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 문화도시를 디자인하다 .7] 달성의 역사 문화자원과 문화공간 확충사업..."버려진 공간에 문화 향기를" 폐교·옥상이 문화예술 플랫폼으로

  • 박종진,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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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21 08:02  |  수정 2021-08-19 07:49  |  발행일 2021-07-21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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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 서재초등 달천분교를 리모델링해 작가들의 작품 활동과 주민들의 커뮤니티 장소 등으로 활용하고 있는 달천예술창작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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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개관한 하빈행복생활문화센터는 다목적실과 공작실, 동아리실 등을 갖춰 주민들이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다.

대구 달성군은 다양한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다. 삼국시대 이전부터 고려·조선까지 수천 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품은 유적과 문화자원들이 지역 곳곳에 산재한다. 문화유산의 가치와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그 쓰임새도 다양해지고 있다. 단순히 보호해야 할 대상에서 벗어나 공연장, 교육 체험장 등 현 세대와 함께 호흡하는 문화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 달성군도 지속 가능한 문화도시 조성을 위해 지역 문화유산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또 지역 내 유휴공간을 주민이 모여 문화적 활동을 영위해 나갈 수 있는 장소로 탈바꿈시키는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달성, 문화도시를 디자인하다' 7편에서는 달성의 역사 문화자원과 문화공간 확충사업에 대해 알아본다.

분교 리모델링 한 달천예술창작공간
창작활동·전시·체험 장소로 재탄생
화원 전통시장 옥상·옛 대평분교도
지역주민 문화 소통 공간으로 변신

고택·서원 등 풍부한 문화유산 활용
전시·콘서트·교육의 장으로 이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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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천예술창작공간 1층 전시실에서 오는 8월12일까지 '제1기 입주작가 릴레이전'이 진행된다.

#1. 역사 문화자원, 열린 문화공간으로

달성은 낙동강과 비슬산 등 아름다운 자연을 품은 고장답게 풍부한 역사 문화자원을 지닌다. 그중 보존 가치가 높은 지정문화재 수만 50개에 달한다. 보물(8개)을 비롯해 사적(1개), 천연기념물(1개), 민속문화재(2개) 등 국가지정문화재도 10개 이상 보유하고 있다. 비지정 문화재까지 합하면 그 수는 600개에 육박한다. 무수히 많은 이들이 달성에서 삶을 영위하며 세대를 거듭해 왔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 같은 역사 문화유산은 문화도시로서 달성의 외연을 더욱 풍부하게 한다. 문화 자산인 동시에 예술 활동의 대상이 되거나 문화적 발상의 단초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문화 활동과 교류의 장(場) 역할도 수행 가능하기 때문이다.

달성의 주요 역사 문화자원으로는 도동서원과 남평문씨 본리세거지, 하목정, 육신사, 녹동서원 등을 꼽을 수 있다. 지역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이기도 하다.

도동서원은 이미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유교 문화를 간직한 역사적 가치뿐만 아니라 심미적인 가치도 높다. 조선 중기 서원 건축의 정수로 불릴 만큼 건축미가 뛰어난 데다 주변 풍광도 빼어나서다. 특히 400년 된 은행나무는 서원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한층 더해준다. 서원의 중심이자 강학 공간인 중정당과 사당, 담장은 보물로 지정돼 있다.

남평문씨 본리세거지도 조선시대 문화를 엿보기 좋은 곳이다. 본리세거지는 조선시대 말에 지은 아홉 채의 한옥과 정자 두 채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영남지방 양반가옥의 고졸미를 느낄 수 있다.

최근에는 능소화 사진찍기 좋은 곳으로도 명성을 쌓아가는 중이다. 남평문씨 본리세거지는 대구시 민속문화재 제3호다.

정자형 별당 건물인 하목정은 2019년 말 보물로 승격됐다. 그만큼 역사·건축·학술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은 셈이다. 하목정은 '丁'자형의 독특한 평면으로 구성돼 있고 지붕도 독특한 모습을 띤다. 더불어 매년 여름이면 배롱나무 꽃이 만개해 많은 이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몰려든다. 유명한 일화도 있다. 인조가 왕위에 오르기 전 묵었던 인연으로 하목정이란 이름을 하사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달성의 역사 문화자원하면 하빈면 묘골과 육신사도 빼놓을 수 없다. 이곳에는 삼대가 멸문지화를 당한 사육신 박팽년의 후손이 대를 이을 수 있었던 비밀이 숨겨져 있다. 또 가창면 우록리에는 한·일 양국 관계에 남다른 의미를 갖는 공간도 있다. 바로 녹동서원과 한일우호관이다. 녹동서원은 임진왜란 당시 귀화해 전공을 세운 모하당 김충선을 배향하기 위해 건립됐다.

