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기획] "주민피해 심각" VS "양념이라더니"...文 전 대통령 사저 앞 집회 엇갈린 여론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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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07 18:59   |  수정 2022-06-08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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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 지난 5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사저 맞은편 도로에서 한 집회 참가자가 경찰 사이에서 사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동현 수습기자

전직 대통령의 사저 앞 집회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 편에서는 해당 집회로 인해 주민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됐다며 제재 수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또 다른 한 편에서는 전자의 주장과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 이번 집회 논란에 대한 분석은 그리 간단치가 않다.  

   

◆잇따른 집회로 어수선한 文 전 대통령 사저 마을
연휴였던 지난 5일 찾은 경남 양산 하북면 평산마을은 궂은 날씨에도 일부 단체들이 집회를 하고 있었다. 평산마을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기를 마친 뒤 귀향을 한 곳이다.
한 집회 참가자는 '특활비 공개하라' 등이라고 적힌 팻말을 몸에 걸고 문 전 대통령 사저를 향해 서 있었다. 또 다른 단체는 스피커를 설치하고 '문재인은 사죄하라'라는 소리를 재생했다. 주변에 배치된 경찰은 대화를 통해 이들을 설득했으나 통하지 않았다. 집회 참가자들은 사저를 보러 온 방문객들이 집회 장소의 현수막 앞에 서 있으면 "집회를 방해하러 왔느냐" "문재인이 시켜서 왔냐" "욕설을 하면 바로 고발 조치하겠다"라고 말하며 예민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마을 길을 따라 설치된 철조망에는 수갑과 함께 '문제인 체포 염원 수갑'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한 집회 참가자 측은 '좌파가 하는 집회는 촛불혁명! 우파가 하는 집회는 민주주의 위기'라는 문구와 집회 사진이 나온 현수막을 내걸고 있었다. 한 켠에는 백신을 접종한 후 사망한 고인들의 사진이 현수막으로 걸려 있기도 했다.


평산마을 내 담벼락에는 '집회로 인하여 노인들 병들어 간다'라는 평산마을 주민들의 호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실제 사저 인근 주민들이 밖으로 나와 집회 장소를 쳐다 보기도 했다. 마을에서 만난 A씨에게 조심스레 집회에 대해 물었다. A씨는 "친정이 이곳이다. 민감한 부분이라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럽다"라며 말을 아꼈다. 지속적인 소음에 대한 질문에는 찡그린 표정만 지어 보였다.


사저 근처를 지나던 등산객 김모(여·경남 양산)씨는 "잠깐 사저를 구경하며 머무르려고 했는데,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못 있겠다"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달 15일 페이스북에 "집으로 돌아오니 확성기 소음과 욕설이 함께하는 반지성이 작은 시골 마을 일요일의 평온과 자유를 깨고 있다. 평산마을 주민 여러분 미안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같은 달 31일 문 전 대통령 측은 보수단체 3곳에 소속된 3명과 성명불상의 1명에 대해 모욕 및 명예훼손, 협박,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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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입구에 문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현수막이 나붙어 있다. 이동현 수습기자
◆"피해 심각" vs "언제는 양념이라더니" vs "우리를 매도 말라"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집회를 두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SNS에 "퇴임한 대통령, 좀 조용히 사시게 내버려 둬라. 그걸(과격 집회) 잘하는 짓이라고 거드는 사람들이 더 저질이다"라는 글을 올리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신평 변호사는 이번 집회 논란이 "팬덤 정치와 갈라치기 정치가 낳은 음울한 유산이다"라고 해석했다.


이처럼 저마다의 판단 기준에 대해 이번 사저 앞 집회 논란을 바라보는 시선은 조금씩 차이가 난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잇따라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집회에 대해 비판 목소리를 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전직 대통령 사저 인근 100m 이내에서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는 법률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그러자 또 다른 일각에서는 "집회를 적극 나서고 이용했던 민주당 사람들의 '내로남불'이다"라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집회가 적법하고 정당하다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 백신 피해자 가족 모임은 사저 앞 집회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판과 매도가 억울하다고 했다.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가족 협의회'(이하 코백회)는 최근 입장문을 내고 "백신 부작용으로 가족을 잃었고, 건강을 잃어버린 우리는 백신 피해에 대해 정부가 책임지라는 구호를 외쳤으나 아무 답변이 없어 항의 방문차 양산 사저를 찾아가 집회를 했다"며 "그런데 집회 금지를 통보했고, 이러한 행태는 국민의 기본권과 자유를 무시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코백회 김두경 회장은 지난 6일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전 대통령이) 서한문을 가져가서 읽어보고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우리가 양산으로 찾아갔겠나. 너무 억울해서 찾아가서 아이들, 형제자매 영정 사진을 걸어놓고 시위하는데, 그것을 반지성이라고 하고 보수단체로 묶어서 매도하니 답답하더라"라며 "피해를 본 주민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우리도 너무 억울해서 한 마디 할 수 있지 않느냐. 우리는 차량 확성기를 쓰지도 않았고, 작은 이동형 스피커를 사용했다. 저녁 6시 이후로는 스피커도 사용하지 않았다. 우리는 시위를 해본 사람도 아니고 일반 국민이 억울해서 찾아간 것이다"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 회장은 "우리는 문 전 대통령이 지난 정권의 수장으로서 백신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국민들에게 사과의 말을 해주길 바라며 사저를 찾은 것이다"라며 "문 전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사람이 많지만 우리는 지켜줄 사람이 없다. 이것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문제다"라고 말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이동현 수습기자 shinea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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