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선진농업 1번지, 산소 카페 청송 .2] '청송 효자작물' 고추…청양고추의 고향…짙푸른 과피 속 알알이 들어찬 매콤함 '명품'

  • 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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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26   |  발행일 2022-07-26 제12면   |  수정 2022-07-26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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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전 경북 청송군 진보면 세장리의 한 고추밭에서 박종준씨가 고추의 발육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청송 고추는 퇴비와 산풀 등 유기질 비료를 이용해 재배돼 색이 곱고 맛이 담백하다.

경북 청송의 대표적인 특산물은 원래 고추와 담배였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고추는 청송에서 가장 많이 키우던 작물이었다. 재배 면적은 물론 생산액도 사과와 필적할 정도였다. 지금은 생산량이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청송 농가 소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청송 고추는 천혜 자연환경과 농민·행정 당국의 노력이 합쳐져 전국 최고 품질을 자랑한다. '대한민국 선진농업 1번지, 산소카페 청송' 2편에서는 청송의 효자 작물 고추에 대해 소개한다.

1983년 유일웅 박사가 개발한 청양고추
청송·영양 농가서 3년동안 시험재배
양 지역명서 한 자씩 따 품종이름 지어

재배농가가 고추세척기계 자체 개발
이물질 씻어 판매하자 소비자 큰 호응

색상 곱고 비타민·캡사이신 다량 함유
고춧가루 품질좋아 日식품박람회 출품


◆청송고추 주산지 진보면 세장리

"이 마을이 청송 안에서도 고추가 가장 많이 재배되는 곳이에요."

지난 19일 오전 청송군 진보면 세장리에서 만난 박종준(58)씨는 자신이 사는 마을을 이렇게 소개했다. 청송 8개 읍·면 가운데 진보면과 청송읍, 부남면에서 지역 고추의 60% 정도가 생산된다. 특히 북쪽으로 영양군과 맞닿은 진보면은 청송에서 고추를 제일 많이 키우는 지역이다. 이곳에선 사과 재배 농가와 고추 재배 농가 수가 엇비슷할 정도다. 진보면에 있는 25개 마을 중에서도 세장리는 고추 주산지다. 그만큼 고추가 많이 난다.

고추는 병충해, 기온, 기후에 민감해 재배가 힘든 농작물 중 하나다. 고온성 채소로 25℃ 정도의 기온이 생육에 가장 적합하며 강우량도 적당해야 잘 자란다. 물이 잘 빠지지 않는 토양도 고추 재배에 필수 요건이다. 태풍 등 자연재해가 적으면 금상첨화다. 해발 250m에 위치한 세장리는 이런 요건을 두루 갖춘 고추 재배의 최적지다.

박씨는 "세장리는 기온과 기후 조건이 고추 재배에 적당하고 토양도 수분을 많이 품고 있는 질참흙이 주를 이룬다는 장점이 있다"며 "물이 잘 빠지는 사질토는 가뭄에 약하기 때문에 고추 재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마을에서는 1980년대 초만 하더라도 사과 농가가 1곳뿐이었고, 주로 고추와 잎담배 농사를 지었다"면서 "이후 사과 재배 농가가 크게 늘었지만 잎담배에 비하면 여전히 고추 재배 농가는 많이 남아있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원래 청송에서는 흔히 '청양고추'라 불리는 '청양' 품종 고추를 많이 지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소비자의 입맛이 바뀌면서 주력 품종도 변했다. 요즘은 덜 매우면서 씨알이 크고 굵은 대과종 고추를 선호하는 추세다. 이 때문에 현재 청송에서는 '거창한'이나 '칼라장군' '칼라짱' 등 매운맛이 덜한 품종이 청양 품종보다 훨씬 많이 재배된다. 풋고추로 수확된 청송고추는 주로 건조, 세척, 가공 등의 과정을 거쳐 고춧가루나 고추장으로 만들어진다.

세장리가 고향인 박씨는 50대 나이로 뒤늦게 농사일에 뛰어들었다. 젊은 시절 서울과 대구 등지에서 돈벌이를 하다 2015년에야 고향으로 돌아온 것. 오랜 시간 고향을 떠나있었지만 어릴 적 어른들을 돕던 경험이 있어 농사일에 빠르게 적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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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에 잘 말린 붉은 고추를 농민들이 상태에 따라 분류하고 있다. <청송군 제공>

그가 지금 농사짓는 규모만 3만6천여㎡(1만1천평)에 이른다. 주된 작물은 고추와 사과다. 참깨, 배추, 쌀도 생산하고 있다. 단일 작물이 아닌 여러 농작물을 재배하는 것은 하나의 전략이다. 수확 시기가 다른 농작물을 키워 일손 부족 문제에 대처하고 있다. 실제 고추 수확기는 8~9월, 사과 수확기는 10월로 일손이 겹치지 않는다. 그는 "고추는 재배 면적 대비 수익이 좋은 편이기 때문에 농가 소득을 지탱해주는 역할을 한다"며 "66세까지 농사를 짓겠다는 생각으로 다른 이들보다 더 부지런히 움직이고 연구도 많이 하고 있다"며 웃었다.

