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란의 스위치] '한국 MCN 산업 길잡이' 송재룡 트레져헌터 대표 "1인 미디어 성공하려면 무엇을 왜 만드는지부터 생각해야"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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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27 07:47  |  수정 2021-11-01 16:28  |  발행일 2021-10-27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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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콘텐츠 크리에이터 연합회 초대 회장으로 취임한 송재룡 트레져헌터 대표는 "성장기에 진입한 MCN 산업에서 진일보한 생태계와 터전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앞으로 아시아 크리에이터 관련 어워즈, 페스티벌, 공모전 등 다양한 공익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구 출신인 송재룡 트레져헌터 대표는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Multi Channel Network) 사업'을 국내에 처음 도입한 인물로 '한국 MCN 산업의 길잡이'로 불린다. 유튜브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수익을 내는 채널이 많이 생기자, 이들을 묶어 관리해주는 곳이 필요하게 됐는데 이것이 'MCN 사업'이다. 송 대표가 CJ E&M 신규사업팀장으로 근무하며 '다이아 티비(DIA TV)'를 론칭한 것이 그 출발이다. 이후 2015년 1월에 트레져헌터를 창업했다.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내다보며 아무도 생각하지 않은 분야에 뛰어들어 창업 후 괄목할 성장을 보여주고 있는 송 대표를 인터뷰했다. 송 대표는 "다양한 취향과 B급 감성이 주목받는 세상이 올 것으로 생각했다"며 "세대와 지역을 초월해 소통하는 따뜻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MCN은 '유튜버들의 소속사'
콘텐츠 제작사·방송사 역할도

다양성과 B급 감성 주목 예상
CJ 울타리 벗어나 창업의 길

좋아하고 잘하는 것 도전하면
1인 미디어 성공 가능성 높아


▶MCN 사업이 도입된 지 꽤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생소하게 여기는 사람이 더 많다.

"MCN은 좁은 의미에서 유튜브 플랫폼 중개 사업자이다. 유튜버와 크리에이터를 연결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넓게 보면 크리에이터와 광고주를 연결해 수익을 창출하고, 저작권 이슈를 해결하는 역할 등을 한다. SM엔터테인먼트와 같이 가수를 위한 음악 기획사가 있는 것처럼 '유튜버들의 소속사'로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엔 업무 분야가 점점 확대되어 콘텐츠 기획 및 제작사나 일종의 방송국 역할도 하고 있다."

▶어떻게 이 분야에 뛰어들었나.

"사회에 진출하면 기자가 되거나 교수가 되고 싶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길이 잘 열리지 않았다. 유학을 준비하다 지금의 CJ 엠넷미디어에 입사해 만 4년간 근무하면서 미디어와 관련해 여러 분야에 대해 정말 많이 배웠다.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온라인 비디오 콘퍼런스인 '비드콘'과 유튜브 뮤직 어워드 등의 해외 행사도 많이 다녔다. 해외 유명 유튜브 스타들이 연수익 100억원이 넘고 국내에서도 인기 크리에이터가 10대 팬들로부터 연예인 못지않은 큰 인기를 얻는 걸 보면서 국내에서도 이 사업이 빨리 커질 거라고 예측했다."

▶앞을 내다보는 안목이 상당한데.

"책을 읽으며 상상으로 주인공과 대화 나누는 걸 좋아했다. 그 과정에서 상상력과 창의력이 많이 길러진 것 같다. 이런 습관 때문인지 '1인 가구가 늘어나고 IoT(사물인터넷)와 인공지능의 역할이 커지면 세상이 어떻게 바뀔까'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 결과 다수와 주류의 감성 외에도 소수와 'B급 감성', 그에 따른 다양성이 주목받는 세상이 올 것이라 판단했다. 즉 역파레토법칙, 롱테일 법칙이 말하듯, 사소한 다수의 80%가 20%의 핵심 소수보다 뛰어난 가치를 만든다고 믿었다. 특히 앞으로 탈중앙화, 무경계 시대가 올 것이고 똑똑한 개인이 나타나면서 전문 직종은 점점 줄어들고, 일반인이 유튜브로 동네 소식을 전하며 기자 역할을 할 거라는 상상을 했다. 조금씩 그런 세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

▶회사 이름이 특이하다.

"'보물을 찾는 사람'이란 뜻이다. 크리에이터가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콘텐츠라는 보물을 찾아 구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회사 또한 크리에이터라는 보물을 찾아 세상에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와 뜻을 담았다."

▶내년에 코스닥 시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지난 6월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전문 기술평가기관 두 곳에서, 트레져헌터의 사업모델에 대해 모두 A등급을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도 상장을 목표로 여러 가지 필요한 준비를 하고 있다. 2015년 창업 당시 세 명의 동료와 시작했는데 지금은 160여명, 관계사까지 포함하면 250여명의 식구와 함께 일하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

▶창업과 사업 확장 과정이 순풍에 돛단 듯하다.

