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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영업자들에게 코로나19는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고통이었다. '안녕하세요, 자영업자입니다'는 코로나 시대 대한민국 자영업자의 현실을 생생하게 담은 소설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당시 대구 달서구의 한 식당에서 영업시간 변경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영남일보 DB〉 |
"버티고 버텨 잘 풀리면 과장님 되는 거잖아요. 뼈를 갈면 팀장님? 전 그렇게는 못 살 것 같아요. 어쨌든 저한테도 한 번 사는 인생이니까요."
이대한은 대기업 과장이다. 나름 인정받는 직장인이지만 1년을 버티지 못하고 나간 신입이 했던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대한이 맡은 해외 바이어가 연락두절 되면서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안기는 사건이 발생한다. 대한은 수습해보려고 애를 쓰지만 결국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 생계가 막막해진 그는 막연히 생각만 해본 자영업을 시작하기로 결심한다. 고심 끝에 고른 업종은 스터디 카페.
'집중력이 높아지는 스터디 카페.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웅장해지지 않는가. 이제 남은 일은 단 하나, 동네 학생들을 끌어모아 떼돈을 버는 것뿐이었다. 돈 걱정, 대출 걱정 없이 남은 삶을 살고 싶었다. 사업의 시작이었다.'(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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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애 지음 문학동네/248쪽/1만5천원 |
하지만 시작부터 난항이다. 스터디 카페 문을 열자마자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확진자가 폭증한다. 곧이어 집합금지 명령이 떨어진다. 영업시간 제한도 뒤따른다. 대한은 코로나19가 종식되기만을 바라며 방역에 최대한 협조하지만 확진자는 줄지 않는다. 거리두기는 2주, 다시 2주, 또 2주, 끝을 모르고 연장되기만 한다. 왜 자영업자만 이렇게 피해를 봐야 하는지 억울한 마음까지 든다. 가까운 친구들마저 '자영업자 대한'의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한다. 결국 그는 무력감과 헤어날 수 없는 우울감에 빠진다. 그러다 1층 횟집 사장님의 손에 이끌려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다. 의사는 비슷한 상황에 놓인 주변 자영업자들을 인터뷰해 글로 남겨보라고 조언한다.
대한은 같은 건물 횟집 사장님부터 근처 양장점, 백반집, 카페, 치킨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난다. '선배 자영업자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누군가 가만가만 자신의 어깨를 토닥여주는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러면서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간다. 익숙한 동네에 늘 보던 골목 어귀의 가게들이지만 이전과는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자신의 가게에 사활을 건 자영업자들이 절박한 마음으로 보내는 치열한 하루하루가 눈앞에 선명히 그려진다.
'늘 지나다니던 길들이 오늘따라 새로웠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모여 만들어진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벅찼다. 마치 새로운 세상처럼 보였다.'(117쪽)
책은 코로나 시대 대한민국 자영업자의 매일매일을 생생하게 그려낸 하이퍼리얼리즘 소설이다. 소설이면서 긴 시간 외로움과 고통을 오롯이 견뎌야 했던 코로나 시대 한국 자영업자의 피와 땀, 눈물이 담긴 생존 보고서다. 이대한이라는 평범한 인물을 통해 자영업자의 현실을 드러내 보인다. 회사에 다니던 시절에는 보이지 않던 자영업자의 실제 삶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그간 부러워만 했던 가게 운영이 결코 녹록지 않은 일이었음을 대한은 차츰 깨달아간다.
특히 소설은 비슷하면서도 조금씩은 다른 모습으로 전염병 시대를 감내해 가는 이웃들을 세심히 살핀다. 그중에서도 방역 조치에 따라 장기간 영업을 제한당하며 생계가 휘청였던 소상공인 자영업자에게 초점을 맞춘다. 동시에 되레 비난의 화살이 날아들었던 자영업자의 하루를 생생하게 담아낸다.
그러면서 "자영업자들은 모두가 마음을 튼 친구고 동료"라는 사실을 부각시킨다. 막막한 상황을 함께 겪으며, 하루하루 함께 버텨가며, 서로가 서로를 걱정하고 기운을 북돋아 주는 모습이 소설 전반을 이룬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힘이 커지는 '함께'라는 가치를 잘 보여주는 소설이다. 제9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이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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