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76주년 기획] 획일화 거부하는 MZ세대(하)- M세대와 Z세대는 '가깝고도 먼 우리'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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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19 14:45  |  수정 2021-10-20 10:37  |  발행일 2021-10-20

 최근 MZ세대를 겨냥한 콘텐츠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흔하게 언급되는 MZ세대에 관해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는 데 있다. 취재진이 대구시민 10명에게 무작위로 질문을 던진 결과, 절반 이상이 MZ세대 범위를 '2030 세대' 혹은 '1990년대~2010년대' 정도로 알고 있었다. 실제 MZ세대는 1980년대부터 2010년대 출생한 세대로 정의되고 있다. 사람들 사이에선 MZ세대가 단순히 '젊은층'을 나타내는 용어로 쓰이기도 한다. 그런데, 'M'과 'Z'는 한데 묶일 수 있는 세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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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1995년 출생
- 온라인 시대 본격적으로 경험
- 직장선 중간관리자에서 신입사원까지 직급 다양하게 포진
- 안정적 직장 선호하지만 윗세대만큼 충성도 높지 않음
- 취업 후 노동소득보다 자본소득이 더 빠르게 불어난다는 점을 실감
- 주식·암호화폐 투자 등에 뛰어들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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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후반~2010년 출생

- 컴퓨터보다는 스마트폰이 편리
- 인스타그램·페이스북·틱톡 등 SNS에 익숙
- 유튜브가 주요 검색창
- 넷플릭스로 드라마 몰아서 시청
- 소셜미디어로 공정·평등·기후변화 같은 사회이슈에 적극적 목소리



◆ 가깝고도 먼 우리
'대학내일 20대연구소'는 M세대를 1981년~1995년 출생한 세대로 정의했다. M세대는 80년대 말 민주화와 90년대 말 IMF를 직접 겪진 않았지만, 민주화의 결실과 온라인 시대를 경험한 집단이다. 

 

올해 41세인 1981년생 최모씨는 "나의 경우 586세대와 밀접한 교류를 맺고 있으며, 성실·근면을 중시한 과거 새마을운동의 가치도 크게 낯설지 않다. 우리의 대학생 시절 표어는 2002년 월드컵 '꿈은 이뤄진다'였고, K-POP 이전 '한류 붐'이 새로운 문화로 등장했다"며 "온라인 시대의 개막에도, M세대에겐 TV 앞에 모여 토요일 오후 7시 '무한도전'을 시청하는 일이 익숙했다 "고 설명했다.

 

반면, Z세대는 1990년대 후반~2010년쯤 출생한 세대를 말한다. Z세대의 끝자락은 1996~1998년생(26세~24세)들로 현재 취준생·사회초년생들이다. Z세대는 컴퓨터보단 스마트폰이 편리하고, 친구들과 카카오톡과 대화를 나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 친숙한 세대로 일컬어진다. 

 

Z세대 중에서도 가장 젊은 축에 속하는 초등학생들은 현재 '코딩'을 의무적으로 배우고 있고, '근로환경', '젠더', '빅데이터' 등이 교육과정에서 중요한 의제로 떠올랐다. 

 

현재 12세인 2010년생들에겐 유튜브가 '포털사이트'다. TV는 불편한 기기다. 이들에겐 싸이, BTS 등의 한국 가수가 미국 '빌보드차트' 1위를 석권하는 현상도 특별하지 않다. 지난해 6월 대학내일 20대연구소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생각한다는 응답은 Z세대는 54%로 M세대(51%)와 X세대(47%), 86세대(41.7%)보다 높게 나타났다.
 

M과 Z세대의 차이는 '직장' 내 조직 생활과 업무를 대하는 방식에서도 확인된다. M세대인 82년생 김모(39·대구 동구)씨는 직장에서 '팀장'을 맡고 있다. 김씨는 1996~98년생(26~24세) 신입사원들을 보며 근무방식의 차이를 느낀다. 

 

김씨는 "신입사원들이 출퇴근 시간을 칼 같이 지키는 경우가 많다. 9시 출근이면 10분 전에 도착해 환기를 하거나, 주변 정리를 할 수도 있는 일이다. 내겐 당연한 모습인데 요즘은 9시에 딱 맞춰 도착한다"며 "이럴 때면 신입사원들이 일과 자신을 정확하게 분리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고 했다.


