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어용지식인' 유시민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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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2-16   |  발행일 2021-12-16 제27면   |  수정 2021-12-16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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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범 사회부장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어용지식인'이다. 스스로 자랑스럽게 얘기했으니 정체성을 의심하지 않아도 되겠다. 어용지식인은 권력자나 권력기관에 영합해 줏대 없이 행동하는 지식인이다. 그런데 좀 애매한 구석이 있다. 권력자나 권력기관에 영합한 것은 맞지만, 줏대가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줏대가 강한 편이다. 철저히 진영의 입장을 대변한다. 유 전 이사장의 진영 논리는 세종대왕에 대한 언급에서 잘 드러난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보수정당에서 세종대왕이 나와도 안 찍는다"고 했다. 아무리 훌륭한 후보라도 보수진영 후보는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이다. 달리 말하면 진보 진영에서 아무리 형편 없는 후보를 내세워도 찍겠다는 뜻이다. 무서운 '편 가르기'이다.

유 전 이사장은 최근 세종대왕을 또 한번 이야기했다. '독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환생시키고 싶은 역사적 인물로 조선시대 과학자 장영실 선생을 꼽은 뒤 세종대왕도 살리고 싶다고 했다. "가장 훌륭한 일을 한 왕이 세종대왕"이라고 밝혔다. 환생한 세종대왕이 보수진영의 후보가 된다면 과연 무슨 말을 할까.

유 전 이사장이 정치판에 다시 등장했다. 지난 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재명을 말한다'는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나팔수로 나선 셈이다. 1년8개월 만의 정치평론이다. 지난해 4월 정치평론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버렸다. 내년 대선이 끝날 때까지 유 전 이사장의 말을 지겹도록 들을 가능성이 높다. 수많은 언론에서 유 전 이사장의 말을 반복해서 생산할 것이다. 화제성은 최고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대립구도가 형성돼 더욱 그렇다. 친문 진영은 유 전 이사장의 논리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면서 자연스럽게 결집할 것이다. 유 전 이사장이 무슨 말을 하든 믿을 것이다. 친문 진영에서 유 전 이사장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반대로 보수진영은 코웃음을 칠 것이다. 유 전 이사장이 무슨 말을 하든 믿지 않을 것이다.

유 전 이사장은 도대체 어떤 말을 할까. 조국 사태 당시의 황당한 논리가 또 등장할 것인지 새삼 궁금하다. 유 전 이사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컴퓨터 무단 방출 의혹에 대해 '증거 인멸'이 아닌 '증거 보전'이라고 주장해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유 전 이사장의 등판은 확증편향 시대의 풍경화로 읽힌다. 대한민국은 '나노사회'로 변했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저서 '트렌드코리아 2022'를 통해 공동체가 모래알처럼 흩어지고 파편화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나노사회에서도 서로가 연결되기를 원하는데 혈연, 지연, 학연의 전통적인 관계가 아닌 취향과 선호에 의해 뭉쳐질 것으로 점쳐진다. 내편끼리만 '공명'하는 확증편향이 심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흑백논리로 나눠진 대한민국은 지금보다 훨씬 더 심각한 분열의 길로 갈 것이다.

유 전 이사장은 1959년생으로 62세다. 2004년 한 강연에서 "30·40대에 훌륭한 인격체였을지라도, 20년이 지나면 뇌세포가 변해 전혀 다른 인격체가 된다. 제 개인적 원칙은 60대가 되면 가능한 책임있는 자리에 가지 않고, 65세부터는 절대 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자기가 다운되면 알아서 내려가야 하는데, 비정상적인 인간은 자기가 비정상이이라는 것을 모른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유 전 이사장은 정상일까, 비정상일까.
조진범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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