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기다렸다, 위드 코로나(2) 대구시 "관광환경 변화 선제 대응" 체류형 관광 새 판 짠다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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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05   |  발행일 2021-11-05 제34면   |  수정 2021-11-05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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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대구 중구 김광석길 빈 점포에 임대 현수막이 붙어 있다. 전국적 관광지였던 김광석길은 코로나로 인해 전체 점포의 절반가량이 폐점 수순을 밟고 있다. 〈영남일보 DB〉

방천시장은 대구 도심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신천과 동서로 달리는 국채보상로가 만나는 수성교 옆에 있다. 신천 제방을 따라 개설된 시장이라 하여 방천시장이라 불리며 1945년 광복 후 일본·만주 등지에서 돌아온 이주민들이 호구지책으로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한 것이 시장의 시초였다. 1960년대 방천시장은 싸전과 떡전으로 유명했고 한때는 점포 수 1천개가 넘는 대구의 3대 대표 전통시장 중 하나였지만 도심공동화와 대형마트, 주변 백화점 등에 밀려 쇠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언택트 명소 발굴·가상현실 콘텐츠 개발
안전·밀집도 고려 숨은관광지 발굴
온라인 플랫폼 활용 여행상품 판매
한류상품개발·트래블버블공항 추진
타도시와 연계 '환승거점센터' 구축
"시간 걸리겠지만 활기 되찾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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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열린 방천아트페스티벌. 김광석길 콘서트 홀에서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대구 중구청 제공>


2009년 죽어가던 방천시장에 반전이 일어난다. '방천시장 별의별 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2011세계육상경기대회를 앞두고 주요 마라톤코스인 방천시장 일원의 열악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시작된 이 사업은 방천시장의 빈 상가를 지명도 있는 지역작가들에게 예술창작 공간으로 제공했고 시장환경개선을 시도한 예술가와 상인 간 일촌 맺기, 시장나들이 마중길 만들기, 주말야시장 등 13개의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이 사업이 지금의 김광석길이 태동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후 2011년까지 방천시장 문전성시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시장상인, 예술가상인이 중심이 돼 전통시장의 새로운 형식 제시와 문화예술장터로의 새로운 변신을 꾀하자는 게 목적이었다. 이때 김광석벽화길 조성을 중심으로 한 김광석길이 조성됐다.

김광석은 1964년 대구시 중구 대봉동 방천시장에서 태어나 1996년 32세 때 요절한 우리나라 대표 가객이다. 생전에 정규앨범 4장, 다시부르기 2장 등을 발표했다. 해마다 음반 발표와 소극장 라이브 공연을 병행하며 관객과의 직접적인 교감에 전력을 쏟은 김광석은 1995년 8월 마침내 대학로 학전 소극장에서 1천회 기념 공연이라는 금자탑을 이뤘다. 20대 여성층은 물론 30대 남성 직장인까지 몰려드는 김광석의 공연은 대학로를 중심으로 한 소극장 공연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김광석길 조성 이후 시장 뒷골목이면서 우범지대이던 옹벽 뒷길이 김광석길로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2013년부터 김광석길 관광객은 급증했다. 2013년 4만3천800명이던 연간 관광객이 이듬해 10배 이상 늘어난 47만7천여명으로 집계됐고 2015년에는 84만1천여명으로 또다시 급증했다. 증가세는 이후에도 가팔랐다. 2016년 100만명을 넘긴 관광객 수는 2019년 140만명을 훌쩍 넘어 버렸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김광석길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주범이다. 지난해 이곳을 찾은 관광객은 71만1천여명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서는 지난 8월 말까지 지난해 수준인 71만명의 관광객이 찾았지만 2년째 이어지는 코로나19로 인해 상인들은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어져 버렸다. 올들어서는 닫거나 임대를 내놓은 가게를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가 됐다. 김광석길 관계자는 "전체 점포 가운데 절반 이상이 폐점을 결정했거나 (폐점)수순을 밟고 있을 정도"라며 "전국 각지에서 많은 분들이 찾아오던 곳이었는데 코로나19가 많은 것을 빼앗아 갔다"고 말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를 찾은 내·외국인 관광객은 357만2천여명. 2019년 864만3천여 명보다 무려 60% 가까이 줄어들었다. 대구 시티투어도 이용자가 3만명 이상 줄며 6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역 관광의 침체는 불가항력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인들은 물론 행정기관이 (관광객 유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지극히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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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에 선제 대응하라"

2년 가까이 긴 터널 속에 갇혀 있었던 대구관광이 이곳에서 빠져나올 기미를 조금씩 보이고 있다. 정부가 지난 1일부터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완화하는 이른바 '위드 코로나'로 정책을 전환했다.

