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권영진과 홍의락의 '쿨한 이별'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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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9-09   |  발행일 2021-09-09 제23면   |  수정 2021-09-09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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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범 사회부장

다행스럽다. '아름다운'까지는 아니지만 '쿨한' 이별은 되겠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홍의락 전 국회의원의 협치가 끝났다. 홍 전 의원이 대구시 경제부시장에서 물러났다. 로봇테스트필드 대구 유치가 마무리되고 원래의 진영으로 돌아갔다. 7일 일부 언론 인터뷰에서 홍 전 의원은 "대구 사회에서 권 시장에 대한 평가가 너무 인색하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홍 전 의원의 한마디에 권 시장은 가슴을 쓸어내렸을 것이다. 최근 바닥 민심이 좋지 않은 권 시장에게 작은 위로가 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홍 전 의원으로선 자신을 발탁한 권 시장에게 마지막 예의를 갖춘 셈이다.

사실 '불편한 동거'였다. 정치적으로 그렇다. 대한민국이 진영 논리에 사로잡힌 지 오래다. '편 가르기'라는 단어가 일상적으로 사용된다. 동지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이 고착화됐다. 문재인정권 들어 편 가르기는 심화됐다. 적폐 세력과 개혁 세력이라는 프레임 속에 극단의 정치가 횡횡하고 있다. '국민 통합'을 이뤄야 할 문재인 대통령은 말로만 통합을 외쳤다. '조국 사태'가 대표적이다. 문 대통령은 '조국 사태'로 나라가 두 쪽이 났는데, 국민이 아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했다. '사람이 먼저'라는 문 정권의 선전 문구를 뒤틀어 이야기하면 '내 사람이 먼저'가 된다. 문 대통령의 '내 식구 철학'은 인사를 통해 증명됐다. 문 대통령은 인사 원칙을 스스로 어기며 '내 식구'를 기용했다. 또 여권의 논리를 대변하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TV토론회에 나와 당당하게 "진영 논리가 뭐가 나쁘냐"고 말했다. '어용 지식인'을 자처한 유 이사장의 논리는 지금까지 여권을 지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권 시장이 홍 전 의원을 발탁했다. 두 사람 모두에게 '독배'였다. 홍 전 의원은 적폐 세력 밑에서 일하는 모양새가 됐고, 권 시장은 '내 편'을 적으로 돌린 꼴이다. 대구의 정치권은 권 시장과 홍 전 의원을 못마땅해했다. 일부 인사는 "권 시장이 똥볼을 찼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정말 그런가.

대구 공직사회는 협치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했다. 협치는 대등한 관계에서 나온다. 대구시 공무원들은 권 시장과 홍 전 의원을 '동급'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대구시와 정부의 가교 역할을 하는 '심부름꾼' 정도로 여겼을 것이다. 홍 전 의원이 부시장으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로 '대구 취수원 다변화'를 거론했을 때 대구시 일부 간부들이 분노(?)한 배경이다. 대구시 공무원들에게 '대구 취수원 다변화'는 권 시장의 공적이어야 한다. 홍 전 의원이 대구 취수원 다변화를 위해 어떤 역할을 했든지 간에 권 시장이 우선이다. 홍 전 의원은 권 시장 밑에서 일하는 부하일 뿐이다.

홍 전 의원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재선 의원 출신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했다. 어차피 대구 정치권이나 공직사회 비판은 홍 전 의원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권 시장도 간섭하지 않았다. 내부의 불만이 하늘을 찔렀지만 가만있었다.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 협치를 명분으로 홍 전 의원을 발탁해 놓고 스스로 판을 깰 수도 없었을 것이다. 권 시장과 홍 전 의원의 깊은 속내를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쿨하게 마무리됐다. 대구 취수원 다변화, 로봇테스트필드라는 성과도 분명히 존재한다. 진영 논리에만 사로잡혔다면 얻지 못했을 성적표일 수 있다.

대구 전체가 권 시장과 홍 전 의원의 협치를 차분하게 평가할 시점이다.
조진범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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