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에서 10여 년째 고수하고 있는 음식물쓰레기 '전용용기 배출제'가 도시 인프라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1인 가구와 외국인 거주자 증가 등 사회상(社會像)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단조로운 배출 시스템이 하수도를 막고 소각로의 효율을 갉아먹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오전 대구 달서구의 한 원룸 밀집지역. 음식물쓰레기를 부정배출한 일반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최시웅기자
◆"변기가 쓰레기통인 줄 안다"
달서구 대학가 원룸 밀집지역의 공인중개사 임모씨는 음식물쓰레기 문제가 만연하다고 털어놨다. 임씨는 "학생,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원룸 단지는 음식물을 변기에 내리는 게 일상화돼 있다. 임대인들이 '제발 변기에 버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그런데도 하수관이 막혀 역류하는 일이 허다하다"고 현장의 실태를 전했다.
현장에서 하수관을 뚫는 준설업체의 증언은 더 구체적이다. 준설업체를 운영 중인 노준영씨는 "하수구가 막혀 가보면 음식물 찌꺼기가 기름때와 엉겨붙어 굳어 있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조금씩 버리는 게 쌓여서 결국 도시의 혈관을 막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분리배출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거주 지역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목소리다.
대구 음식물쓰레기 부정 배출의 악순환. Gemini 생성 이미지
음식물을 일반쓰레기 종량제봉투에 몰래 섞어 버리는 일도 흔하다. 실제로 영남일보 취재진이 26일 달서구의 한 원룸 밀집지역을 둘러본 결과, 일반쓰레기 봉투 10개 중 2개 꼴로 음식물이 담긴 상태였다. 길고양이들이 봉투 냄새를 맡거나 건드리는 장면도 어렵지 않게 발견됐다.
수성구의 한 쓰레기 수거업체 관계자 최모씨는 "확실히 원룸이 많은 지역에서 음식물이 담긴 일반쓰레기 봉투를 만날 확률이 높다"고 전했다.
소각장에서도 문제를 호소했다. 오는 6월 준공 예정인 성서소각장 1호기는 음식물을 완전히 뺀 '고발열량 쓰레기' 전용으로 설계됐다. 성서소각장 박태환 팀장은 "기존 시설은 어느 정도 수분을 견디지만, 신설 소각로는 설계 자체가 달라 음식물이 섞여 들어오면 가동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획일적 빨간통 대신 '멀티트랙' 도입해야"
대구지역 9개 구·군은 모두 단독·다가구주택 지역에서는 음식물쓰레기를 전용용기로 배출하도록 한다. 군위군은 당초 종량제 봉투를 사용했으나, 2023년 편입된 이후 전용용기로 전환했다. 용기 용량은 모든 지역에서 3·5·20·120ℓ를 도입하고 있고, 북·달서구는 2ℓ 용기까지 취급 중이다.
그러나 대구의 사회상을 고려하면, 획일적 제도 적용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대구의 1인 가구 비중은 35.5%에 달한다. 10년 전 25.8%에서 10%포인트 급증했다. 1인 가구 하루 평균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은 대략 100~200g 수준이다. 가장 작은 전용용기(2ℓ)를 채우는 데에도 열흘 이상 걸린다.
2년째 자취 생활 중인 박모(28)씨는 "처음엔 원칙대로 전용용기에 스티커를 붙여 배출했다. 하지만 스티커 사는 과정도 번거롭고, 수거가 일주일 넘게 지연되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은 음식물이 생기면 냉동실에 얼려뒀다가 일반쓰레기 봉투에 버리고 있다"고 고백했다.
대구 전체 가구의 35.5%를 차지하는 1인 가구는 3ℓ짜리 전용용기를 채우려면 보름가량 소요된다. Gemini 생성 이미지
전문가들은 대구의 전용용기 단일 시스템이 부정배출을 부추겼다고 분석한다. 이에 서울 송파구의 '일반주택 통합배출제'와 초소형 종량제 봉투 도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송파구는 단독·다세대주택 거주자의 80%가 전용용기 안에 비닐봉투를 덧씌워 배출한다는 점에 착안해 이를 양성화했다.
송파구청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건물마다 '통합수거함(25ℓ)'을 설치했다. 가정에서는 음식물쓰레기용 종량제 봉투째로 버리면 된다. 지난해부터는 1인 가구를 위한 0.6ℓ짜리 소형 종량제 봉투도 시범 도입했다. 사용 양태를 파악해 도입 범위와 유형을 재차 수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은영 대구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은 "대구 역시 주거 형태와 거주자 특성이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행정은 여전히 획일적"이라며 "원룸촌은 소량 봉투제를 도입하는 등 현장 상황에 맞는 유연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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