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년째 자전거 수리점을 운영 중인 김종대씨가 고객의 자전거를 고치고 있다. |
대구 수성구 수성1가동에 가면 '만능 자전거 수리인' 김종대(75)씨가 있다. 그의 손을 거치면 금방 쓰러질 듯한 자전거도 새 자전거로 재탄생한다. 고장이 난 원인을 찾아서 그 부분만 빠르고 정확하게 수리하기 때문이다.
김씨와 자전거의 인연은 1960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북 경산이 고향인 그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진학시험에 합격하였으나 어려운 가정 형편에 진학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때 담임선생님의 소개로 대구의 자전거점에서 일하게 됐다. 월급은 없고 숙식 제공이 전부였다. 4년 동안 성실하게 기술을 배웠다. 그 후 월 4천원의 급여를 받아 1년짜리 계를 넣어 만기에 탄 금액이 5만원이었다. 그 돈으로 1965년 꿈에도 그리던 자전거점을 개업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자전거 인구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그의 수리점을 찾는 고객의 수는 대폭 감소했다. 고쳐서 사용하기보다는 새것을 구매하는 쪽으로 사람들의 생활방식이 변하고 있어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전거 수리점은 줄줄이 폐업하고 현재 영업을 하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렇다 보니 얼마 전에는 강원 원주에서 봉고차에 자전거를 싣고 수리하러 온 고객이 있었다. 50여 년 된 짐자전거로 고객의 할아버지가 석유를 배달하던 것이다. 어렸을 때 할아버지가 짐칸에 태우고 다녔던 추억이 있는 자전거였다. 30대의 이 고객은 자전거를 수리하기 위해 제조회사는 물론 3년 동안 입소문을 타고 전국을 누비며 수리 전문가를 찾아다녔다. 이름난 곳은 거의 다 찾아다녔으나 고치겠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고객이 가져온 자전거는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옛날 자전거였다. 김씨는 녹슨 채로 방치된 자전거를 살펴봤고 결함이 무엇인지 금방 알아냈다. 수리하는 데 꼬박 하루가 소요됐다. 마침내 자전거 바퀴가 굴러갔다. 고객은 연신 감사하다고 말하며 가보로 남길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씨는 이런 맛에 아직도 현역에서 뛰고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62년째 자전거 수리점을 운영 중인 김종대씨가 고객의 자전거를 고치고 있다. |
김씨의 아들 정욱(47)씨도 스스로 '모태 자전거 수리공'이라고 칭한다. 아버지가 자전거점을 운영했기 때문에 태어나서 매일 보는 것이 자전거였다. 틈틈이 아버지를 도와주면서 습득한 수리 실력이 아버지만큼은 아니지만, 고장 난 자전거는 기종과 관계없이 고칠 자신이 있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태권도장을 운영 중인 정욱씨는 휴일과 자투리 시간은 아버지와 함께 자전거점에서 근무하고 있다.
김씨는 "난이도가 높은 수리를 마무리하면 어려운 시험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기분이 좋아진다. 나의 손길로 다시 사용되는 자전거를 보며 인생의 희망을 찾는다. 인고의 세월을 보내고 한가로이 서 있는 짐자전거의 모습이 우리네 삶과 다르지 않다"며 웃었다.
글·사진=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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