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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사천의 팔포항을 빠져나간 금양3호는 오후 8시쯤 통영 두미도 북쪽 설풍방파제 부근에 닿았다. 어탐기에 찍힌 수온은 28.4℃, 수심은 5~6m. 예년보다 1~2℃ 이상 수온이 높다. 첫 입질은 생각보다 빠르게 들어왔다. 선실 왼쪽에 있던 현지 꾼이 꽤 좋은 씨알의 무늬 오징어를 낚아낸다. 이날 취재팀이 낚은 무늬 오징어는 대략 40~50마리. 배 전체로는 70~80마리 정도 낚였다. 9월 초쯤이면 수킬로그램 이상 몬스터급 무니 오징어의 마릿수 축제가 열릴 것이다. |
9월 초부터 역대급 몬스터 축제가 열린다. 원래는 갈도를 염두에 뒀다. 막 시즌이 개막된 무늬 오징어 에깅. 탐사가 목적이긴 했지만 초반에 씨알과 마릿수 조과가 월등한 곳 중 하나가 통영 갈도이기 때문이다.
원고 마감이 임박한 지난 8월10일. 나는 급하게 일정을 잡고 박범수 한조크리에이티브 대표와 함께 경남 사천의 팔포항으로 내려갔다.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던 쯔리겐 필드 스태프들과 함께 금양3호에 오른 시각은 오후 7시.
"두미도로 갈 겁니다. 지금 먼바다는 주의보 상태라…."
조상권 사천 금양낚시프라자 대표 겸 금양3호 선장의 말에 약간은 힘이 빠진다.
수심 얕고 바닥지형 다양한 곳 적합
조류 세지고 비 쏟아지자 큰놈 입질
동해쪽 난류, 남해쪽으로 영역 확장
올해 한치처럼 역대급 호황 맞을 듯
한달 후 킬로그램급 폭풍 입질 예고
◆첫 포인트에서 연거푸 "히트"
조 선장은 두미도 탐사 중에 만약 주의보가 해제된다면 갈도까지 내려갈 거라고 말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나마 다행인 건 두미도가 동서남북으로 연안 홈통이 잘 발달해 있고 비교적 수심이 얕으면서도 바닥 지형이 다양해서 팁런 에깅 탐사에 적합한 필드라는 점이다.
팔포항을 빠져나간 금양3호는 1시간 후인 오후 8시쯤 두미도 북쪽 설풍방파제 부근에 닿았다. 어탐기에 찍힌 수온은 28.4℃, 수심은 5~6m. 예년보다 1~2℃ 이상 수온이 높다.
첫 입질은 생각보다 빠르게 들어왔다. 선실 왼쪽에 있던 현지 꾼이 꽤 좋은 씨알의 무늬 오징어를 낚아낸다. 스타트가 좋다. 곧이어 오른쪽 뱃머리에 있는 안태호(쯔리겐 루어 필드스태프)씨도 한 마리 올린다. 그러나 씨알이 잘다. 안씨는 곧이어 두 마리를 연거푸 걸어냈으나 에깅 꾼들의 은어인 '감자' '고구마' 씨알이다. 포인트 이동.
설풍 방파제에서 동쪽으로 1㎞ 정도 이동한 금양3호는 북구방파제 앞에 자리를 잡는다. 밤 9시. 이번에는 왼쪽 뱃머리에서 연속 히트 소리가 들린다.
"히트~!"
"여기도 히트~!"
우리와 함께 내려온 인터넷 낚시쇼핑몰 김창훈 캐스팅 마켓(castingmarket.co.kr) 대표가 고구마 하나를 캐내자 바로 옆에 있는 허선웅 프로(쯔리겐 필드 스태프)가 비슷한 씨알의 무늬 오징어를 랜딩한다. 선실 양 옆자리와 선미 쪽에서도 드랙 소리가 들린다. 낚이는 씨알은 고만고만하다.
어느덧 밤 10시 반. 두미도 북쪽 연안에서 시계 방향으로 섬 반 바퀴를 돈 금양3호. 잘 흐르던 조류가 멎었다. 10물때의 만조 시각이다. 두미도 남동쪽 동뫼섬 곶부리 홈통 입구에서 꾼들은 열심히 에기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보지만 조류 흐름이 없는 상태에서는 속수무책이다. 게다가 바닥이 고르지 않은지 채비 뜯김이 잦다. 안 될 때는 쉬어가는 게 상책.
