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를의 오벨리스크 광장. |
그리스인들이 세운 작은 곳, 무역항으로 번영
20m 높이의 '오벨리스크 광장'은 도시의 상징
로마네스크 양식 '지하 회랑' 가장 오래된 건축물
광장 동편의 최초 석조 극장 '고대극장'도 눈길
고대 오락장소 '원형경기장' 현재 투우축제 열려
오벨리스크·고대극장 등 유네스코 문화유산 지정
님에서 퐁뒤가르를 보고 곧장 아를로 향했다. 아를은 님에서 동남쪽으로 25㎞ 정도 떨어진, 인구 5만이 조금 넘는 작은 도시이다. 몽펠리에와 마르세유를 지중해 동서 기점으로 하여 님, 아비뇽, 엑상프로방스 등의 굵직한 도시가 부채처럼 두르고 있다.
오벨리스크 광장의 생트로핌 대성당. |
아를 여행은 도시의 중심 오벨리스크 광장에서 시작했다. 광장 중앙의 오벨리스크는 아를 고대극장, 원형경기장과 더불어 1981년에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건축물이다. 4세기경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명령으로 세워진 오벨리스크는 두 동강 나는 등 수난의 역사를 겪다가 루이 14세에 의해서 현재의 자리에 배치되었다. 기단을 포함해서 약 20m 높이로서 현재 이 도시의 상징이 되고 있다.
이 광장 주위로 로마 시대의 주요 건축물이 모여 있다. 광장 북쪽의 시청사 지하에는 고대 로마광장(포럼)의 토대로 사용했던 지하 회랑이 있다. 지하 회랑은 고대극장과 함께 기원전 1세기에 지어진 아를의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다. U자 모양의 회랑은 원통형의 아치 천장으로 덮인 이중 복도 3개로 이루어져 있다. 지금은 통로에 나뒹구는 돌조각의 화려한 조각을 통하여 당시의 영화를 짐작할 뿐이지만, 이곳은 로마 시대 아를의 로마네스크 양식을 대표하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아를의 고대극장. |
광장 동쪽으로는 로마 시대의 고대극장과 원형경기장이 있다. 아를 고대극장은 기원전 1세기경에 지어진 최초의 석조 극장이다. 무대와 반원형의 관객석이 있었지만, 지금은 원래 모습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당시의 무대 벽은 현재 두 개의 기둥만이 남아있고, 관객석도 일부만 남았다. 하지만 관객석이 102m나 되어 1만명 가까운 관객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의 큰 규모였다. 무대 뒤쪽에는 이 부근에서 발견된 로마인의 건설 흔적을 보여주는 돌무더기들이 쌓여 있었다. 이것으로도 로마 시대 이 도시의 융성함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것 같았다. 특히 이곳에서 발견된 '아를의 비너스'는 루브르 박물관의 명물인 '밀로의 비너스'에 필적할 정도로 아름답고 정교하다고 평가받는다. 이곳은 지금도 여름철만 되면 국제 사진전, 페플럼 영화제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고대극장 북쪽의 아를 원형경기장은 로마의 아우구스투스 황제 시절에 도시의 벽을 허물고 지었다. 로마의 콜로세움에서 영향을 받은 건축물로 높이 21m, 길이 136m에 2만5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규모이다. 검투사들이 서로 겨루거나, 맹수들이 싸우는 것을 보고 즐겼던 로마인의 오락 장소이다. 로마 시대가 끝난 6세기 말에는 이 경기장 안에 예배당 2개와 주택 212채가 들어서서 원래의 기능과 모습을 잃어버렸다. 유적지로 지정된 1825년에 이 주택들을 철거하고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하였다. 경기장 꼭대기에 올라가면 아를의 전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아를 원형경기장. |
비극적인 이 희곡은 안타깝게도 평단과 대중 모두에게 호평을 얻지 못하고, 21회 상연을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된다. 그러나 이 희곡은 조르주 비제의 모음곡 덕분에 지금도 자주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비제는 공연이 끝난 후에 27곡 중 4곡을 추려 제1 모음곡으로 구성하였고, 비제가 죽은 후 다시 4곡을 추려 제2 모음곡으로 구성하였다. 이것이 현재 알려진 모음곡 '아를의 여인'이다.
아를의 역사 유적은 이렇게 예술가들의 영감을 일깨웠다. 고대극장과 지하 회랑, 원형경기장 등의 고대 유적과 콘스탄티누스 황제 시대의 목욕탕과 묘지, 그리고 12세기 생트로핌 대성당 등의 중세 유적들이 현대의 문명과 함께 조화를 이룬 아를의 독특한 문화 지형이 만들어낸 힘이다. 고흐가 대도시 마르세유를 포기하고 이곳에 정착한 이유일 것이다. 이처럼 아를은 고흐만 떠올릴 수 없는 너무나 깊은 역사와 문화를 품고 있었다.<계속>
대구대 문화예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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