으면 아무리 열심히 해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기본기를 제대로 배우지 않고 잘못된 자세로 슛 연습을 천 번 해도 뛰어난 선수가 되기 힘들다. 바둑 10급끼리 1천판을 두더라도 10급을 벗어나기 어렵다.

가장 기본은 자신의 적성과 능력이다. 모든 분야에서 적성과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은 드물다.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하더라도 대학에서 학문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는 경우도 많다. 지금 유명한 가수나 배우들이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어 보지 못했다. 적성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 '잘' 할 수 있다.

합격과 탈락이 교차하는 입시철이다. 그리고 졸업과 입학이 이어진다. 수많은 사람이 학교와 전공, 더 나아가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 그 기준은 '명사' '동사', 그리고 '부사' 중 어디가 되어야 할까. 인생에서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 이 글은 작은 아들로부터 들은 '중요한 건 동사다'라는 말에서 시작되었다. 작은 아들, 고맙다.
김수호〈법무법인 우리하나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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