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의 길] 거문고, 여섯 줄의 조화

  • 김지성〈정음가악회 대표·대구시 새마을문고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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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수정 2021-05-14 07:59  |  발행일 2021-05-14 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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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고 소리는 깊고 꿋꿋하며 장중하고, 남성적이다. 예로부터 '백악지장(百樂之丈)'이라 하여 선비들이 음악의 도를 닦는 그릇으로 소중히 여겨왔다. 여섯 줄의 조화 속에 술대로 쳐서 울리는 무거운 소리, 장부의 울분이 그 소리에 담겨 가슴을 서릿발처럼 냉엄하게 적신다.(중략) 나는 거문고 여섯 줄 앞에서 자신을 되돌아본다. 내가 얼마나 빨리 달리기에만 정신을 빼앗겼던가. 아직도 속도감을 가늠하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가. 가슴의 여섯 줄은 조율이 맞지 않아 어설픈 소리만 내고 있다.'('거문고, 여섯 줄의 조화' 중에서)

이 책의 저자처럼 나 또한 거문고 여섯 줄 앞에서 자신을 되돌아본다. 나는 이 장중한 악기 앞에서 왜 그리 숨 쉴 틈 없이 인생을 달려왔는가. 지나온 길을 돌아보고 마음의 여유를 위해 숨을 쉬어 본다. 2015년 견일영 작가님을 우연히 문학상 시상식 축하공연장에서 뵌 적이 있다. 그날 내가 불렀던 경기민요 뱃노래의 흥겨움에 저자의 미소 띤 환한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2018년 청도 탁영금 축제를 열면서 그분이 소설 '탁영금(濯纓琴)'의 저자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대구경북의 국보 문화재 거문고 탁영금을 사랑한 견일영 선생님과 많은 이야기를 못 나눈 것이 죄스러운 마음이다. 내 삶이 조금 더 느슨했더라면 탁영금에 대한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지 않았을까.

4월 초 수성아트피아 예술아카데미에서 거문고 첫 강좌를 열던 날, 그분의 아드님인 사진작가 견석기 선생님으로부터 이 책을 선물 받았다. 회원들과 기쁜 마음으로 매주 돌아가면서 읽어보기로 했다.

고인이 내가 열심히 거문고 보급과 탁영금을 알리는 데 앞장서니 하늘에서 지켜보고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선물을 보내 주시는 듯했다. 선물 받은 '거문고, 여섯 줄의 조화'를 나누며 우리가 왜 거문고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감동의 시간이었다. 곧 그들의 무대가 펼쳐질 때 견일영 선생님의 환한 미소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김지성〈정음가악회 대표·대구시 새마을문고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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