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의 피플] 이형호 한복진흥원장 "한복 세계적 관심...삼국시대부터 우리 옷 100개 선정해 패션쇼 열 계획"

  • 김수영,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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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12 07:45  |  수정 2022-01-12 11:33  |  발행일 2022-01-12 제14면
"한복진흥원, 양잠부터 직조·제작까지 全과정 관여
우리 옷 체계적 조사로 치밀한 세계화 전략 세워야
비대면·4차산업 발맞춰 '한복 메타버스' 구축 예정
인력양성 위해 콘테스트·명장 네트워크 등 계획 중"

이형호원장
한국한복진흥원 이형호 초대 원장은 "최근 한류 열풍으로 한복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복의 세계화는 물론 국내에서의 한복 확산을 위한 정책 마련과 함께 국민의 인식 전환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아이돌그룹 덕분에 한복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들이 멋스럽고 독특한 무대의상으로 탈바꿈한 한복을 입고 세계공연무대를 누비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의 뮤직비디오는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하며 한복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복 교복을 시범적으로 도입하는 학교도 늘고 있어 한복 대중화에 포문을 열었다. 불편하고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멀리했던 한복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월 경북 상주시 명주테마파크 안에 한국한복진흥원이 개원했다. 국내 최대 명주 산지인 함창읍에 들어선 한복진흥원은 한복·한복 소재인 명주 등과 관련한 한복 콘텐츠 전시를 비롯해 한복 소재 및 옷 연구와 산업화 방안 모색, 한복장인 양성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친다. 이를 통해 한복 산업을 활성화하고 한복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크다. 초대 한복진흥원장을 맡은 이형호(61) 원장에게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한복진흥원에 오기 전 공직에 있으면서 한국전통문화와 관련된 일을 해온 것으로 안다.

"경북(청도)에서 태어났지만, 오랫동안 떠나 있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게 돼 기쁘다. 그것도 공직생활을 하면서 관심을 가졌던 분야로 다시 오게 돼서 의미가 크다. 행정고시를 통해 공무원이 된 후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정책관 등을 지내면서 전통문화와 관련된 일을 다양하게 경험했다. 특히 문체부에서 일하는 동안 전통문화세계화전략을 추진했다. 이 사업 안에 한복에 관한 것도 있었다."

▶한복진흥원의 목표는.

"말 그대로 한복을 진흥시키는 것이다. 이는 한복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의미한다. 진흥원은 누에를 키우고 고치를 생산하는 양잠부터 비단 직조, 한복 제작까지 한복과 관련된 모든 과정에 관여한다. 한복 장인을 키우는 전수관, 다양한 한복을 선보이는 한복전시홍보관, 한복의 산업화 및 세계화를 책임지는 융·복합산업관 등이 있다. 한복 착용을 확산하고 한복을 전 세계에 알리는 일을 한다."

▶개원한 지 몇 달 되지 않았지만 눈에 띄는 사업들을 추진했다.

"한복의 일상화를 위한 다양한 국비 공모사업을 추진해 성과를 냈다. 한복진흥원과 상주를 기반으로 한복을 널리 알리는 한복 문화 지역거점 지원사업을 진행했다. 한복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한복 배틀그라운드', 경북 한복 사진 공모전, 한복이 있는 마당 토크콘서트 등을 열었다. 한복 문화주간 사업에도 선정돼 한복 관련 기획전시 및 캐릭터 공모전, 한복 아트페스티벌 등을 개최했다."

▶한복산업화를 위한 융·복합산업관에 대한 기대가 큰데.

"현재 한복과 관련한 4개 업체가 입주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입주업체는 천연염색업체 '마린도요', 한복디자인업체 '천지빛깔', 전통섬유(상주명주)업체 '장수직물', 한복 판매 및 렌털업체 '함창명주'다. 천연염색 체험 및 교육, 전국체전 주요 내빈 입장용 한복 디자인, 상주 방문객을 위한 한복 렌털 등 한복 대중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명주 스카프 등 한복진흥원 기념품 제작, 비대면 한복 만들기 키트 및 온라인교육 영상 제작 등의 사업에서는 진흥원과 협업했다."

▶최근 '우리 옷 100선' 국민 선호도 조사를 했다.

"내년에 우리 옷 100선이라는 한복 문화 콘텐츠를 새롭게 개발하기 위한 것이다. 삼국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우리 옷 100선을 선정한 뒤 실물을 제작해 전시하고 패션쇼도 열 계획이다. 시대별·형태별로 다양한 우리 복식을 알리고 문화 콘텐츠로 만들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복문화 콘테츠화를 강조했다. 이유가 뭔가.

"한복의 대중화·세계화를 위해선 한복의 문화 콘텐츠화가 가장 중요하다. 한복문화 콘텐츠화에는 시, 소설, 그림 등 예술과의 접목이 필수적이다. 이런 시도는 한복 디자인은 물론 소재 개발에도 중요하다. 세계 패션명품업체들이 쓰고 있는 치밀한 마케팅 전략도 필요하다. 계층별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옷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와 연구가 시급하다."

▶2023년 세계모자 페스티벌도 기획 중인데.

"몇 년 전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업체 넷플릭스의 '킹덤'이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킹덤에서 선보인 한국 전통모자 '갓'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됐다. '한국은 모자의 왕국'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의상에 따른 모자가 다양하다. 한복은 물론 전통모자의 세계화까지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세계 모자 생산 및 시장 점유율 1위도 한국이다. 하지만 아직 한국에 모자를 주제로 한 축제나 행사가 없다. 세계모자 페스티벌을 개최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하려 한다. 한국의 모자는 물론 세계 각국의 모자를 보여주는 전시, 모자를 써보는 체험행사, 모자를 만드는 경연대회, 모자 패션쇼 등을 선보인다."

▶한복 메타버스 사업도 추진한다고 들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비대면 환경에 대응하면서 디지털 전환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한복 메타버스를 구축할 예정이다. 한복 메타버스는 4차 산업혁명과 글로벌화에 맞춘 뉴콘텐츠 개발 및 육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한복 전시 및 온라인 교육, 궁궐과 한복진흥원을 주제로 한 '가상 한복진흥원' 설립, 명절·한글날·한복의 날 전후로 온라인 한복 행사 개최 등을 진행한다."

▶한복 세계화를 위해서는 한복 인력 양성도 시급하다.

"한복 인력 양성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할 계획이다. 기존 한복 명장, 무형문화재와 최신 트렌드를 연구한 패션디자이너의 컬래버를 통해 한복 산업의 혁신과 성장 발판을 마련한다. 패션디자이너 아트 워크숍 개최, 한복 무형문화재 명장 네트워크 구축, 한복 디자인콘테스트 등의 사업도 진행할 것이다."

▶그래도 현재 한복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

"한류 열풍을 타고 세계인들이 한복에 관심을 가지면서 국내에서도 한복을 새롭게 보는 이들이 많아졌다. 과거에는 왕과 양반의 옷이 유행을 만들었다. 현재는 연예인 등 유명인이 패션리더의 역할을 한다. 앞으로도 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복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한복을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이유다."

▶한복에 대한 국민 인식 전환을 강조했는데.

"한복을 바라보는 외국인과 우리 국민의 의식 차이가 크다. 외국인은 아름답다는 반응이 많고 국민은 불편하다는 의식을 강하게 가진다. 국민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남아있는 한복은 과거에는 예복이었던 경우가 많다. 한복은 예를 차릴 때 입는 옷이라고 생각하면 불편함으로 인한 거부감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복 확산 정책과 함께 국민의 인식 전환도 절실하다."

논설위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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