"고백하자면 애초에 창업에 뜻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모든 게 행운이자, 우연과 필연이 작동했다고나 할까. CJ 재직시절 일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며 지나던 차에 대기업의 울타리에서 나름의 한계를 맞았다. 이 시기에 '직장인이 아닌 삶'을 고민했고, 우연치 않은 기회로 창업을 결심하게 되었다. 창업이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좋아하고 잘하는 분야에서 의미 있는 일을 계속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당시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큰 인기를 끌면서 MCN 사업과 트레져헌터 또한 시장과 투자자들에게서 많은 주목과 투자를 받아 예상보다 반 템포가량 빨리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로부터 2년 뒤 동남아시아 협력과 진출을 위해 여러 출장 과정에서, 해외 기업으로부터 150억원이나 되는 큰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어렵게 일하는 스타트업 안팎에서 화제를 모은 사건인데, 이를 계기로 '글로벌 사이드에서 제2의 창업'이라는 새로운 도약을 하는 기회가 됐다."

▶청소년 시절은 어땠나.

"운동 잘하고 리더십이 뛰어난 쌍둥이 형과는 달리 내향적이고 몸이 약했다. 체육수업에도 양호실에 누워있기 일쑤였고, 혼자 책 읽고 사색하는 것이 좋았다. 어릴 적엔 글로 다른 사람에게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소설가는 먹고살기 어렵다'는 주위의 만류에 교수를 꿈꿨다. 고교 입학 후 진로 상담에서 내 성적으로는 '교수는커녕 대학 진학도 어렵다'는 선생님의 조언에 큰 충격을 먹었다. 사실 제가 공부를 못했다. 고교 입학 당시 전교 200여명 중에 150등이었으니까. 진로 상담에 자극을 받아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 잘하는 친구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2년 반 정도 공부에 몰입해서 믿기 어렵게도 서울대에 입학했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조언할 게 많겠다.

"어렵고 힘든 시기를 보내는 친구들의 입장과 상황이 많이 이해되고 공감된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도 고1 때와 창업 초기에 많이 힘들고 어려웠다. 절망감도 한껏 들었지만, 생전의 어머님이 제게 긍정적인 사고를 일깨워주셨다. '사람이 돈 따라가면 안 된다. 돈이 사람을 따라와야지' '너는 별 같은 존재가 됐으면 좋겠다'와 같은 이야기로 긍정적인 생각과 자존감을 북돋워 주셨다. 어쭙잖게나마 힘든 일을 겪는 많은 후배 여러분에게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지금 당장의 힘든 상황에 사로잡히지 말고, 지금 해야 하는 일 하나하나에 충실히 대하라는 것이다. 티끌 모아 태산이란 말처럼 이렇게 한 걸음 한 걸음이 모이다 보면, 어느 순간에 힘든 상황을 벗어날 변곡점을 맞게 되는 것이 인생인 것 같다."

▶어떻게 해야 1인 미디어로 성공할 수 있나.

"우선 뭘 만들고, 왜 만들려고 하는지 생각해 보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무작정 좋아 보이거나 잘될 것 같아서 시작하다가는 실패하기 쉽다. 이왕이면 본인이 좋아하고, 잘하는 걸 할수록 성공 가능성이 높다.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만이 지닌 독특한 재능이 있다. 이를 명확하게 발견하기 위해서는 주변에서 객관적인 평가를 듣기도 하고, 가끔 스스로를 관조해 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 성실하고 꾸준한 자세가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긍정과 열정, 집요함과 겸손함, 이 네 가지가 준비되어 있다면, 성공한다고 믿고 있다. 그중 하나를 꼽으라면 긍정적인 마음이다."

▶향후 계획은.

"항상 반 박자 앞서가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글로벌 미디어 그룹으로 인정받는 것이 창업자로서의 바람이다. 개인적으로는 전업 크리에이터가 되어, 제 관점에서 본 지구 구석구석을 영상으로 담아내고, 글도 쓰고 싶다. 한동안 어렵겠지만 ….(웃음)"

▶고향을 위해 공헌할 수 있는 것도 많을 듯하다.

"당장은 좀 어렵지만, 고향 후배를 위한 여러 활동도 염두에 두고 있다. 지역의 대학·단체들과 충분한 고민과 노력을 통한다면 멋진 크리에이터와 콘텐츠가 탄생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더불어 미력하게나마 선배 창업가로서 지닌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 출신의 후배 창업가가 탄생하는 데 도움 드릴 날이 머지않을 거라 믿고 있다." 논설위원 yrlee@yeongnam.com

◆송재룡= △1977년 대구 출생 △대건중·경원고·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졸업 △〈주〉EM미디어 신규사업팀, 〈주〉좋은사람들 전략기획팀, CJ E&M 방송콘텐츠부문 MCN사업팀 팀장(2010~2014년) △트레져헌터 대표(2015년 1월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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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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