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고혈압 약은 한번 먹으면 끊기 어렵다? A 끊고도 생활요법 등으로 혈압조절 가능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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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18 07:49  |  수정 2021-05-18 08:08  |  발행일 2021-05-18 제24면
■ '침묵의 살인자' 고혈압 관리법
병 인지해도 치료 받는 경우 63% 불과
치료 않으면 협심증·뇌출혈 등 유발
약 복용시기 늦어질수록 합병증 진행
두통·어지럼 등 증상 없어도 방치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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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모(45)씨는 지난달부터 고혈압 약을 먹기 시작했다. 키 175㎝에 몸무게 100㎏ 이상의 비만 체형이었고, 그동안 수축기 혈압이 160㎜Hg 이상을 기록한 적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운동으로 체중을 줄이면 다시 140㎜Hg 아래로 떨어졌다. 이에 병원에서는 고혈압 약 복용을 권했지만, 그 때마다 체중을 줄이면 된다는 생각에 먹지 않았다. 거기다 고혈압 약을 한 번 먹으면 평생 끊을 수 없다고 알고 있던 탓에 최대한 늦게 먹기 위해 체중 증가로 혈압이 오르면 운동으로 조절하기를 반복해왔다. 그러다 최근 체중을 줄여도 혈압이 떨어지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병원을 찾아 약을 먹기 시작했다.

김씨는 "고혈압 약에 대한 잘못된 상식 탓에 내 심장이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혈압약을 먹고 난 뒤부터 두통도 사라지고, 삶의 질이 한결 좋아졌다"고 말했다.

◆고혈압, 3명 중 한 명은 인지 못해

전문의들에 따르면, 사람의 정상혈압은 수축기혈압 120㎜Hg, 이완기혈압 80㎜Hg 미만이다. 하지만 수축기혈압 140㎜Hg이상, 이완기혈압 90㎜Hg 이상인 경우, 고혈압으로 정의한다.

특히 고혈압은 우리나라 사망원인의 2위와 3위를 차지하는 심장·혈관질환, 뇌혈관질환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다.

1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고혈압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5년 534만3천355명에서 지난해 646만6천550명으로 5년 사이에 100만 명 이상 증가했다. 특히 40대 환자는 76만9천985명으로 3배 이상 많아졌다.

고혈압은 그 자체로는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치료하지 않을 경우 협심증·심근경색·뇌경색·뇌출혈 등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탓에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다행히 고혈압을 치료할 수 있는 약들이 많이 개발되어 있고, 적절히 치료할 경우 상당수의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문제는 약 3명 중 1명이 고혈압이 있어도 이를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거기다 인지 해도 치료를 받는 경우는 63%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남대병원 손장원 교수(순환기내과)는 "고혈압을 진단 받은 환자 상당수가 치료 시작하는 것을 꺼리는 상황을 자주 접하게 된다. 이는 대부분 고혈압에 관한 잘못된 인식과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고혈압에 대한 오해와 진실

고혈압 치료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는 혈압약을 한번 먹기 시작하면 절대 끊을 수 없고, 부작용도 적지 않아 최대한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오해가 생긴 이유는 일반적으로 혈압은 나이가 들면 더 올라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한번 고혈압으로 진단되면 스스로 호전되는 경우는 드물어서 약물치료를 시작하면 지속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동, 체중감량, 식이조절, 금연, 금주 등의 생활요법과 약물 치료로 혈압 조절이 잘 되면 혈압 수치를 보면서 약을 감량하거나 끊고도 혈압이 잘 조절되는 경우가 있다.

또 복용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것도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전문의들은 입을 모았다.

고혈압인 상황임에도 치료를 미루다 병원을 찾는 시기가 상당기간 지연되거나 아예 병원을 다시 찾지 않는 경우, 이 기간 동안 고혈압에 의한 합병증은 계속 진행한다. 그런 만큼 고혈압으로 진단이 됐다면 치료를 미루기 보다는 생활요법과 병행하면서 적절한 약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또 다른 오해 중 하나는 "혈압은 높지만, 두통이나 어지럼증 등의 증상이 전혀 없을 경우 약을 먹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고혈압의 경우 대부분 증상이 없지만 증상이 없다고 해서 방치하면 안된다. 방치할 경우 심근경색, 심부전, 뇌경색, 뇌출혈, 콩팥손상 등의 치명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

손 교수는 "고혈압 치료는 높은 혈압을 조절해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 목표다. 치료를 받은 고혈압 환자의 경우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보다 심혈관 질환의 발생률과 이로 인한 사망률이 현저히 감소한다"고 강조했다.

"여러 번 혈압이 높게 측정되지만, 정상 혈압으로 나올 때도 있으면 치료할 필요가 없다"고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운동 직후나 흥분을 하면 고혈압이 없는 사람들도 혈압이 높게 측정될 수 있지만, 5~10분 정도 안정을 취하고 편안한 상태에서 측정한 혈압이 두 번 이상 기준을 넘길 경우 고혈압으로 진단할 수 있고 치료가 필요하다.

끝으로 "혈압이 높아서 약을 추가할 경우 부작용이 증가하고 혈압약을 이미 먹고 있는 만큼 약을 추가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고혈압약은 비교적 부작용이 적은 안전한 약이고, 약물에 의한 부작용보다 혈압이 조절되지 않아 발생하는 합병증의 위험이 훨씬 크다. 고혈압으로 치료받는 경우 목표 혈압은 일반적으로 수축기 혈압 120~130㎜Hg, 이완기 혈압 70~80㎜Hg 으로 단순히 혈압약을 복용하는 것만으로는 합병증 위험이 감소하는 것은 아니라 적정 치료 목표로 혈압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경우 합병증 발생이 최소화되기 때문에 적절한 용량으로 처방 받아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손 교수는 "고혈압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고혈압 진단을 받았지만, 치료를 받지 않고 수년간 방치했다가 무서운 합병증이 발생하고 나서야 병원을 찾게 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고혈압 치료를 적절히 받았더라면 예방 가능한 질병이 큰 병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많다"면서 "고혈압 환자들이 정확한 사실에 근거해 고혈압 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서 합병증을 예방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오래오래 유지하면서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도움말=손장원 영남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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