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통합정부의 조직 개편에 관하여

  • 이국운 한동대 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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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3-09   |  발행일 2022-03-09 제26면   |  수정 2022-03-09 07:16
대선 후 통합정부 구성 합의
국무총리 권한 강화 필연적
청와대 정책기획·조정기구
과감히 내각으로 옮기는 등
정부조직 개편 논의 뒤따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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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운 (한동대 법학부 교수)

몇 달간 한국 사회를 두 쪽으로 갈라놓았던 제20대 대통령선거의 투표일이 밝았다. 치열하게 전개된 선거운동도 마무리되었으니, 양쪽 모두 주권자의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일만 남았을 뿐이다.

투표 및 개표 과정이 순조롭기를 기대하면서 잠시 잊힌 중요한 문제 하나를 여야가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여야는 모두 선거운동 과정에서 '단일화'를 이루었고, 그 명분으로 통합정부의 기치를 내세웠다. 하지만 이를 위해 필수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정부조직의 개편 방향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당선자가 결정되고 대통령직 인수위가 꾸려지면 곧바로 등장할 논점이므로 이 칼럼을 통해서라도 기본적인 방향을 가늠해 보고 싶다.

현행 헌법의 구조상 통합정부의 구성은 필연적으로 국무총리의 실질적인 권한 강화를 의미한다. 하지만 헌법에 규정된 국무위원의 임명 제청권 및 해임 건의권을 국무총리가 실제로 행사하더라도 분명한 한계는 존재한다. 국무위원의 임면권, 즉 내각의 구성권 자체는 여전히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국무총리의 실질적인 권한 강화 및 이를 통한 내각의 강화를 이루려면 반드시 정부조직의 개편이 뒤따라야 한다. 우선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의 참모조직 가운데 외교와 국방을 포함한 필수보좌기구를 제외하고 정책실장 휘하의 정책기획 및 조정기구들을 과감하게 내각으로 옮길 필요가 있다. 본래의 내각 위에 사실상 청와대의 소(小)내각을 두는 방식으로는 통합정부라는 대의를 실현하기 어렵다.

여기서 제기되는 문제는 청와대의 정책기획 및 조정기구들을 내각에 옮기는 구체적인 방식이다. 이 점에 관해서는 무엇보다 다음의 세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첫째, 대내외 정책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일부 부처의 재구성이 불가피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보건·의료와 방역, 소방·안전과 비상기획에 행정경찰 기능을 합쳐서 시민안전부를 신설한다든지, 복지 관련 부처에 지방자치단체들 사이의 조정 기능을 맡겨 중앙집권적 관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자치행정의 풍토를 완전히 탈피하는 것과 같은 방향이다. 4차산업혁명의 적극적인 뒷받침을 위해 과학기술부에 데이터의 총괄적인 관리 권한을 부여하거나, 탄소 중립 목표의 달성을 위해 에너지 환경부를 통합·신설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선거운동 과정 내내 여야가 충돌했던 여성가족부의 재편 문제나 법무부와 검찰의 역할 조정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논의해야 한다.

둘째, 국무총리의 실질적인 권한 강화를 위해서는 현재의 국무조정실을 국정의 기획과 조정, 예산 및 조직, 공보 기능을 담당하는 기구로 확대·강화한 뒤 국무위원이 이끌도록 바꿀 필요가 있다. 이는 국무총리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내각의 실무책임자에게 현재 청와대 정책실장의 역할을 맡기는 모양새다. 대통령이 정파가 다른 국무총리를 임명해 일종의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경우에는 (가칭)국정기획조정처 장관이 내각의 핵심 포스트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셋째, 대통령과 국무총리, 청와대와 내각, 나아가 정부와 국회의 효율적인 소통을 위해서는 내각 안에 국무위원을 보좌하는 정부위원으로서 정무차관직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각 부처의 정무차관이 전문관료집단의 수장인 사무차관과 협의하면서 위에서 언급한 국정기획조정처를 중심으로 청와대 및 국회와 소통한다면 상시적 당정협의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 정무차관직이 차세대의 정치지도자 양성에도 효과적인 통로가 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국운 (한동대 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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