Z세대인 96년생 진모(26·대구 북구)씨는 학교 교사로 근무 중이다. 진씨는 활발한 SNS 유저로, 학생들과 SNS 친구를 맺고 매일 메세지를 주고 받으며 격의 없이 지내고 있다. 진씨가 최소한의 사생활을 공유하며 학생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진씨는 최근 세대 차이로 인해 황당한 일이 생겼다. 그는 "한 학부모로부터 선생님이면 공부를 가르쳐야지 사생활을 공유하면 되냐고 항의를 받았다"며 "교사 선배들도 학부모의 의견에 당연히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학창시절 겪었던 교육 분위기가 엄격해 변화를 꾀해본 건데 공감받지 못해 답답했다"고 했다.
 

'달라도 너무 다른' M과 Z세대의 공통점은 MZ세대 이전 세대보다 인터넷 문화와 스마트폰에 익숙하다는 점이다. 다만,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방식에선 M과 Z세대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M세대의 스마트폰 이용이 자녀에 맞춰져 있었다면, Z세대는 보다 SNS를 통한 소통에 집중하고 있었다.
 

박모(41·대구 동구)씨의 스마트폰에 설치된 어플리케이션(앱)을 살펴봤다.앱 목록 22개 중에서 박씨가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앱은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취미생활을 위한 '카카오골프예약'과 금전 관리를 위한 '카카오뱅크' 등의 은행 앱이 5개쯤 있었다. '성범죄자 알림e'를 비롯한 '캣점프', 'rolbox', '틱톡', '단어호감' 등은 아이들을 위해 설치된 앱이었다. 

 

박씨는 "10~11살 아이들이 내 스마트폰을 이용해 오락하고 공부도 한다. 성범죄자 알림e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했다"며 "40대 아저씨가 틱톡을 갖고 놀겠냐"고 웃었다.
 

반면, 김모(18·대구 북구)양의 스마트폰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웹툰', '넷플릭스', '네이버 블로그' 등의 앱이 설치돼 있었다. 최근 유행하는 공유 전동킥보드 앱도 설치된 모습이다. 

 

김씨는 "수험생이긴 하지만 SNS에 매일 들어가 확인한다. 초등학생 때부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사용했다"며 "SNS를 하루도 하지 않으면 괜히 불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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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섣부른 '일반화' 지적도
'MZ세대' 등의 용어를 통한 세대 구분이 급변하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최근 사회현상이 짧은 시간 안에 급변하기 때문에 5년만 차이가 나도 다른 세대로 볼 수 있을 정도다. MZ세대라 붙여서 이해하는 것은 전체를 이해하는데 제한적일 수 있다"며 "온라인 문화에 친숙한 세대라 큰 틀의 가치관은 비슷하겠지만, 디지털 기기와 기술진화에 대한 접근성 측면에서 확연히 다르다"고 했다.
 

이재흔 대학내일 20대연구소 연구원도 "트렌드가 중요해지면서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향유하고 만들어가는 세대가 젊은 층이다보니 MZ세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것 같다. 세대 간 공통적으로 향유하는 특성이 분명히 있지만, 개개인의 특성도 존재하기에 세대의 특정한 특징 하나에 너무 매몰되는 것은 유의해야 한다. 트렌드와 변화를 읽는 하나의 방법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사실 'M'과 'Z'세대 구분은 미국에서 인구통계를 연구하기 위해 처음 등장했다. 지난 1991년 발행된 저서 '세대들, 미국 미래의 역사'에서 처음 언급된 'M(Millennials: 밀레니얼)세대'는 1980년대 초~2000년 사이 출생한 세대로 정의됐다. 지난 2018년 미국에서 'M세대'를 1981년~1996년생으로 재정의됐고, 한국에 도입됐다. 

 

'Z세대'는 M세대 이후 등장한 세대를 통칭한다. 보통 1990년대 중후반에서 2010년대 초반을 Z세대로 분류하지만, 어디까지를 Z세대의 끝으로 볼 것인지 통일된 의견은 없다.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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