대구시는 위드 코로나 이후 관광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대구만의 매력적인 관광자원개발을 통한 '체류형 관광도시 만들기'가 핵심이다. 관광트렌드와 소비행태에 맞춘 체류환경 조성, 주·야간 볼거리·즐길거리 개발, 관광객 순환 유도를 위한 도시외곽 자원 개발 및 도심지와의 연계 전략 등이 주요 내용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비한 스마트 관광도시로의 탈바꿈을 꾀한다. 빅데이터 기반 관리시스템 구축, 스마트 관광인프라 조성을 통한 소비자 맞춤형 관광생태계 조성, VR·스마트기술·IP콘텐츠를 활용한 실감형 가상현실 콘텐츠 개발 등이 포함돼 있다.

기후변화, 재난재해, 전염병 등으로부터 안전한 관광도시 조성 역시 대구시의 목표다. 언택트 관광명소, 숨은 관광지를 발굴·육성·홍보 및 지원한다. 안전·위생·밀집도 등을 고려해 관광저해요인에 대응하는 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관광 취약계층의 보편적 관광활동이 가능한 무장애·시니어 관광 환경 조성 등에 진력한다. 경북도·기업·지역 내 조직·해외도시와의 클러스터 구축, 행정·전문기관·민간조직·단체 등의 전문가로 구성된 조직 구성, 지속적인 관광사업체 육성 및 지원, 글로컬 관광도시 조성도 계획에 포함된다.

이들 계획의 세부적인 실천방안을 살펴보자. 우선 지역관광 붐업 '두근두근 대구여행'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숙박·음식 등 6개 분야 여행상품을 판매한다. 한국관광공사와 협업해 '(가칭)빌푸네 밥상' 방송 제작지원을 추진하고 'K-pop 콘서트' 등 대구한류관광상품을 개발한다. 이와 함께 도시 간 관광·문화·예술 분야 MOU 체결, 관광교류 협력방안 세미나 개최 등의 계획도 만들었다. 안전국가 중심으로 도시 간, 공항 간 단계적으로 시장교류 협정을 체결하는 등 지역 최초로 대구공항 '트래블버블' 시범공항 선정을 위해 준비한다. 이를 위해 트래블버블형 안전관광 코스개발, 여행객 이동 안전관광 모니터링을 위한 안전관광 전담반(TF)을 운영한다. 트래블버블은 주변국을 중심으로 안전한 나라들이 국경을 서로 개방하고 정기여행을 재개하는 협정을 뜻한다.

대구시는 '대구형 특색 있는 관광인프라 조성'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이는 기존 도심 중심 관광지에서 벗어나 동·서·남·북 관광벨트를 조성하는 것으로 앞산 관광명소화 사업과 낙동가람 수변역사 누림길 조성사업이 그 중심에 있다. 또 방한 외국인 관광객을 지역으로 유치, 한류의 모든 것을 대구에서 즐기는 '신한류문화아지트공간'을 조성한다. 인근 관광거점도시와 함께 지역 관광환승거점센터를 구축할 생각이다.

부산, 안동, 강릉, 전주, 목포 등 관광거점도시와 관광정보 등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전국관광 환승거점센터를 만든다. 2019년 동대구역 이용객이 938만명에 이를 정도로 전국에서 서울역 다음으로 이용객이 많고 고속버스(66개), KTX 등 전국 교통망이 공존하는 국내 유일 광역 복합환승센터를 보유하고 있다는 장점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동대구역 벽면 유휴공간에 설치될 이 센터에는 여행자커뮤니티센터, 스마트관광 체험관이 설치되고 관광편의서비스와 투어 코디네이터 등도 제공한다.

팔공산권 관광 활성화를 추진한다. 대구시는 지난 2월 공무원, 전문가, 관련 지역 상인 등으로 구성된 TF를 만들고 사업 선정 및 현장 확인, 전문가 자문, 관련 부서 협의 등을 거쳤으며 오는 12월에 열리는 제7차 대구권 관광개발계획에 반영할 생각이다.

대구시는 관광사업체 역량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관광업계 종사자 대상 디지털 역량실무 강화 교육을 했으며 휴업 상태인 아웃바운드 여행사를 대상으로 국외여행인솔자 및 항공발권자격증교육도 했다. 이와 함께 지역관광업 재도약을 위한 온라인 판촉 활동을 지원했다.

제갈진수 대구시 관광과장은 "위드 코로나 방역 정책이 시행된다고 해도 고사 직전까지 몰린 관광 산업이 다시 활기를 띠기까진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외교 관광, 네트워크 구축사업 등 전방위적으로 종합적인 플랜에 입각해서 선제적인 관광정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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