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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등장하더라도 인간성이라는 가치가 유효할까. 이 소설을 읽는 독자라면 한 번쯤 스스로 물어볼 만한 질문이다.
2017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가즈오 이시구로가 노벨상 수상 이후 처음으로 발표한 장편소설 '클라라와 태양'에는 인공지능 로봇이 등장한다. 이 소설은 마치 코로나19로 인해 앞당겨진 현재와 앞으로 펼쳐질 미래의 모습을 예견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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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홍한별 옮김/ 민음사/ 448쪽/ 1만7천원 |
소설은 AI 제조기술과 유전공학이 발달하고, 이를 바탕으로 계급 시스템이 새롭게 정립된 미래의 미국을 배경으로 한다. 아이들의 지능은 유전적으로 향상되었고,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원격교육을 받는다. 이 아이들의 친구로는 AF(Artificial Friend)라 불리는 인공지능 로봇이 쇼윈도에 진열돼 팔린다. 반면 이런 시스템과 동떨어진 이들은 시스템에 소속되기를 거부하고 살아간다.
소설의 주인공은 소녀형 AF인 클라라다. 이야기는 클라라의 시선을 따라가며 전개된다. 클라라는 AF 매장 쇼윈도에서 자신을 데려갈 아이가 나타나길 기다린다. 클라라는 최신 AF는 아니지만 다른 AF와 달리 독특한 점이 있다. 인간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클라라는 쇼윈도에서 인간을 관찰하며, 이들이 어떻게 소통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자신을 데려갈 아이를 기다리던 클라라에게 조시라는 소녀가 다가온다. 조시는 걸음걸이가 불편하고 야윈 누가 봐도 아파 보이는 아이다. 조시와 클라라는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에게 끌리게 된다. 조시는 클라라를 꼭 데려가기를 약속하고, 클라라는 다른 아이의 선택까지 거부하며 조시가 찾아올 날을 기다린다. 결국 클라라는 조시의 집에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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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여러 면에서 가즈오 이시구로의 이전 작품과도 공유하는 부분이 있다. '나를 보내지 마'는 인간 유전자 복제라는 과학기술을 주제로 하고 있으며, '남아있는 나날'은 집사를 통해 인간관계의 부조리함과 슬픔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번 작품은 두 작품을 조금씩 닮아 있다.
여러 매체에선 가즈오 이시구로가 인공지능 로봇을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것 때문에 그의 이전 작품 '나를 보내지 마'와 '파묻힌 거인'과 함께 묶어 3부작으로 부르기도 한다. 5세 때 영국으로 이주해온 저자는 자신의 소설에서 이방인 또는 타자가 되는 것에 대해 다뤄왔다.
움직이고 말할 수 있는 장난감이 자신을 데려갈 어린 소녀를 기다리는 이야기를 떠올린 작가는 당초 이 내용을 동화로 쓰려 했다. 그러나 소설의 대략적인 이야기를 들은 작가의 딸은 어린이에게 들려주었다가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다며 반대하면서 동화가 아닌 어른을 위한 장편소설로 쓰게 됐다.
머지않은 미래의 이야기를 담았지만, 저자는 코로나19 팬데믹을 염두에 두고 이 소설을 쓴 건 아니다. 그는 코로나가 찾아오기 전 소설의 집필을 끝냈다고 한다.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상상해본 미래의 모습이 바탕이 되는 소설은 첨단 기술의 발전에 대해 세세하게 서술하지 않는다. 오히려 미래에는 그 개념이 약해질지도 모를 인간의 본질에 대해 접근한다. 인공지능 로봇이지만 로봇 같지 않은 클라라와 조시가 감정을 주고받는 과정은 가슴이 아프지만 한편으로는 따뜻함도 느껴진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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