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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본부장 |
국민의힘 대표 이준석과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한 변호사 강용석이 진흙탕 폭로전을 벌이고 있다. 강용석은 대선이 한창이던 작년 말, 이준석이 2013년에 업체 대표로부터 성접대를 받았다고 법원기록과 제보 등을 근거로 폭로했었다. 얼마 전엔 이준석이 그걸 무마하려고 제보자에게 7억원의 투자유치를 약속했다고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이준석은 이를 부인하면서 오히려 강용석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위해 필요한 복당 조치를 취해주면 성접대는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겠다'는 거래를 제안하더라고 폭로했다. 그러자 강용석은 먼저 거래를 제안한 건 이준석이라고 맞불을 놓았다. 이 논쟁은 여러 시각에서 볼 수 있다. 치졸한 폭로전, 음습한 뒷거래, 무분별한 정치게임, 추잡한 성추문….
어느 시각에서든 우리 정치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데, 자세히 살피면 헌정사의 불행했던 한 사건과도 연결된다. 강용석이 폭로한 바에 따르면, 이준석이 성접대를 받은 시점은 2013년 7월11일과 8월15일 두 차례. 장소는 대전 유성의 한 호텔 룸살롱. 접대자는 현지 ICT(정보통신기술) 업체 김모 대표다. 이준석은 의혹 제기의 목적과 수단,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성접대를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 그 시점에 그 룸살롱을 갔는지, 김 대표와 면식이 있는지도 말하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김 대표가 주변에 보냈다고 강용석 측이 공개한 두 줄의 메시지는 스캔들의 실체를 파악하는 실마리가 된다. 메시지가 날조되지 않았다면 그렇다는 얘기다.
첫째 줄은 '우리 식구분들이 워낙 잘해주셔서 이준석 위원이 요즘 대전에 자주 오고 싶어 하는 중'이라고 돼 있다. 두 번째 줄은 이렇게 이어진다. 'VIP 대통령을 끌고 내려오게끔 하는 일은 타이밍의 문제에 불과해졌다.' 정리하면 이렇다. "김 대표 측 사람들이 대전에서 이준석에게 융숭한 대접을 한 덕분에 일이 잘 진행되고 있는데, 그 일은 바로 VIP, 즉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김 대표의 업체를 방문하도록 만드는 작업이다." 그런데 실제로 이준석이 성 접대를 받았다는 날로부터 3개월 남짓 지난 시점에 박 대통령은 김 대표의 업체를 찾아가서 새로 개발한 시스템을 체험하는 행사를 가졌다.
김 대표는 그 무렵 다른 친박 정치인(홍문종)에 대한 금품 로비가 탄로 나 검찰수사를 받은 바 있다. 따라서 박 전 대통령의 업체 방문을 이준석이 주선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2013년 7~8월이면 박근혜 정권이 출범한 지 불과 5개월 정도 됐는데, 그 시점에 이준석이 대통령의 신임을 믿고 호가호위했을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 이준석은 박근혜 비대위원장 시절에 비대위원으로 파격 발탁됐고, 여당 혁신위원장까지 지내며 '박근혜 키즈'로 통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최대 위기에 빠졌을 때 정치적 대부 유승민을 따라 바른정당으로 옮겨 탄핵에 동조했다. 작년 대표 경선에 출마해선 "지금 같은 상황이라도 탄핵에 찬성했을 것"이라며 일반 국민 여론조사 표를 의식해 '역(逆)박근혜 마케팅'을 벌였다. 박근혜 정부가 무너진 건 최순실 같은 비선조직의 국정농단 때문인데, 이준석도 정권 초기에 유사한 일을 저질러 놓고 정치적 계산으로 탄핵을 이용했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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