박씨는 마을에서 농사를 잘 짓는 농부로 통한다. 청송고추발전연합회 GAP(Good Agricultural Products·농산물우수관리제도) 사업단장도 맡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그는 고추농가로 구성된 단체 설립까지 구상 중이다. 그는 "고추 농가를 모아 협동조합을 만들 생각을 하고 있다"며 "고추 가격이 오를 때는 돈을 모아놨다가 가격이 하락하면 고추 농가 판매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전통 특산물이자 '효자 작물'

청송군의 경지 면적은 밭 55만㎢, 논 28㎢, 과수원 12㎢ 정도다. 밭농사와 과수 농사의 비중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청송에서는 사과뿐만 아니라 고추, 담배, 마늘 등 밭에서 키우는 작물의 재배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서다.

1980년대 중반까지 청송 농업의 주축은 고추와 담배였다. 이후 사과 재배 농가가 급속하게 늘면서 다른 작물 재배는 자연스레 줄었다. 하지만 고추의 경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사과에 앞섰다. 실제 2001년 고추 재배 면적은 1천979㏊로 사과 재배면적(1천718㏊)에 비해 260㏊가량 많았다. 같은 해 생산액도 296억원으로 사과(308억원)와 비슷한 규모였다.

현재는 사과에 비해 생산 규모가 많이 축소됐지만 고추는 여전히 청송 농업의 한 축을 맡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청송의 농작물 재배 면적은 사과(3천379㏊), 쌀(818㏊), 고추(602㏊) 순으로 집계됐다. 재배 농가 역시 1천902가구로 사과(4천40가구)와 벼(1천973가구) 다음으로 많다.

특히 생산액은 사과 다음으로 많다. 지난해 고추 생산액은 234억4천700만원으로 쌀 생산액(113억8천300만원)의 두 배에 달한다. 사과에 이은 '효자 작물'이 바로 고추인 셈이다.

고추의 원산지는 중부아메리카다. 한국에 전래된 것은 17세기 전후다. 일본을 통해 국내로 들어왔다. 청송에서 고추가 언제부터 재배되기 시작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청양고추'라는 품종이 청송과 영양에서 유래됐을 만큼 과거부터 고추 생산지로 유명했다.

청양고추는 1983년 '중앙종묘'의 유일웅 박사가 개발한 종이다. 유 박사는 당시 청송과 영양 지역의 고추 재배 농가를 대상으로 3년간 연구 및 시험 재배를 했다. 이후 청송(靑松)의 '청(靑)'과 영양(英陽)의 '양(陽)'을 따서 '청양고추'라고 이름 지었다고 한다.

청송은 '세척고추'로도 유명하다. 청송의 한 농가가 고추를 가공해 상품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고추세척기를 자체 개발했다. 이후 청송에서는 고추세척기를 이용해 농약과 먼지 등을 씻어낸 뒤 판매가 이뤄지며 소비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농가에서 자체 개발한 이 세척기는 1993년 9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품질 인증을 받기도 했다. 현재 청송에서는 고추세척기가 농가마다 상당수 보급돼 있다.

청송고추는 퇴비와 산풀 등 유기질 비료를 이용해 재배된다. 때문에 고추를 가공할 때 분말이 많고 색이 곱다. 고추 맛도 담백해 식욕 촉진제로서 효능도 좋고, 지방산 분해와 근육통 감소에도 효과가 크다.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 성분에는 비타민A와 C도 많이 포함돼 있다.

청송고춧가루는 품질이 좋아 일본 도쿄식품박람회에 출품되고 있다. 도쿄식품박람회는 독일 쾰른 식품박람회, 프랑스 파리 식품박람회와 함께 세계 3대 식품박람회로 꼽힌다.

고품질 고추 생산을 위한 행정적인 뒷받침도 다양하다. 청송은 다른 지역에 견줘 고추 농가에 대한 혜택이 많은 편이다. 청송군은 고추 농가에 부직포, 멀칭비닐, 고추막덮기 부직포, 비가림재배시설, 고추건조기, 고추세척기 등의 공급과 설치를 지원한다. 지난해 고추 가격이 떨어졌을 때 청송군은 농민에게 고추 한 근(600g)당 1천원씩 보조해주기도 했다.

글·사진=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전 영남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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