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創業(창업)과 守成(수성)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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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03   |  발행일 2021-03-03 제26면   |  수정 2021-03-03
창업보다 수성 더 어려운 법
부자들의 새로운 수성 방식
정치헌금에서 기부로 터닝
이젠 버는 자랑은 옛말
나누는 공유세상 실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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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호 주말섹션부 전문기자

그럴 일은 추호도 없겠지만 갑자기 그런 상상을 좀 해봤다. 안중근 같은 자객이 작심하고 전두환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한날 한시에 저격했고 그게 성사됐다면? 과연 그 자객은 어떻게 처벌되어야 할까? 물론 법리적으로는 전·현직 국가수반 살인죄로 법정 최고형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관전 포인트는 최고형이 아니다. 그 송사가 남길 숱한 갈등 스토리다. 누군 친북촛불의 심장, 또 누군 5·18원흉을 처단했다 할 것이다. 어떤 자는 저기압과 고기압이 사라진 하늘 같아 속시원하다고 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권력은 '터미네이터'처럼 다시 자가복원된다.

태양이 그림자를 남기듯 권력은 인간에겐 숙명 같은 존재다. 그건 죽지않고 영원히 변이만 된다. 변이 바이러스랄 수 있는 권력에 대한 비판은 항상 흑백논리·도덕·이상적이다. 그건 우리 인간 역시 친권력적인 동시에 반권력적인 탓이다.

대한민국의 본질은 뭔가. 세상의 패권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갔다는 사실일 수도 있다. 정치인은 이런저런 빅데이터 정보와 자기 가치관을 버무려 뭘 주장한다. 상인들은 장사가 잘 되면 괜찮은 나라, 파산하면 망할 나라라 할 것이다. 청년백수에겐 꿈의 존재인 공무원. 평생 정해진 날 월급이 들어온다. 안정되고 무난한 세상이라 여길 수 있다. 그들은 어느 순간 지동설이 아니라 천동설 세상에서 살아도 된다고 믿는다.

대한민국은 '팩트'가 아니다. 그건 하나의 이념이랄 수 있다. 국민·민주주의·정의·평등도 그렇다. 그래서 권력은 그런 용어에 집착한다. 증명할 수도 반박할 수 있는 용어가 아닌 탓이다. 수요와 공급의 틀 속에서 살아가는 경제권력이 절대권력을 전복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구조 때문이다.

권력은 공유를 표방하지만 실은 독점이다. 그래서 필요악이다. 권력은 특수욕망체. 집권하면 천문학적 국가 예산을 판돈처럼 이리저리 쪼개 나눠줄 수 있다. 그런 예산이 재선용 미끼로 악용되기도 한다. 권력은 스스로를 통제하고 부정할 수 없으니 각종 부정은 필연이다.

권력장악을 '창업(創業)'이라고 한다면 그걸 지키는 건 '수성(守成)'이다. 정치권력의 수성은 불가능하다. 선거 때문이다. 경제권력의 수성 또한 소비자가 주도하는 시장 때문에 어렵다. 그렇게 잘 나가던 일본 기업도 이젠 세계 10위권 안에 못 든다.

정치권력은 경제권력과 한때 공생했다. 이젠 유튜브 같은 최상위포식자 때문에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예전 경제권력의 수성법은 뭘까? '정치헌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헌금 대신 기부가 대세다. 기부는 정치권력에 덜 휘둘리고 각종 세금혜택, 그리고 언론의 주목 등 여러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묘수다.

최근 카카오의 김범수, 그리고 배달의 민족 김봉진 회장이 수조·수천억 원이란 거액을 기부키로 했다. 이건 제조업 시대가 IT스타트업 시대로 이동한다는 징조다. 돈을 많이 버는 것, 그건 삶의 필요조건이다. 충분조건은 기부에서 구현된다는 의미다.

부자들은 이제 돈 버는 자랑 대신 나누는 자랑으로 전략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서민들은 배는 아프지만 박수를 쳐주어야 한다. 하지만 명심하자. 공짜는 없고, 아무리 기부가 많아져도 사는 건 영원히 어렵다는 것을.


이춘호 주말섹션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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