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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시원 'FLEX FLEX' |
요즘처럼 고양이가 자주 눈에 띄는 시대가 있을까. 집에선 집냥이, 길에선 길냥이, 들에선 들냥이 심지어 도둑냥이까지 이름도 다양하다. 모더니즘 시의 지평을 연 '봄은 고양이로다'를 발표한 고월도 이처럼 고양이가 우대(?)받는 시대가 올 줄 몰랐을 것이다. 반려동물로 대표되는 견공도 이제 냥이에게 밀려날 판이다.
'냥이 작가'로 불리는 김시원이 24일부터 29일까지 수성아트피아 멀티아트홀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타이틀은 'Cat from Utopia' 즉 '낙원에서 온 고양이'다.
"4년전 우연히 고양이를 입양하게 됐어요. 예쁘고 앙증맞아서 소묘를 하다가 페인팅으로 바꿨습니다. 고양이를 처음 그리기 시작할 무렵엔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였지요. 하지만 슬픈 마음을 표현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김시원은 화폭에 고양이를 의인화한다. 동그랗게 눈을 뜬 고양이가 샤넬, 에르메스, 루비통 같은 명품으로 몸을 치장하고,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 금발의 고양이는 호화 요트와 롤스로이스 자동차, 비행기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간다. 행복을 상징하기라도 하듯 꽃과 나비가 고양이를 감싸고 피어난다. 분홍과 청색, 보라색 등 단색 배경은 이 모든 것이 환상 속 이야기라는 것을 은근히 알린다. 캔버스 속 모든 요소는 복잡하지 않고 선명하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지금 당장 부여잡으라고 유혹한다.
그런 점에서 그림 속 고양이는 작가 자신의 페르소나(persona)일 수도 있다. 몇 작품에 'FLEX'란 제목을 붙인 건 소비가 미덕인 시대적 현상을 반영했다. 허영과 사치, 향락이 아닌, 나를 위해 즉흥적인 소비를 즐기는 오늘의 한국 사회를 이야기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통해 자신의 소비를 공유하고 자랑함으로써, 물건의 소유로 '자아'를 정의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작품에 거울처럼 비추어지고 있다.
김시원에게 고양이는 물질로 평가되는 시선과 예술적 가치를 찾으려는 욕구 사이 양면성을 드러내는 매개체다. 작품 속 명품이나 자동차, 비행기 등은 현대인이 꿈꾸는 유토피아, 즉 인간의 욕망을 대변한다. 인간은 살아서 성공을 갈망하지만, 한편으론 번잡한 현실로부터 탈출하고 싶어 한다. 작가는 그러나 그 같은 욕망을 부정적인 시선이 아닌 인간의 본성으로 겸허히 받아들인다.
김시원은 "누구나 화려한 삶을 꿈꾸지만, 내면이 공허하면 결코 행복할 수 없다"며 "냥이를 보면서 행복이란 단어가 떠오르면 좋겠다"고 했다. 053)668-1566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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