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나는 나의 명예를 걸고

  • 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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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16   |  발행일 2022-05-16 제26면   |  수정 2022-05-16 07:07
한국 스카우트 올해 100주년
최대 규모 세계 청소년 축제
2023년 '잼버리' 개최도 앞둬
한국을 홍보할 절호의 기회
정부·정치권 적극 지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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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나이 먹는다는 것은 저장경로가 기억나지 않는 수많은 폴더를 만들어 놓은 컴퓨터 같다. 첫사랑 얼굴도 흐릿해지고, 최근 만난 사람 이름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하지만 삭제하지 않은 파일이 컴퓨터 어딘가에 남아 있는 것처럼 살면서 만난 모든 것이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불러 본 지 오래된 초등학교 교가나 힘들 때만 찾아가는 성당에서의 주기도문처럼 잊은 줄 알았는데 신기하게도 같이 따라 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나는 나의 명예를 걸고"로 시작되는 스카우트 선서 역시 그렇다.

초등학교 시절 이국적인 제복의 매력에 빠져 가입했던 보이스카우트는 인생 최고의 선택 중 하나였다. 태어나서 처음 부모님 곁을 떠나 친구들과 야영을 하였고, 잼버리에서 외국 보이스카우트 대원들과 만나 세상이 넓다는 것을 배웠다. 스카우트 활동은 어린 소년에게 인생의 고비 때마다 열어 볼 수 있는 협동심, 책임감 그리고 리더십이라는 비단 주머니를 선물하였다.

변호사로서는 드물게 북한법을 연구하고 대학에서 강의하면서 자연스럽게 북한인권이나 탈북민 단체와 오래전부터 교류하다 보니, 탈북민 자녀들에게 연대감을 고취시키고 리더십을 키워줄 방법으로 스카우트 활동이 떠올랐다. 한국스카우트연맹의 강태선 총재께 이러한 구상을 전달하였는데 흔쾌히 수락하시면서, 올해는 한국에 보이스카우트가 설립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고, 내년에는 전북 새만금에서 '제25회 세계잼버리'가 개최되니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잼버리(Jamboree)는 북미 인디언의 '즐거운 잔치'라는 뜻을 지닌 시바아리(SHIVAREE)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이스카우트의 창시자인 베이든 포우엘경이 1920년 런던에서 열린 제1회 세계잼버리 때부터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4년마다 열리는 세계잼버리는 개최국의 대통령까지 참석하는 국제적으로 가장 큰 청소년 축제로 자리 잡았다.

한국은 1991년 강원도 고성 '제17회 세계잼버리' 이후 2023년에 다시 전북 새만금에서 '제25회 세계잼버리'를 개최하게 된 것이다. 코로나 이후 가장 큰 국제행사로 전 세계에서 5만명이 넘는 청소년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청소년은 그 나라의 미래이다. 특히 스카우트활동을 할 정도의 적극적인 청소년들은 리더가 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어린 시절 보이스카우트였다.

대한민국은 1988년 올림픽을 통하여 존재감을, 2002년 월드컵을 통하여 국가발전을 홍보하면서 현재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다양한 인종과 민족, 더불어 탈북민 청소년들까지 한자리에 모여 협력정신과 리더십을 배우는 새만금 세계잼버리는 미래의 전 세계 리더들에게 대한민국을 홍보할 절호의 기회이다. 편견이 없는 맑은 영혼의 청소년들에게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준다면 경제적으로 계산할 수 없을 정도의 막강한 국부가 될 것이다.

아쉽게도 현실은 2018년에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지원 특별법'을 만든 이후 조직, 예산, 시설 등 모든 것이 미진하다. 이제부터라도 정부와 정치권은 세계잼버리의 중요성을 통감하고 적극 지원에 나서야 한다. 당장 한국스카우트연맹을 대표하는 총재를 위원장으로 선임하여 집중적이고 효율적인 체계를 갖추고, 조직위원회 모든 구성원이 각자 자신의 명예를 걸고 전 세계 청소년들에게 대한민국을 제대로 홍보할 잔치로 만들 각오로 매진한다면 2023년 세계잼버리는 올림픽, 월드컵 이후 한국사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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