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잦은 충전 갈등…전기차시대 걸맞은 시민의식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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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8-05   |  발행일 2021-08-05 제23면   |  수정 2021-08-05 07:07

대구시내 각 아파트에선 한정된 전기차 충전시설을 두고 입주민 간 다툼이 잦다. 지난달 중순 한 아파트단지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충전구역에서의 에티켓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전기차가 아닌 차량이 충전구역에 주차돼 있어 차량을 이동해달라고 하니 '다른 곳에도 충전할 자리가 있지 않느냐'며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주민이 대다수"라며 "전기차도 충전이 다 됐으면 이동을 부탁한다"라고 적었다.

전기차 소유자들은 전기 충전비도 저렴하고 잉여전력을 사용함으로써 전력수급 측면에서 최적인 심야 완속 충전을 선호한다. 완속 충전은 또 배터리 수명 유지에도 장점이 있다. 이러다 보니 아파트마다 퇴근 후 전기차 밤샘 충전이 다반사다. 충전을 마치면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는데도 장시간 주차를 예사로 하다 보니 전기차 소유주들은 충전할 수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이 적지 않다. 내연기관 차량을 전기차 충전구역에 주차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정부는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완전판매중단을 목표로 전기차 확대보급에 나섰다. 하지만 양질의 충전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전기차 충전을 둘러싼 공동주택 내 주민 간 마찰은 비단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정부는 신축 건물의 전기차 충전기 의무설치 비율을 현행 0.5%에서 내년 5%로 올리고,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2023년까지 기존건축물도 2%로 끌어올릴 방침을 세웠다. 가뜩이나 비좁은 주차장에 전기차 전용구역을 구분해서 충전기를 설치하기보다 기존 주차시설에서도 어떤 전기차를 주차해도 충전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또 휴대용 디지털 계량기를 탑재하고 후불식 비용부과도 가능한 충전 케이블 이용 충전방식도 도입했으면 한다.

어차피 전기차는 대세다. 정부는 적재적소에 충전시설을 확보하는 데 전력투구해야 한다. 동시에 차량 소유주는 충전구역을 독점하려는 의식을 버려야 한다. 오염된 지구를 살리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송수단은 바로 전기차 아닌가. 전기차가 애물단지가 되어선 곤란하다. 전기차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윤리의식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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