박범수 대표와 쯔리겐 필드 스태프들이 그동안 낚은 무늬 오징어를 한데 모았고, 금양3호 사무장의 멋진 칼솜씨가 더해져 무늬 오징어 회 한 상이 차려졌다. 씨알이 잘긴 했지만 10여 마리를 회 친 거라 제법 그 양이 푸짐해서 금양3호에 있는 15명 꾼들의 야식으로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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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횟감과 다른 육질을 자랑하는 무늬 오징어. 된장·양파가 결합되면 색다른 풍미를 느낄 수 있다. |
◆초썰물로 바뀌자마자 큰놈 불쑥
자정 무렵, 두미도 남쪽 새끼섬 부근. 투둑투둑 빗방울이 듣더니 이내 장대비가 쏟아진다.
"차라리 시원하네요."
허씨가 뱃머리에서 멀리 에기를 날린다. 허 프로의 말대로 두미도 해상의 여름밤은 전혀 더위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시원한 편이다. 바닥을 찍은 에기에 저킹 액션을 한 허 프로가 낚싯대를 수평으로 눕힌다. 초썰물로 바뀐 조류에 에기를 태워 무늬 오징어를 유혹하는 거다.
이때 팽팽하던 허 프로의 원줄이 갑자기 확 꺾이며 축 늘어진다.
"입질이다~!"
허 프로가 세워 든 낚싯대의 초리가 수면으로 곤두박질친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낚싯대 휨새다. 심상치 않은 씨알임을 느낀 조상권 선장이 어느새 뜰채를 들고 허 프로의 곁에 다가온다.
허 프로는 원줄의 텐션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릴링만으로 파이팅을 펼친다.
"찍~, 찌익~!"
수면에 거의 올라온 무늬 오징어가 마지막 저항을 해 보지만 이 상황에서 승리는 십중팔구 꾼의 몫이다. 침착하게 랜딩하는 허 프로의 채비 아래 조 선장의 뜰채가 들어가고 그 안으로 굵직한 무늬 오징어가 고스란히 담긴다. 이날 처음이자 마지막을 장식한 킬로그램급 무늬 오징어다.
금양3호는 이후 1시간 정도 더 두미도 남쪽 해상에 머물며 탐사를 이어갔으나 더는 허 프로가 낚은 씨알 그 이상의 무늬 오징어는 보지 못했다. 대신 꾼들은 500g 전후급 씨알로 마릿수 손맛을 한껏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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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월간낚시21 기자 |
◆박 대표 올해는 "호황 경험할 것"
이날 취재팀이 낚은 무늬 오징어는 대략 40~50마리. 배 전체로는 70~80마리 정도가 낚였다. 남해 먼바다에 발효된 주의보만 아니었다면 금양3호는 원래 예정했던 갈도까지 내려갔을 것이다. '그랬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이날 취재팀의 두미도 탐사는 올 시즌 에깅을 전망해보기에는 충분했다.
"2~3월 울진 후포에서 시작되는 한치 조황을 보면 그해 전체 에깅 시즌을 예측할 수 있어요. 우리가 흔히 '동해 한치'라 부르는 화살오징어가 그때 잘 낚였거든요. 그 호황이 그대로 남해 한치 시즌으로 이어집니다."
한국 에깅의 개척자이기도 한 박범수 한조크리에이티브 대표는 동해 쪽으로 흐르는 쿠로시오 난류가 올해는 남해로도 그 세력을 넓혔다고 보고 있다.
박 대표는 남해 한치 시즌이 예년보다 한 달이나 빠른 5월 초에 시작된 후 지금까지 역대급 호황을 기록하고 있는 것. 동해에서만 볼 수 있던 화살오징어가 올해는 남해에서도 마릿수로 확인됐다는 것 등이 이런 정황을 뒷받침한다는 거다.
