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스토리] 대구시교육청 김동찬 사무관·조암중학교 류종승 행정실장 1…知天命이 넘어도 내 '불꽃'은 식지 않는다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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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19   |  발행일 2021-03-19 제33면   |  수정 2021-03-24

김동찬2
김동찬(왼쪽) 대구시교육청 사무관과 류종승 조암중 행정실장은 일과 후 각자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시교육청 직장인 밴드 '스쿨버스' 세컨드 기타주자로 활동하는 김 사무관과 장서와 저작에 빠진 류 행정실장.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기타에 빠진 김동찬 대구시교육청 사무관
책에 파묻힌 류종승 조암중학교 행정실장
일과 끝나면 또 다른 영역서 열정 불태워
"즐거우니까…일 열심히 하고 놀겠습니다"


김동찬(54) 대구시교육청 예산담당 사무관과 류종승(51) 조암중 행정실장은 세 살 터울이지만 1996년 공직에 들어 온 동기다. 공교롭게 발령 날짜도 그해 8월12일로 같다. 올해로 26년째 대구시교육청 소속으로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다. 일과가 끝나면 이들은 완전히 다른 길에서 자신의 또 다른 영역을 만들어가고 있다. 직장인 밴드 '기타리스트'와 책 속에 파묻혀 공부하고 책을 쓰는 '선비'가 그들의 또 다른 일상이다.

◆대구시교육청 기타리스트 김동찬

김 사무관은 대학 졸업 후 1년5개월여 동안 두 곳의 직장을 다녔다. 현대자동차에서 5개월, 군무원으로 1년.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 "꿈을 펼칠 수 있는 더 좋은 곳이 없을까" 고민하다 교육공무원으로 눈을 돌렸다.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한 김 사무관은 합격하던 해에 교육수료 후 곧장 발령을 받았다. 임용 초기 중·고등학교, 시립도서관 등의 임지를 거치고 시교육청에서 근무할 때인 2003년 어느 날, 같은 과에서 근무하는 선배와 점심 식사를 마친 뒤 우연찮게 그 선배와 함께 지하 휴게실에 들렀다. 그곳에서 통기타를 연주했다. "밴드 한 번 해볼래?" 선배가 한마디 툭 던졌다. 밴드는 김 사무관이 고교 때부터 꿈꿔왔던 로망이었다. "좋죠."

그들의 의기투합은 곧바로 이뤄지지 않았다. 2~3년마다 근무지가 바뀌는 업무 특성상 말로만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김 사무관은 포기하지 않았다. 밴드 얘기가 나온 지 4년이나 흐른 뒤인 2007년 10월 김 사무관은 교육청 직원들에게 사발통문을 돌리는 사고(?)를 쳤다. "밴드에 관심있는 교육청 직원은 모두 모이세요." 몇 명이나 올까. 제대로 연주할 줄 아는 사람이 있을까 여러 생각이 김 사무관을 불안케 만들었다. 6명이 모였다. 파트를 정했다. 보컬, 리드기타, 세컨드기타, 베이스, 건반, 드럼. 밴드 이름을 지었다. '스쿨버스'. 멤버 가운데 대학시절 밴드를 했거나 악기를 제대로 다룰 줄 아는 이는 1~2명 정도였다. 나머지는 방에서 기타 코드 정도 잡고 노래를 불렀거나 난생처음 밴드에 들어 온, 실력 대신 열정만 있는 사람들이었다. 기타를 제대로 배워 본 적이 없던 김 사무관이 리드기타 파트를 맡을 정도였다.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심정으로 대구시 동구 효목동 효목시장 건너편에다 연습실을 마련했다. 십시일반 회비를 갹출해 기본적인 악기를 장만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날을 정해 연습에 들어갔다. 제대로 될 리가 만무했다. 즐기기는커녕 합주는 언감생심이었다. 몇 달 동안 새벽 별을 보고 집으로 돌아갔다. 멤버들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고 터졌다. 굳은살이 배었다. 늘지 않는 실력에 낙담과 좌절만 늘어갔다. 6개월 정도가 흘렸다. 수준 높은 곡은 아니였지만 합주할 수 있는 곡이 몇 곡 정도 쌓였다.

밴드를 결성한 지 7개월여 뒤인 2008년 5월24일 첫 공연을 했다. 대구시교육청에서 주관하는 '난치병 학생들을 돕기 위한 자선바자회'에 교육청 직장인밴드 자격으로 참여했다. 아직도 당시 기억이 생생하다. "팀 리드가 공연이 잡혔다고 얘기하는데 가슴이 마구 떨렸다. 실력이 일정하지 못해 실수가 적지 않았지만 아마추어 밴드로서 그 정도는 애교라고 자위하면서 공연을 준비했다." 김 사무관은 당시을 떠올렸다. 교육청 현관 앞에 마련된 간이 무대에서 그토록 갈망하던 밴드 공연을 떨면서도 즐겁게 펼쳤다. 연습한 곡 가운데 두 곡을 연주했다. 크게 틀리지 않고 끝까지 공연을 마무리했다. 바자회를 찾은 시민들이 흥겹게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고조시켰다는 자부심으로 가득찼다.

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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