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육사오, 월북한 1등 로또…당첨금 쟁취 위한 남북 병사의 기막힌 협상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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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26   |  발행일 2022-08-26 제39면   |  수정 2022-08-26 08:19

육사오

최전방에서 근무하는 말년 병장 천우(고경표)는 하늘을 날아갈 듯한 기분이다. 우연히 주운 로또가 1등에 당첨돼 무려 57억원의 주인공이 됐기 때문이다. 제대 날짜만 손꼽아 기다리며 미래에 대한 부푼 꿈을 설계하던 어느 날, 초소 경계 근무 중 실수로 로또가 바람을 타고 북으로 날아 가버리는 불상사가 일어난다. 거금이 눈앞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천우는 매일 밤 군사분계선을 넘어 로또를 되찾기 위한 눈물 나는 노력을 펼친다. 하지만 로또는 이미 북한 측 GP 상급병사 용호(이이경)의 손에 쥐여 있다. 우연히 주운 로또가 별 볼 일 없는 대북 전단으로만 알고 있던 그는 대남 해킹 담당 철진(김민호)으로부터 종이 쪼가리의 정체를 알게 된다. 문제는 그들이 당첨금을 찾을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 서로의 협력이 절실한 남북한 병사들은 당첨금 배분 협상을 위한 거국적인 만남을 시도한다.

기발한 상상력에서 출발한 '육사오'는 여전히 팽배한 남북관계와 이데올로기적 대립이 로또를 매개로 공조 관계로 완성되어지는 과정을 위트 있게 담아낸다. 사상과 이념보다 일확천금에 대한 물욕이 우선시되는 지극히 인간적인 면모를 유쾌한 화법으로 풀어낸 영화는 로또 당첨금 배분을 위한 회담 장소인 '공동급수구역'까지 설정해 나름의 상징성을 더했다. 천우는 철책선에서 마주한 용호와 남몰래 밀당 해왔지만 혼자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결국 철저한 원칙주의자인 강대위(음문석)에게 협조를 구하게 되고, 용호 역시 북한 정치지도원 승일(이순원)에게 발각되지만 어렵지 않게 그를 포섭하는 데 성공한다. 여기에 로또 당첨금을 찾는 임무를 맡게 된 파견병 만철(곽동연)과 북측의 브레인 철진까지 총 6명의 이해관계가 얽힌다.

코미디 장르를 표방한 '육사오'의 미덕은 웃음 유발을 위한 억지스러운 설정과 감동 대신 남북관계의 상징과 함께 문화적 차이 때문에 겪는 소소한 에피소드를 이야기에 잘 녹여냈다는 점이다. 이들은 당첨금 배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공동급수구역에 모여 회담을 시작한다. 협상과 결렬을 반복하지만 "남조선 인민의 고혈을 쥐어 짜내는 종이 쪼가리"라고 비난하던 북측 병사들이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는 모양새다. 그 과정에서 비치는 북측의 '벼랑 끝 전술'도 낯익다. '육사오'는 '날아라 허동구'를 연출한 박규태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는 무조건 재밌어야 함을 강조한 그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되뇌기보다는 이 땅에서 우리가 어떻게 하면 함께 더 잘살 수 있을지 유쾌하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장르:코미디 등급:12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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