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시대공감] 메타버스 세상이 온다

  •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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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8-20   |  발행일 2021-08-20 제22면   |  수정 2021-08-20 07:18
소설 '스노크래시'서 첫 등장

30년 사이 일상 속 파고들어

美 로블록스·韓 제페토 활기

온라인 공연·팬사인회에다

기업 가상매장 마케팅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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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가

요즘 곳곳에서 '메타버스'란 말이 들린다. 이 말은 닐 스티븐슨의 1992년작 소설 '스노크래시'에서 처음 쓰였다. 초월한다는 뜻의 '메타'와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의 '버스'가 합쳐져 메타버스가 됐다. 현실을 초월한 세계라는 뜻인데 한마디로 디지털 가상세계를 가리킨다.

메타버스는 네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는 증강현실이다. 게임 '포켓몬고'처럼 현실 위에 가상 정보를 겹쳐 보이게 해 현실을 증강시키는 방식이다.

둘째는 라이프로깅이다. 개인들이 디지털 연결망에 각자의 일상을 기록하면서 형성되는 세계다. 일상 블로그나 그 밖의 각종 소셜 미디어를 떠올리면 된다.

셋째는 거울세계다. 현실 세계를 그대로 모사해 디지털로 구축한 것을 말한다. 내비게이션 지도라든가, 포털이 서비스하는 지도 등을 가리킨다.

넷째는 가상세계다. 여러 명이 접속해 마치 현실처럼 그 안에서 행위하고 소통하는 글자 그대로의 가상세계로서 가장 대표적인 메타버스의 형태다. 이런저런 사람들과 1촌을 맺고 소통했던 싸이월드가 초보적인 형태의 가상세계였고,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 그려진 게임 세계는 미래의 가상세계 모습이다.

지금까지 설명한 것들을 보면 딱히 새로운 건 없다. 기존에 많이 활용됐고 부지불식간에 우리 삶 속에 깊숙이 들어온 서비스들이다. 그런데 최근에 이들이 메타버스라는 이름으로 묶이면서 새삼 주목받는 것은 기술발달로 디지털 가상세계의 활용성이 커졌고, 코로나19로 인해 외출을 못 하게 되면서 비대면 서비스 중흥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때문이라고 하지만 팬데믹이 정리된다고 메타버스 열풍이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코로나19가 그 시기를 앞당겼을 뿐 메타버스 전성시대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필연적으로 찾아올 것이었다.

가상세계에 아바타로 접속하는 미국의 '로블록스'는 월간 이용자가 1억5천만명에 달한다. 이 세계 안에서의 가상활동을 통해서 작년에만 125만명의 이용자가 약 3천800억원가량을 벌어들였다. 로블록스의 주가총액은 현재 50조원 이상이다. 래퍼 트래비스 스콧은 미국의 게임서비스 안에 있는 가상공간에서 콘서트를 개최했는데, 동시접속자 1천230만명에 수익 216억원이 발생했다.

이렇게 시장에서 실질적인 경제효과가 발생하니까 메타버스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이다. 한국 서비스로는 '제페토'가 있다. 이곳에서 열린 블랙핑크 가상 사인회엔 4천600만여 명이 참여했다. 이 세계 안에서 아이템 제작 활동을 벌이는 이가 7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젊은 세대들은 이미 가상세계에서의 활동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앞으로 나이를 먹더라도 계속 가상세계에 접속할 것이다. 그래서 기업들이 메타버스와 접점 만들기에 나섰다. 현대차, 나이키, 푸마, 구찌, 크리스찬 디올 등이 제페토에 매장을 열었다. 루이뷔통은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와 협업을 진행했다.

메타버스 관련 기업들이 세계 시가총액 상위 순위에 포진하면서 메타버스 플랫폼을 선점하려는 경쟁도 치열하다. 페이스북은 5년 이내에 본격 메타버스 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고, 싸이월드도 최근 재정비하면서 메타버스 강화에 나섰다. LG전자의 '김래아', 신한라이프의 '로지' 등 가상캐릭터의 영향력도 커져서 미국에선 연 수입 130억원을 기록한 가상캐릭터까지 등장했다. 가상세계가 이제 단순히 젊은 누리꾼들의 유희 공간만이 아닌, 엄청난 문화적 파급력과 대규모 경제효과로 현실을 뒤흔드는 폭풍의 진원지가 됐다.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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