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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만진 (소설가) |
1915년 12월24일 경주 효현교를 지나던 세금 수송 마차가 두 조선인에게 털렸다. 당시 매일신보는 "경주 아화 간에서 관금 봉적, 팔천칠백 원 분실, 범인은 조선 사람"이라고 보도했다. 기사 본문을 읽어보면 경주와 아화 사이에서 공금 8억∼9억원(현 시세)을 조선인 강도 두 명에게 탈취당했다는 내용이다.
일본인이 끌고 가는 마차를 습격해 세금 행낭을 빼앗은 두 사람은 우재룡과 권영만이었다. 이들은 1910년대 독립운동을 주도한 광복회 핵심 지도부의 일원이었다. 1915년 8월25일 대구 달성토성에서 결성된 광복회는 1920년대 의열단, 1930년대 한인애국단으로 계승됐다.
조선헌병대사령부가 총독에게 보고하기 위해 만든 '대정 8년 조선 소요 사건 상황'에 "3·1운동의 배경은 광복회"란 표현이 기록돼 있다. 그만큼 광복회의 활동은 대단했다. 1918년 10월16일자 매일신보에도 "반도의 인심을 뒤흔드는 광복회"란 평가가 드러나 있다.
광복회의 활동 전반을 다룬 책이 2021년 8월31일 발간되었다. 그동안 개별 논문 단위의 글은 상당수 나왔지만 체계화해서 일목요연하게 소개한 저술이 상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비밀결사가 창립되고 116년이나 지나 최초로 종합 안내서가 나왔으니 아주 늦게 태어났다고 말할 수도 있다.
책 이름이 '광복회, 독립전쟁을 이끌다'이다. 대구경북연구원(원장 오창균)과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상임대표 우대현)가 공동으로 기획하고 집필했다. 그보다 전에는 대한광복회총사령 고헌박상진의사추모사업회가 2015년에 펴낸 '광복회 100주년 자료집'이 나오기도 했다.
광복회의 활동을 장편으로 처음 형상화한 작품은 2019년에 나온 '소설 광복회'다. 필자가 집필했으며, 박상진 우재룡 권영만 채기중 김한종 김좌진 강순필 이병호 임세규 장두환 한훈 등 광복회 실존 인물들의 활약상과 고난을 두루 사건과 갈등 속에 담았다.
하지만 오늘도 효현교에는 1910년대 최고의 무장 비밀결사 광복회의 첫 항일투쟁 현장이라는 표식이 전혀 없다. 달성공원에도 광복회 창립지라는 안내 한 마디 없다. 연예인식 유행어를 차용하면 '어이가 없다!'
독립지사를 기리고 현장을 보존하고 관련 서적을 읽는 일은 후대 민족 구성원의 임무다. 시민과 행정기관 모두가 제 몫을 해야 성숙한 민주사회라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이게 나라냐?"라는 소리를 또 듣게 될 것이다. <소설가>
일본인이 끌고 가는 마차를 습격해 세금 행낭을 빼앗은 두 사람은 우재룡과 권영만이었다. 이들은 1910년대 독립운동을 주도한 광복회 핵심 지도부의 일원이었다. 1915년 8월25일 대구 달성토성에서 결성된 광복회는 1920년대 의열단, 1930년대 한인애국단으로 계승됐다.
조선헌병대사령부가 총독에게 보고하기 위해 만든 '대정 8년 조선 소요 사건 상황'에 "3·1운동의 배경은 광복회"란 표현이 기록돼 있다. 그만큼 광복회의 활동은 대단했다. 1918년 10월16일자 매일신보에도 "반도의 인심을 뒤흔드는 광복회"란 평가가 드러나 있다.
광복회의 활동 전반을 다룬 책이 2021년 8월31일 발간되었다. 그동안 개별 논문 단위의 글은 상당수 나왔지만 체계화해서 일목요연하게 소개한 저술이 상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비밀결사가 창립되고 116년이나 지나 최초로 종합 안내서가 나왔으니 아주 늦게 태어났다고 말할 수도 있다.
책 이름이 '광복회, 독립전쟁을 이끌다'이다. 대구경북연구원(원장 오창균)과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상임대표 우대현)가 공동으로 기획하고 집필했다. 그보다 전에는 대한광복회총사령 고헌박상진의사추모사업회가 2015년에 펴낸 '광복회 100주년 자료집'이 나오기도 했다.
광복회의 활동을 장편으로 처음 형상화한 작품은 2019년에 나온 '소설 광복회'다. 필자가 집필했으며, 박상진 우재룡 권영만 채기중 김한종 김좌진 강순필 이병호 임세규 장두환 한훈 등 광복회 실존 인물들의 활약상과 고난을 두루 사건과 갈등 속에 담았다.
하지만 오늘도 효현교에는 1910년대 최고의 무장 비밀결사 광복회의 첫 항일투쟁 현장이라는 표식이 전혀 없다. 달성공원에도 광복회 창립지라는 안내 한 마디 없다. 연예인식 유행어를 차용하면 '어이가 없다!'
독립지사를 기리고 현장을 보존하고 관련 서적을 읽는 일은 후대 민족 구성원의 임무다. 시민과 행정기관 모두가 제 몫을 해야 성숙한 민주사회라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이게 나라냐?"라는 소리를 또 듣게 될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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