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순섭의 역사공작소] 금관 이야기〈1〉

  • 함순섭 국립대구박물관장
  • |
  • 입력 2022-05-18   |  발행일 2022-05-18 제26면   |  수정 2022-05-18 07:15

2022051701000521300021061
함순섭 국립대구박물관장

국립박물관의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2구와 신라금관 5개는 우리의 대표 문화유산이다. 뚜렷한 고유성과 기발한 조형성은 한반도 고대문화의 아이콘으로서 국가문화유산을 넘어서서 세계문화유산이라 할 만하다. 그러기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반가사유상 2구를 그 미의식에 어울리도록 엄숙하게 꾸민 '사유의 방'에 전시하며, 국립경주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신라금관을 항상 돋보이는 공간에 배치한다.

반가사유상의 아름다움과 신라금관의 화려함은 비교 대상일 수 없으며, 두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뚜렷하게 나뉜다. 반가사유상은 형상에서 미륵보살의 불교 이야기가 뿜어져 나오며, 중량감 있는 크기와 뛰어난 조각 솜씨가 감동을 더 높인다. 최근 TV 방송에 '사유'라는 주제가 자주 등장한다. 큰 울림을 주는 예술품인 반가사유상이 우리 곁에 있기에, 슬기롭게 팬데믹을 지나는 화두로서 '사유'가 떠올려지는 듯하다. 그럼 신라금관은 어떤지 자문해 본다. 반가사유상처럼 관람객과 상호작용하는 감동이 있는가?

금관을 바라보는 시선은 제아무리 변명해도 태생적으로 이른바 영화 인디아나 존스처럼 속물적이다. 고고학 조사를 통해 세상에 나온 발굴 문화유산이 지닌 숙명이기도 하다. 황금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은 꼭 우리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세계 곳곳의 황금문화에서도 반짝이는 금빛을 쫓는 보물 사냥꾼의 서사는 넘쳐난다. 여기에 더해 신라금관을 시베리아와 이어진 신화의 영역에 묶어두려는 시도도 끊임없다. 그러기에 대중은 금관을 왕족의 황금 장신구라고만 생각하고, 스며있는 역사에 관심이 없다. 관람객의 눈망울이 황금의 질과 양을 설명할 때 반짝이는 건 너무나 당연한 게 아닐까.

이런 상황은 연구자의 잘못이다. 지난 100년의 금관 연구에서 대충 적당히 설명하는 수준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겨우 지난 30여 년이 금관의 역사고고학 연구 기간이라면 믿을 수 있겠는가. 아직도 가장 기초인 신라와 가야의 시공간 영역부터 의견이 충돌하고, 쓰개로서 관의 범주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글이 넘쳐난다. 이제부터 해석으로서 금관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도굴품인 신라금관 1개와 가야금관 2개도 포함하고, 금관과 어깨를 나란히 둔 금동관과 은관도 다룬다. 한반도뿐만 아니라 중국 동북지방과 일본열도도 소환할 것이다. 동북아시아의 시각에서 금관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정작 우리가 놓아버린 금관도 찾아보고 싶다. 누구나 금관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국립대구박물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Remember!

대구 경북 디아스포라

더보기

대구 경북 아픈역사의 현장

더보기

영남일보TV

더보기

  •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