이외에도 달성에는 △이노정 △현풍 석빙고 △대견사 △삼가헌 고택 △도곡재 △조길방 고택 △남지장사 청련암 등 수많은 유산이 남겨져 있다. 이에 달성군은 지역의 역사 문화자원을 좀 더 가치있게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미 도동서원과 예연서원을 비롯해 삼가헌 고택, 조길방 고택, 남평문씨 본리세거지 등은 전시·콘서트·교육의 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역 향교·서원 및 문화재 활용사업을 통해 보다 많은 이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문화재 관리도 병행하고 있는 것.

또 지속가능한 사업의 하나로 일부 고택이나 문화재를 카페나 게스트하우스로 리모델링해 운영 중이다. 단발성 프로그램의 경우 행사가 진행되는 날에만 문화재를 임시로 개방하는 제한성을 갖기 때문이다.

문화도시 조성 사업과의 연계도 가능하다. 지역 문화유산을 각종 문화 활동이 가능한 열린 공간으로 확장시킨다는 계획을 이미 세웠다. 남평문씨 본리세거지를 비롯해 태고정, 하목정, 삼가헌 고택, 도곡재, 이양서원, 예연서원, 이노정, 관수정 등이 공유 대상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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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빈면 주민들이 하빈행복생활문화센터 마주침공간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 버려진 공간에서 피어나는 문화香

달성군은 문화유산 활용 외에도 문화적 공간 확대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는 문화도시 조성 사업과도 맥을 같이한다.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유휴지의 문화 공간화다. 낡고 오래돼 제 역할을 잃어버린 곳에 활기를 불어넣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공간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단적인 예로 폐교를 리모델링해 창작스튜디오로 조성하는 식이다. 1999년 개관했던 박달예술인촌도 서재초등 달천분교에서 탄생했다. 박달예술인촌은 20여 년간 지역 예술가들의 창조 공간으로 활용됐다. 이후 2021년에는 다시 달천예술창작공간으로 거듭났다.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작가들의 작품 활동을 지원하고, 지역민과 함께할 수 있는 행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아트워크 체험부터 민화 굿즈 만들기, 드로잉 수업, 스텐실 체험 등을 접할 수 있게 된다. 현재 달천예술창작공간에선 '제1기 입주작가 릴레이전'을 진행 중이다. 이번 전시는 다음달 12일까지 2인전으로 총 3회 진행된다. 6명 입주작가들의 평면, 입체, 설치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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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문화공간인 현풍 북카페 두런두런의 외부 전경.

하빈초등 대평분교를 리모델링한 하빈 행복생활문화센터도 비슷한 가치를 부여받았다. 달천예술창작공간에 비해 좀더 지역 주민에 초점이 맞춰진 문화생활 공간이다. 지상 2층 연면적 635.1㎡ 규모로 주민 커뮤니티 공간을 비롯해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다목적실을 갖추고 있으며, 미술·공예 등을 할 수 있는 공작실과 동아리실도 마련돼 있다.

올 초 문을 연 현풍 북카페 '두런두런'도 주민을 위한 복합 문화공간이다. 북카페 1층에는 도서 1천339권이 구비돼 있어 도서 열람이 가능하다. 2층에서는 주민을 대상으로 문화강좌 및 다양한 주민참여·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3분기 강좌로는 △손으로 만드는 행복 △행복을 전하는 성인 동화구연 △스토리텔링 그림책 놀이 △감성글씨 캘리그래피 △이야기 속 놀이나라를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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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 두런두런에는 1천339권의 도서를 구비하고 있으며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옥상을 문화 공간으로 바꾼 사례도 눈길을 끈다. 2019년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으로 주민들이 힘을 모아 화원전통시장 옥상을 문화 공유지로 재탄생시킨 바 있다. 시장의 유휴 공간을 축제나 전시회, 주민놀이터, 교육 장소 등으로 활용해 문화거점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부여한 것. 또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빈 상가 공간이나 대형 카페의 주차장 등을 활용해 정기적인 프리마켓을 열고, 취미 모임과 재능 공유를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버려지거나 쓸모 없는 공간이 '문화도시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굴한 셈이다.

이에 달성군은 지역 내 유휴 공간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다양한 문화 활동이 이뤄지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또 공공기관 후적지나 마을회관 등 활용이 가능한 유휴 공간을 지속적으로 찾아내고 문화를 덧입히는 작업도 병행한다. 특히 기존 행정 주도적인 공간 활용 방식에서 벗어나 주민들이 좀 더 자유로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와 더불어 달성군은 주민과 소통을 통해 기존 문화공간의 활성화는 물론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도 고민해 나갈 심산이다.

글 =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 : 달성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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