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두 번의 칼럼을 통해 대한민국 대학의 '수도권대학=명문대'라는 허구적 현상과 세계랭킹에 상위권을 차지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글로벌 경쟁력 약화와 수도권 쏠림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학이 우수한 학생만 선점해 서열을 유지하는 우물 안 개구리식 기득권 경쟁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이제는 대학이 국가 발전과 지역 균형 발전을 실질적으로 견인할 수 있도록 그 체질과 역할을 바꾸는 구조적 대전환을 단행해야 할 시기다.
여러 가지 해법이 있겠지만 한가지 정책 제안을 하자면 소위 상위권 대학의 '글로벌 연구중심대' 전환과 지방 대학의 '지역특화 실용 교육'으로의 재편이다.
우선, 국내 20~30위권 대학들은 더 이상 '학부 입시 결과'라는 전근대적인 성벽 뒤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필자가 저서 『세계 명문대학은 혁신을 멈추지 않는다』에서 강조했듯, 미국 하버드대나 MIT, 독일 뮌헨공대, 이스라엘 테크니온공대, 히브리대 등 같은 세계적 명문대들은 학부생 규모가 아니라 대학원 중심의 압도적인 연구 역량으로 그 권위를 증명한다. 이들은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고 국가적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지식의 최전선이다. 우리나라 상위권 대학들도 학부 정원을 과감히 줄여 대학원 중심 체질로 전환하고, 세계와 경쟁하는 연구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한다. 최근 논의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또한 단순히 간판을 바꾸는 차원을 넘어, 거점 국립대들을 국제적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으로 완전히 탈바꿈시키겠다는 강력한 전제 위에서 실행되어야 한다.
반면, 지방 대학은 철저하게 지역 산업의 혁신을 주도하는 '실용 교육 및 산학협력 거점'으로서 스스로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필자가 2022년 취재했던 독일의 사례는 보다 구체적인 시사점을 준다. 독일 고등교육기관은 기초 학문 및 연구 중심의 종합대학(Universität)과 실무 중심의 응용과학대학(University of Applied Sciences)으로 나뉜다. 종합대학이 국가적 연구에 집중한다면, 응용과학대학은 철저히 지역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과 기술 혁신을 뒷받침하는 인재를 길러낸다.
특히 주목할 점은 독일에서는 응용과학대학 신설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의 자랑이었던 전통적 도제 교육, 즉 '마이스터 제도(아우스빌둥)'가 디지털 및 AI 시대로 접어들며 구조적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단순 숙련 기술을 넘어 고도의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하이엔드(High-end) 실무 인력'에 대한 수요가 폭발했고, 독일 정부는 응용과학대를 대거 확충하여 이들을 양성함으로써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 지방대 역시 단순 기능인을 넘어, 지역 산업의 디지털화를 이끌 '고급 실무 전문가'를 양성하는 한국형 응용과학대로 재정립되어야 한다. 이웃 나라 일본 또한 상위권 대학을 세계랭킹 100위권으로 진입시키는 전략과 함께, 지역 대학은 지자체와 연계한 지역 혁신 거점으로 재편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소위 상위권이 많은 수도권 대학의 정원 축소와 지방대의 지역특화 실용 교육으로의 전환은 국가경쟁력 강화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정신을 담는 고등교육 정책 대안으로 검토돼야 한다. 기득권에 매몰된 수도권 대학의 양보와 지방 대학의 뼈를 깎는 자구책,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가 결합되어야 한다. 고등교육의 대전환은 단순히 교육의 문제를 넘어 지역 소멸을 막고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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