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너 어떻게 살래, 한국인 DNA로 풀어낸 AI시대 인간 생존 해법

  • 백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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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17   |  발행일 2022-06-17 제14면   |  수정 2022-06-17 07:29
이어령 세번째 '한국인 이야기'

기계-생명의 본질과 관계 고찰

난해한 과학영역서 AI 끄집어내

다양한 분야의 지식 동원해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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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 이어령. 그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천착한 것은 바로 인공지능(AI)이었다. 2016년 알파고 등장 이후 영면에 들기까지 이어령은 대부분의 시간을 AI에 대해 연구하고 원고를 집필하는 데 몰두했다. 이 책은 그가 인공지능에 천착한 결과물이다. 한국인의 출생 비밀과 그 의미를 밝힌 '너 어디에서 왔니', 젓가락에 담긴 한국인의 문화유전자를 조명한 '너 누구니'에 이은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 세 번째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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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지음/파람북/400쪽/1만9천원

저자는 이미 60대부터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IT 강국의 정신적 기반을 다진 선각자였다. 70대에는 과학과 인문의 세계를 통섭하는 '디지로그 선언'을 하며 미래 비전을 제시했던 프런티어였다. 뿐만 아니다. IT 기술을 이용해 새 밀레니엄의 첫새벽에 즈믄둥이의 출생을 전 세계에 생중계하고, 평창의 상공에 드론을 띄워 오륜기를 그리던 초유의 하이테크 연출가이기도 했다. 고령의 나이에도 최신 디지털 장비라면 가장 먼저 사용해보는 '얼리어답터', 여러 IT 기업에 조언을 아끼지 않던 멘토였다.

책의 서두는 AI에 대해 전국민적 관심과 공포를 불러일으켰던 사건인 '알파고 쇼크'로 시작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소외시키고 말 것이라는 'AI 포비아'가 미디어를 잠식해갈 때, 이어령은 은거를 뒤로 미루고 일곱 대의 컴퓨터가 도열한 책상 앞에 다시 앉았다. '충격을 먹고 사는 민족' 한국인들에게 AI를 이야기하기에 더없이 적절한 기회임을 직감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책에서 그는 가장 먼저 우리 손 안 스마트폰에 숨겨진 AI 테크놀로지가 어떤 단계의 발전을 거쳐 딥 러닝이라는 무기를 갖추게 되었는지, 그 진화사를 고찰한다. 알파고가 '어디서 왔고' '누구인가'에 대한 의문을 풀어 해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아이들의 마음으로 접근해야만 인공지능 기술을 이해할 수 있다는 지론을 펼친다. 동시에 동서양의 고전은 물론 인터넷 댓글부터 문명론까지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동원해 설명한다. 그 전개가 소설보다 흥미진진하다. 도처에서 무릎을 치게 한다.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개를 넘어가는 이야기'가 감칠맛을 더한다. 그의 의도대로 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을 만 하다.

특히 책은 인공지능을 복잡하고 난해한 과학의 영역에서 끄집어내 우리의 보편적 삶 위에 그 실체를 펼쳐낸다. 이 때문에 피상적인 지식에서 벗어나 총체적 이해를 가져다주는 'AI 입문서'라 할 수 있다. 기계와 생명의 본질을 살피고 그 관계의 의미를 톺아보는 'AI 인문서'이기도 하다. 또 4차 산업혁명의 파고에 맞서고 있는 우리가 21세기의 교과서로 삼을 만하다.

무엇보다 서양의 기계론적인 세계관으로는 풀 수 없는 '인간과 인공 사이'의 고차원방정식을 한국인 특유의 생명 의식과 동양의 인(仁)사상, 그리고 그것을 가장 잘 체현하는 한국인들에게서 해법을 도출해 낸다. 그러면서 저자는 AI 시대의 주역은 한국인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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