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스토리]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조손가정 (2)...조손가정 50%(2018년 기준) 연소득 3천만원도 안돼…5.3%만 기초생계급여 수급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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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9-17   |  발행일 2021-09-17 제34면   |  수정 2021-09-17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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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손가정은 일반가정에 비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8 아동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손가정의 월 평균 근로소득은 221만5천원으로 일반가정(413만7천원)의 절반가량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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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여성가족부 '2010년 조손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손가정이 형성된 가장 큰 이유는 '친부모의 이혼 및 재혼'(53.2%)이었으며 '친부모의 가출 및 실종'(14.7%) '친부모의 질병 및 사망'(11.4%) '친부모의 실직 및 파산'(7.6%) '친부모의 맞벌이 취업'(6.7%) 등 다양한 이유로 조손가정이 형성됐다. 조손가정의 월 평균 소득은 59만원 정도로 대부분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었으며 친부 및 친모와 연락하며 만나는 경우는 각각 약 50%(친부)와 약 35%(친모)밖에 되지 않았고 친부 및 친모의 생사를 알지 못하는 경우도 각각 약 15%(친부)와 약 32%(친모)나 됐다. 이혼율이 증가하는 요즘 세태를 반영한다면 조손가정은 앞으로 더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조손가정 아동은 일반가정 아동에 비해 경제적 곤란, 심리적 위축, 영양 결핍, 정서적 곤란 등 부정적 영향에 노출돼 있다. 주 양육자인 고연령 조부모의 건강 악화, 양육·교육 정보 습득의 어려움, 세대 차로 인해 손자녀와 적지 않은 갈등을 겪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 등이 일상화되면서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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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정신적 결핍
친부모의 이혼·사망·파산 등 원인
아동 박탈감 점수 5.11…평균의 3배
월세·보증부월세 거주비율도 높아
경제적곤란·영양결핍·심리위축 등
성장기 부정적 영향에 노출돼 있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손가정

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1학년 손자녀와 살고 있는 박모(70) 할머니는 최근 수년간 다니던 봉제공장을 그만뒀다. 계속된 불황으로 인해 사업주가 사업을 접었다. 월 180만원 정도 되는 급여로 생활비와 손자녀들의 교육비를 감당했는데 앞으로 막막하다. 4대 보험을 들지 않은 탓에 실업급여도 받지 못한다. 주변의 조언대로 행정기관에 조손가정 생계급여 수급자 신청을 할 계획이다. 수급자가 되면 3인 가구 기준으로 월 98만여원의 생계비와 40만원의 양육비를 받을 수 있어 다시 취직할 때까지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서다. 박 할머니는 "부모가 돌보지 않는 애들이라고 손가락질 받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에 수급자 신청을 미뤘는데 이제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게 됐다. '가난은 염치를 없게 만든다'는 말을 실감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고 말했다.

조손가정이 생계 급여 수급자로 지정되면 1인 가구의 경우 최고 월 54만8천여원, 2인 가구 92만4천여원, 3인 119만5천여원, 4인 가구 146만2천여원, 5인 가구 172만7천여원의 돈을 지자체로부터 받을 수 있다. 손자녀 한 명당 월 20만원 양육수당이 보태진다. 그러나 가구주가 재산이나 소득이 있거나 수령하는 각종 연금이 있다면 그만큼 수급액에서 차감된다. 법적으로 할아버지, 할머니를 부양할 직계 비속(부양의무자)이 있으면 수령액이 또 줄어든다.

조손가정은 일반가정의 아동에 비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8 아동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손가정의 월 근로소득은 221만5천원으로 일반가정(413만7천원)의 절반가량에 그쳤다. 조손가정의 70.2%의 연 소득(2018년 기준)은 1천만∼5천만원이고 1천만원 미만인 조손가정도 9.2%에 달한다. 전체 조손가정의 79.4%가량이 연 소득 5천만원 미만인 셈이다. 일반 아동가구의 월평균 생활비는 총 260만원인 것으로 조사된 반면 조손가정의 경우 이보다 낮은 164만여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의 결핍지수에 대한 조사에서 조손가정의 결핍지수는 52.9%로 일반가정 29.9%에 비해 23%포인트 높았다. 결핍지수는 '하루에 세 끼를 먹는다' '학교나 보육기관에서 주최하는 행사 또는 현장학습에 참가하기 위한 돈을 지불할 수 있다'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다' '다른 사람에게 물려받지 않은 새 옷이 있다' '적어도 두 켤레의 신발을 가지고 있다'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한다' 등 17개의 결핍문항 중 2개 이상 결핍으로 응답한 아동의 비율을 말한다.

주거환경에 있어 일반가정은 약 8%가 월세 혹은 보증부 월세에 거주하고 있지만 조손가정은 42% 이상이 월세 혹은 보증부 월세에 거주하고 있고 월세 부담이 23만원으로 다른 빈곤저소득 계층보다 높은 편으로 조사됐다.