박 대표는 "한국에는 아직 데이터가 충분하지는 않지만 이런 호황이 3년, 길게는 4년까지 이어지는 게 일반적"이라며 "올 시즌 무늬 오징어 에깅도 아마 유례없는 호황을 맞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박 대표의 말대로라면 두미도에서 이날 낚인 무늬 오징어 무리들은 한 달 후인 9월 초면 1㎏ 이상 씨알로 성장할 것이다. 그때부터는 수킬로그램 이상, 이른바 몬스터급 무늬 오징어의 마릿수 축제가 열린다.
▨문의=사천 금양낚시프라자 (055-832-4433) 3000-po.com
조류를 따라 흘러가는 선상낚시
팁런 에깅이란?
영어의 TIP과 RUN의 조합어. 선상(BOAT)에서 이뤄지는 무늬 오징어 에깅의 한 장르로 도보 낚시에서는 쓰지 않는다. 팁런 에깅의 테크닉은 낚싯대의 초릿대에 집중돼 있다. 초릿대의 움직임으로 입질을 파악하기 때문에 '초릿대 움직임=RUN'의 뜻으로 표현된다. 또 하나 팁런 에깅은 배가 조류를 따라 계속 흘러가면서 이뤄지는 낚시다. 여기서 '배의 이동=RUN'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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팁런 에깅은 선상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에기의 무게는 25~30g 정도로 무겁고, 라인 아이(낚싯줄을 연결하는 고리)는 에기의 이마에 있다. |
기존 에기보다 두배가량 무겁고
낚싯줄 연결고리가 이마에 있어
장비와 채비
팁런 에깅을 제대로 구사하려면 전용 장비와 채비가 필요하다.
①로드=기존의 에깅 로드와는 달리 팁런 에깅 로드는 초릿대가 아주 부드럽다. 그에 반해 손잡이 부분(버트)은 기존 에깅 로드보다 강한 파워를 가지고 있다.
②라인=기존 에깅과 마찬가지로 팁런 에깅 라인 역시 합사를 쓴다. 배가 조류를 따라 흐르기 때문에 라인은 조류의 영향을 받기 쉽다. 따라서 팁런 에깅용 합사는 기존 에깅 합사보다 한두 호수 낮은(가는) 걸 쓴다. 기존 에깅용 합사가 1~1.5호라면 팁런 에깅 합사의 기본은 0.6호이며 상황에 따라서는 0.4호 합사를 쓰기도 한다.
③릴=베이트 캐스팅용 팁런 에깅 릴도 있지만 팁런 에깅 용 릴의 기본은 스피닝릴이다. 중요한 것은 드랙의 성능. 우리는 흔히 최대 드랙력이 큰 릴이 좋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여기에는 인식의 오류가 있다. 드랙을 볼 때 중요한 것은 '버틸 수 있는 힘(최대 드랙력)'이 아니라 '얼마나 안정적으로 라인을 방출하는가'를 살펴야 한다. 드랙은 자동차로 치면 브레이크와 같다. 고속으로 달리다가도 안정된 브레이크력으로 안전한 거리에서 자연스럽게 멈출 수 있어야 한다. 드랙 역시 릴에 힘이 전달될 때 라인을 안정적으로 방출되도록 하는 것이 좋은 것이다. 이런 드랙을 가진 릴을 써야 가는 라인으로도 보다 큰 씨알을 무난하게 낚아낼 수 있다.
④에기=팁런 에깅은 선상에서 이뤄지는 것이므로 기존 에깅의 에기와 다르다. 특히 무게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인다. 기존 에깅의 3호 에기 무게는 12~15g이 기본이지만 같은 호수의 팁런 에깅용 에기의 무게는 25~30g 정도로 무겁다. 물론 기존 에기에 싱커를 추가해서 팁런 에깅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에기와 팁런에기의 또 다른 차이점은 기존 에기의 라인 아이(line eye=낚싯줄을 연결하는 고리)는 에기의 주둥이 끝에 있지만 팁런 에기는 에기의 이마에 있다. 이 차이는 물속에서의 에기 액션 차이에서 비롯된다. 즉 기존 에기는 바닥→저킹→폴링의 반복 액션으로, 떨어질 때(폴링) 에기의 머리가 아래를 향하지만, 팁런 에깅은 수평 이동이 기본이므로 에기의 머리가 바닥을 향하지 않는다.
월간낚시21 기자 penandpow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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