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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경〈아동문학가〉 |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 내가 일하는 회사로 선생님이 오신다. 숙제 검사를 하고 받아쓰기를 한다. 몇 년 전부터 학습지로 한자 공부를 하고 있다. 어린 시절 처음 글자를 배웠던 그때처럼 배운 글자를 만나면 아는 척하고 싶어 달려간다. 유적지나 고택에서 비문이나 기둥에 쓰인 주련(柱聯)을 만나면 글자를 찾아 손으로 짚어가며 소리 내어 읽는다. 아직은 모르는 글자가 더 많기는 하지만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새롭다.
중고등학교 때나 국문학을 전공할 때도 한자가 재미있기는 했지만, 시험 준비로 외워서인지 쉽게 잊어버렸다. 국문학사 강의 때 고려 정지상의 송인(送人)을 읽고 한시의 멋과 맛을 좋아하게 되었다. 한자를 공부하는 것도 그 때문이기도 하다. 한시를 쓰지는 못해도 제대로 읽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공부하면서 알게 된 한자의 구성과 유래, 고사성어에 얽힌 역사적 사실과 교훈은 결코 낡고 고루한 옛이야기가 아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삶의 방식이 달라져도 인간의 태도와 자세에 대해 때론 분명하게 때론 우화처럼 에둘러 말한다. 함축된 글자 속에서 누적된 지혜를 배운다.
한자 공부를 하면서 몇몇 글자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중에서 빛날 '요(曜)'자를 좋아한다. 요일을 나타내는 데, 풀어보면 날 일(日)에 꿩 적(翟)자가 합쳐진 글자다. 햇살이 비추어서 꿩의 날개가 반짝이는 것이다. 일요일(日曜日)은 해가 빛나는 날, 월요일(月曜日)은 달이 빛나는 날, 물이 빛나는 수요일(水曜日), 흙이 빛나는 토요일(土曜日), 일주일이 제각기 모두 빛나는 날이다. 우리는 빛나는 매일을 살아내고, 빛나는 시간 속을 날마다 걸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세상이 어둡다고 여기는 건 내가 빛나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돋보이고 빛나려 애쓴다. 그래서 삶이 힘들다.
사람도 꽃도 별도 스스로 빛나는 건 없다. 해가 비추고, 다른 사물과 다른 사람이 배경이 되어주기 때문에 빛나 보이는 것이다. 누군가의 카톡 상태 메시지에서 진광불휘(眞光不輝)라는 말을 보았다. 참된 빛은 번쩍거리지 않는다. 내가 좀 빛나지 않으면 어떠랴. 지금 온 천지가 꽃으로 빛나고, 봄 햇살이 가 닿은 모든 사물이 저렇게 반짝이는데….
오늘은 화요일, 불꽃처럼 빛나는 하루를 살고 있는 나와 당신들, 서로의 등 뒤에서 배경이 되어주자. 빛은 반사되기 마련이다.
이윤경〈아동문학가〉
이윤경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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