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여든까지만 살아주오" 암투병 남편에 수필집 선물 약속지킨 70대 할머니

  • 이외식 시민기자
  • |
  • 입력 2021-08-30   |  발행일 2021-09-01 제12면   |  수정 2021-08-31 16:01
달성 옥포읍 간경리 76세 서재순씨 '화제'
3년여 집필 끝에 자서전 겸 수필집 '천년의 사랑' 출간
이외식


책장을 넘기자 금새라도 껍질을 뚫고 터져 나오려는 석류 알갱이처럼 소복한 삶의 얘기들이 가득 차 있다. 펜을 따라가는 대로 가슴속의 응어리와 울림을 지면으로 고스란히 옮겨심은 한 주부의 인생노정이 수필집으로 엮어져 당당히 세상 밖으로 나왔다.

"빛이 있기에 어둠을 깨고 꿈이 있기에 오뚜기 같이 일어선다. 삶이란 슬기롭게 대처하는 것. 욕심이란 채우는 것보다 남겨둘 줄 아는 여유가 진정한 채움의 욕심이다"란 머릿글로 '천년의 사랑' 수필집을 발간한 서재순(여·76)씨. 그는 대구 달성군 옥포읍 간경리에서 소박한 삶을 누리면서 우리 이웃과 함께하는 지극히 평범한 주부다.

2021082401000732700030522


3년여의 집필의 산고를 끝내고 지난 5월 출간한 자서전 겸 수필집 '천년의 사랑'은 오롯하게 살아온 그의 인생궤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4부로 나뉘어 304쪽으로 구성된 자전적 에세이는 인생 황혼기에 접어든 자신의 생애를 되새김하며 보람된 일과 못다한 아쉬움의 안타까웠던 순간을 담담하게 그려 놓았다. 비록 세련되고 화려한 수사(修辭)는 아니지만 겉을 꾸미지 않은 소박하고 다듬지 않은 질박함이 진솔하게 다가와 눌은밥의 숭늉같은 구수하고 따스함이 담겨져 있다. '어버이의 심정을 이해하는 세월에 서있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자신부터 사랑하는 가슴을 가지다' 등 모두 4부의 목록으로 인생을 나누면서 작은 행복에 만족하며 아름다운 추억을 안고 긴 여행을 하는 나그네의 심정을 묘사하며 에필로그로 펜을 거둔다. 

수필집을 발간하게 된 사연에는 남편과의 애틋한 부부애가 숨겨져 있다고 한다. 남편이 4년 전 암으로 투병하면서 좌절하고 있을 때 서씨는 지극 정성으로 간병하면서 여든까지만 살아준다면 수필집을 선물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다행히 서로 간에 약속을 지켜 지금 남편은 거뜬하게 병마와 싸워 이겨내 현재 건강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고 한다.

늦깎이 만학도 이기도 한 그는 예순이 넘어서야 중·고등 과정을 검정고시로 통과해 2011년 대구공업대 복지과를 졸업, 복지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문학을 좋아했던 소녀적의 감상이 되살아나 문예창작 공부에 힘쓴 결과 2011년 월간 한비문학 시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했다. '꽃은 별이고 별은 꽃이다' '어부바' '서리꽃여인' 등 수십 편을 발표했고 시집도 '진달래'(2014) '눈짓'(2019)을 발간했으며 잇따라 '참새의 웃음' '천년의 사랑' 수필집도 발간하는 등 지금도 창작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
글·사진=이외식 시민기자 2whysik@naver.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시민기자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