물질적·사회적 박탈상태에 대한 조사에서 조손가정은 평균 박탈점수인 1.58점을 훨씬 상회하는 5.11점을 기록해 이들 가구에 속한 아동이 상당한 수준의 박탈감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아동빈곤율은 14.5%로 OECD 35개국 중 26위를 기록해 아동빈곤율이 비교적 높은 국가에 이름을 올렸다. 아동빈곤율이란 아동(0~17세) 중 '중위소득 50% 미만 소득 가정'의 아동 비율을 말하며 아동 빈곤율이 가장 낮은 국가는 핀란드로 아동빈곤율이 3.6%에 그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우리나라 아동들은 평균적으로 행복 및 삶의 만족을 느끼는 반면 특정가구의 아동은 그렇지 못한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여기에 조손가정 아동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어려움 가중
중2·고1 손자녀 양육 중인 할머니
최근 사업주 폐업으로 일자리 잃어
컴퓨터 없어 원격수업 참여 힘들고
식비 등 생활비 지출 부담도 늘어


◆복지사각지대에 내몰린 조손가정…"코로나19 어려움 가중시켜"

최모(76) 할머니는 2명의 초등학생과 1명의 중학생 등 3명의 손자를 홀로 양육하고 있다. 최근 노인 일자리 사업마저 끊기면서 생활고를 겪고 있다. 평소라면 학교에서 급식을 먹을 아이들이 코로나19 때문에 집에 있는 날이 많아 식비나 공과금 등 생활비 지출은 배로 늘었지만 수입은 줄어들었다. 최 할머니는 지난해 동 행정복지센터에 생계급여 수급자 신청을 했지만 거절당했다. 등본 등 서류에 손자녀들의 부모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주거와 교육 급여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됐으나 아직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기준엔 남았다. 최 할머니는 "10년 전에 이혼하고 아이들을 맡긴 뒤 지금까지 한 번도 연락이 없는 부모인데 서류상 존재한다는 이유로 지원을 받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18년 12월 기준 기초생계급여를 받는 조손가정 수는 6천9세대다. 2018년 기준 전체 조손가정 수의 5.3%만 기초생계급여를 지급받고 있는 것이다. 양육비 지원 비율도 낮다. 여성가족부의 한부모가족지원 사업 에 따르면 지원 대상자는 '조부 또는 조모 중 1인이 만 18세 미만 손자녀를 양육할 경우이며 조부와 조모가 함께 손자녀를 양육하는 경우에는 조부와 조모 중 1인이 심신장애·질병으로 장기간 근로능력을 상실하거나 조부 또는 조모 중 1인이 65세 이상'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의 조건을 충족하는 중위소득 52% 이하의 조손가정에 아동양육비 월 20만원을 지급하며 5세 이하 아동을 양육하고 있는 가정에는 추가 아동양육비 5만원을 지급한다. 문제는 이 조건을 충족하는 조손가정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2018년 기준 전체 조손가정 미성년 손자녀 5만9천183명 중 0.23%인 135명이 아동양육비를 지원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까다로운 지자체 지원 조건
3인가구 생계급여 최고 119만5천원
서류상 부양의무자 있으면 못 받아
"10년간 연락 한번 없었던 자식인데…"
복지서비스 신청 접근성 향상 시급


이처럼 조손가정이 복지사각지대에 머물고 있는 건 우리나라 조손가정의 실태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탓이다. 위에서 언급했듯 조손가정 실태조사는 2010년 이후 실시되지 않아 조손가정 규모 및 수급 현황 이외의 사항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조부모 외 친족이 아동을 양육하고 있는 친족 양육 가정에 대한 현황 자료는 친인척 위탁가정 파악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부모를 대신해 아동을 돌보고 있는 친족 양육 가정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조손가정에 대한 지원 정책이 미미하다. 여성가족부의 한부모가족지원사업, 보건복지부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등 저소득층 지원정책이 대표적인 조손가정 지원정책이며 조손가정을 위한 별도의 정책은 부족한 형편이다.

조손가정에서 신청 가능한 다양한 복지 서비스가 해당 가정에 정확하게 안내되는 전달체계 등이 갖추어져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도 이들 가정을 복지사각지대로 내몰고 있다. 복지 관련 정보 습득 및 접근 경로에 능숙하지 않은 조손가정이 가용한 복지제도를 스스로 찾아 신청한다는 걸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특히 고연령 조부모 및 저연령 손자녀로 구성된 조손가정은 복지 제도에 대한 정보 습득 및 접근성, 온라인 신청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대구지역 한 청소년 돌봄센터 관계자는 "복지 서비스 신청에 있어 행정 편의성이 우선시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조손가정의 제도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과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할머니, 13세 남동생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김미연(15)양은 지난해 3월 코로나19로 학교에 가는 대신 집에서 원격수업을 하면서부터 학습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집에는 5~6년 전에 정부 지원을 받았던 컴퓨터 한 대가 있지만 종이 오래되고 카메라도 없어 원격 화상프로그램 '줌(zoom)'을 이용한 실시간 수업에는 참여조차 하지 못했다. 컴퓨터가 없어 집에서는 아예 수업에 참여하지 못한 동생은 친구 집에 가서 수업을 듣고 오기도 했다. 2년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상황은 조손가정 구성원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진행한 '조부모가정 코로나19 영향 조사'(복수응답)에 따르면 조부모들은 '경제적 어려움'(44%)을 가장 많이 선택했고, '외부활동 제약'(42%), '손자녀 학습활동 관리'(35%), '손자녀 미디어 사용 관리'(26%) 순으로 어려움을 호소했다.
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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