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나라의 R&D(연구·개발) 부분 한 해 예산은 20조원이 넘고, R&D프로젝트 성공률도 90% 이상이다. 그런데 미국·영국을 비롯해 선진국의 프로젝트 성공률은 50~70%에 그친다. 왜 그럴까. 한국 연구자들은 실패가 두려워 성공이 보장된 연구를 많이 하기 때문이다. 반면, 선진국 연구자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혁신연구'에 집중한다.
'라이덴 랭킹 2018' 논문 편수 순위를 보면, 서울대학교의 논문 양은 세계 9위지만 우수논문 비율은 603위에 그친다. 우수한 연구자들이 오랫동안 기초연구에 전념해야 되는데, 짧은 시간에 많은 결과물을 요구받기 때문에 단기적인 성과에 매달리다 보니 생긴 현상이다. '영향력 높은 연구'(Impact Factor)'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게 우리나라 대부분 대학의 현실이다.
외국인들은 '한국' 하면 '한류'와 '기술력'이 떠오른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엔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한 명도 없다. 그 이유로 국민의 32.9%는 입시 위주 과학교육을, 21.9%는 기초과학 연구 부족을 꼽는다.
올해 프린스턴 대학의 맥밀런 교수와 함께 노벨 화학상을 받은 독일 막스프랑크 연구소 베냐민 리스트 교수는 "과학자에게 필요한 건 '자유와 도전정신'이며, 창의력을 갖고자 한다면 '자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서 '자유와 창의력'에 주목해야 한다.
1901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의 노벨상 수상자 329명 중 과학상 수상자가 300명이다. 시카고 대학은 록펠러가 설립할 때는 3류 대학이었다. 그런데 1929년 허친스 총장이 취임해 'The great books program'을 시행해 고전 명저를 읽게 했다. 이후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다. 노벨상에 다가가는 가장 핵심 요소는 호기심, 자유, 그리고 창의력이다.
우장춘 박사가 1935년에 배추속(屬) 식물의 게놈분석에 관한 논문을 발표한 '종(種)의 합성'이론은 노벨상 수상에 버금갈 정도로 우수한 연구 성과였다. 하지만 당시 우리나라의 국력이 약했다. 지금은 다르다. 경제 규모가 비슷한 캐나다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는 17명, 일본은 23명, 대만은 6명이다.
먼저 과학교육 시스템을 바꾸고, 기초과학에 투자하며, 과학자를 존중하는 환경과 풍토를 만들자. 가령 MD-PhD 학위를 동시에 취득하게 해 기초의학을 발전시켜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MD, 즉 임상 의사로 근무하고 기초의학을 연구하는 연구자는 드물다. 코로나 백신 제조를 외국 회사에 의존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기초연구의 취약성을 알 수 있다.
코로나 이후 시대 사회변화에 대비한 수많은 과학적 대안 중 대표적인 분야는 △의료분야의 바이오 헬스케어와 mRNA를 이용한 코로나 등 백신 개발과 생산 전략 △4차산업 혁명 시대의 로봇산업, 드론과 인공지능 △우주항공 산업, 배터리와 전기차와 수소차 등이다.
코로나 이후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에는 과학기술 분야를 담당할 부총리 직제를 신설하고, 각 지자체에도 '과학기술부지사' '과학기술부시장'을 둬야 한다. 전문가의 시각에서 체계적인 정책 수립을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정밀한 정책 수립으로 입시 위주 과학교육에서 탈피해 기초과학 연구를 활성화하고 투자하자. 과학기술 분야의 성장과 함께 과학 입국을 넘어 최고의 과학 나라를 만들자. 아시아를 넘어 세계 초일류, 최고로 살기 좋은 부강한 나라, 자랑스러운 나라를 만들어 후손에게 물려주자.
서상곤<경북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