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화원읍 대구교도소 이전 부지, 공공시설로 개발해야

  • 조성제 전 대구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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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06   |  발행일 2022-01-06 제21면   |  수정 2022-01-06 08:11

조성제_전대구시의원
조성제 (전 대구시의원)

도시를 구성하고 그 공간을 채우는 존재는 주민이다. 주민이 진정한 도시의 주인이 되고, 그 공간을 채우며 삶의 질을 높여가는 것은 당연한 진리다.

하지만 정부의 '대구교도소 이전 부지 개발 계획'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답답하다. 진정 주민을 위한 개발계획인지 의구심마저 든다. 갈등을 초래하는 일방통행식에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 무엇보다 지역사회의 뜻을 무시하는 정부의 행태에 개탄스럽고 기가 찬다. 도시와 공간의 진정한 주인인 주민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되묻고 싶다.

현재 대구 달성군 화원읍에 위치한 대구교도소(10만5560㎡)는 오는 7~8월쯤 하빈면 일대 신축 건물로 이전한다. 원래 지난해 6월 옮길 계획이었지만 법무부가 신축 교도소의 배수처리 용량을 잘못 계산했다는 점이 확인돼 추가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2019년 10월부터 2년 넘게 교도소 이전 부지를 어떻게 개발할지 머리를 맞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용역을 맡긴 LH 측과 논의해 남는 부지에 행복주택·창업공간 등을 만드는 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와 달성군, 특히 달성군민들은 정부의 계획에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광장·공원·문화공간과 같은 공공시설 위주로 개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기피시설인 교도소 때문에 오랜 기간 재산권 등의 피해를 본 만큼 이제는 '주민을 위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구 중구에 있던 대구교도소가 화원에 들어선 것은 1971년이다. 실제 교도소 이전 이후 주민들은 50여 년을 경제적·정신적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교도소가 있는 동네'라는 이미지 때문에 마음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건축고도 제한 등 각종 규제에 묶여 재산권 침해도 받아야 했다. 그래도 나라에서 하는 일이니 참고 견뎠다.

평범한 일상을 빼앗긴 50여 년, 그 질곡의 세월을 견뎌온 주민들에게 정부는 납득할 수 없는 계획을 마련해 또 다른 아픔을 주고 있다.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해 달라는 호소에도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일부 조정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여전히 교도소 이전 터에 아파트와 창업공간을 짓겠다고 한다.

특히 정부의 계획 이면에는 국유재산인 만큼 이전 부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수익'을 내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의도 자체가 어이가 없고 이해하기 어렵다. 50여 년간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본 주민들을 위로해주지는 못할망정 수익 운운하며 부동산 개발에 천착하는 형태에 실소가 나올 정도다. 도시의 공간은 공공적 가치와 정신적·문화적 맥락이, 복합적이고 중층적으로 집약돼야 한다. 그래야만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있다. 자본과 수익 논리가 절대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 치적용으로 접근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 특히 시류에 편승해 창업공간을 조성하고 단기적으로 주택 수를 늘리는 데에 급급해 깊이 있는 성찰 없이 접근한다면 도시 경쟁력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당연히 주민의 삶의 질 향상도 기대하기 힘들다.

특히 정부에서 언급한 것처럼 교도소 이전 부지는 국유재산이다. 이는 국민, 즉 주민의 재산이라는 뜻이다. 주민 다수를 위해 쓰여져야 할 땅인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아파트를 소유하고 창업공간을 이용하는 일부의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교도소 이전 부지의 '공간 경영권'을 주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이를 통해 주민이 원하는 공간, 주민으로 채워지는 공간,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변모했을 때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또 다른 경제·사회·문화·공공적 가치가 창출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는 시대적 요청이다. 50여 년간 피해를 본 주민들에게 당연히 해야 할 보상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을 간과하고 정부 계획대로 강행한다면 50여 년간 짓밟힌 마음에 싹트는 것은 불신뿐이다. 그 불신은 정부로 향하기 마련이고, 이는 또 다른 갈등만 부추길 뿐이다. 정부는 이 점을 꼭 명심하길 바란다.

조성제 (전 대구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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