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알박기 인사

  • 박윤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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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3-22   |  발행일 2022-03-22 제23면   |  수정 2022-03-22 07:05

알박기란 개발 정보를 미리 빼내 해당 지역 부지 일부를 매입한 뒤 개발업체로부터 비싼 보상금을 받기 위해 매각을 거부하고 버티는 것을 말한다. '장차 황금알이 되는 것을 기다리며 알을 땅에 박는다'에서 유래했다. 일종의 부동산 투기 수법으로, 재개발·재건축 지역에서 이런 사례가 흔히 발생한다.

부동산업계 신조어지만, 타 분야에서도 비유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특정 집단의 시위를 막기 위해 시위 예정장소를 장기간 미리 선점해 이름뿐인 집회를 계속하는 '알박기 집회'도 있다. 국가 간 영토분쟁 중인 해상에 어선 수백여 척으로 장기간 방벽을 쌓아 상대국의 접근을 막는 '알박기 정박'이란 용어도 등장했다.

요즘 정치권에선 알박기 인사 논란으로 신·구 권력 간 갈등이 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말 공기업(공기관) 등에 '캠(캠프)·코(코드)·더(더불어민주당)' 인사권을 행사한 것이 발단이 됐다. 올해 들어서 한국공항공사와 마사회 등 수많은 공기업의 기관장과 이사·감사 등 임원 수십명을 임명했다. 대부분 민주당 활동 및 청와대 근무 경력을 지닌 친여 성향 인사들로 해당 분야 비전문가들이다. 이달 말 임기가 만료되는 한국은행 총재(임기 4년)와 선관위 상임위원, 감사원 감사위원 임명을 놓고도 신·구 권력 간 신경전이다.

지금 임명되는 공기업 임원은 상당기간 윤석열 당선인과 동거해야 한다. 새 정부와 국정 철학이 맞지 않으면 서로 삐걱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사표를 강요할 수도 없다. 윤 당선인 측이 구 권력의 알박기 인사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박윤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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